"의사를 범죄자로 취급하지 말라"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은 21일 의협 본관에서 가진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선행해야 할 근본적 원인과 구조적 문제해결보다 지난 의약분업 사태처럼 처벌을 먼저 앞세워 잣대로 삼는 `쌍벌죄` 법제화에만 치우친다면, 집회 시위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저지에 나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에 의협이 강경한 입장에 선 것은 최근 국회에서 선행되어야 할 근본적 원인과 구조적 문제 해결보다 정부의 의도대로 의약품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제약사와 의사를 모두 형사처벌하는 `쌍벌죄`의 법제화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데다 제도상 여러 문제로 의원급의 폐업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경 회장은 음성적인 리베이트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지만, 먼저 발생하게 된 근본적 원인과 구조적 문제를 파악한 뒤 정책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경 회장은 리베이트 쌍벌제는 누가(의사) 범죄자가 될 위험을 감수하겠냐(?)며 국산 복제약 대신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하게 해 우리 제약업계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 회장이 밝힌 정부촉구사항은 ▲의약품 리베이트가 어떤 경우에 위법하게 되는지를 경제학적, 공정거래관계법령의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올바른 개념정립이 필요 ▲리베이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 파악을 통한 대책 마련 선행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합리적 제도권안에서 양성화 해야한다. 단,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리베이트 수수에 대해서는 기존 법령에서 충분히 규율하면서, 동시에 PMS(의약품판촉 설문조사)와 학술연구지원 등을 제도화하고,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나 비용대비효과약인센티브제 등을 도입,생동성시험 강화, 합리적인 약가등재제도 마련, 또한 제약사의 신약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부실한 의약품을 퇴출시킴으로써 제약사들이 제품 개발을 통한 경쟁력을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유도▲의사들이 합법적인 틀 안에서 의료기관을 경영할 수 있도록 의료수가를 현실화해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정부는 ‘통제와 관리의 원칙’ 속에서 의료기관을 규제만할 것이 아니라 약제비에 대한 정부 시각의 변화 등을 담았다.
♦ 다음은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문이다.
우리 의사들은 날로 열악해져가는 의료환경 속에서도 의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환자진료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세계인의 부러움을 받는 의료제도를 갖게 된 이면에 의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특히, 최근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형사처벌을 골자로 하는 쌍벌죄 도입이 거론되는 현시점에 이르러서는 마땅히 존경받고 신망 받아야 하는 의사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우리 사회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우리 의사들의 현주소에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규제 자체가 문제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히며, 나아가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리베이트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점에서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규제하는 입법과 관련하여,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을 통해 리베이트라는 행위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 원인과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고 정책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졸속 추진된 의약분업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쌍벌제 도입을 주장하는 보건복지부 측의 주장에는 논리적 오류와 문제점이 많아 걱정이 앞섭니다. 심지어, 보건복지부 측의 방안은 리베이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급증한 약제비에 대한 희생양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듯이 보여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보건복지부측 주장의 모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리베이트를 통해 의약품의 가격이 증가했다는 주장이 허구 그 자체라는데 있습니다. 의약품 가격 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정부에서 결정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의료공급자, 의료소비자, 심지어 제약회사의 원가구조와는 상관없이 출시시기에 맞춰 오리지널 약의 60～80% 수준에서 일률적으로 복제약의 가격이 결정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약가결정 구조 속에서, 약가 결정에 리베이트가 영향을 준다는 것은 그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가 없으며,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원적인 가능성조차 없습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추진 당시 보건복지부의 명분 역시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과 약품비 절감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4조원이 채 안되던 약품비가 2009년 물경 11조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약품비 증가 원인에는 물론 인구노령화와 신약 도입 등 이유도 있지만 보다 더 큰 이유는 불요불급한 조제료의 증가와 잘못된 약가산정방식에 따른 복제약의 거품, 이로 인한 과당경쟁의 폐해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리베이트 쌍벌제는 지나치게 성급하게 졸속 추진되고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리베이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제약회사의 영업방식이 변화할리 만무하며, 불법리베이트는 더욱 음성화되어 지속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제약사들의 불법 리베이트가 여전히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모든 의사들은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베이트 쌍벌제는 오히려 국내 제약업의 쇠퇴를 유도할 것입니다. 현재 상정되어 있는 쌍벌제의 내용을 보면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로 의사에게 최대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과 자격정지 1년의 행정처분을 부과하게 됩니다. 그 어떤 의사도 리베이트 의혹 아니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국산 복제약을 처방할리 만무하고 결국 안전성과 유효성도 확실하고 무엇보다도 리베이트 의혹을 받을 필요가 없는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선택할 것이 자명합니다. 이로 인한 우리 제약업계가 쇠퇴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인 것입니다.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지 마십시오. 의사도 국민의 한 사람입니다.
실제로 일선 진료 현장의 의사들은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며 매도하는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작년 신종플루 사태 때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고 국가적 방역사업에 적극 동참했던 의사들에게 돌아온 보답이 고작 도둑놈, 범죄자 취급입니까? 그렇다면 의사들은 범죄자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고 오리지날 의약품만 처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정부의 어떤 정책에도 협력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자영업자와의 형평성의 문제도 있습니다. 리베이트로 인해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라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 다른 자영업자에 비해, 약가에도 전혀 영향을 줄 수 없는 의사들의 리베이트에만 처벌을 하려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으며 위헌의 소지가 있다 하겠습니다. 더욱이, 약사들이 받는 백마진에 대해 인정을 하면서도 의사의 리베이트만 문제를 삼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 협회는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하는 바입니다.
첫째, 리베이트에 대한 확실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공정거래법상 의약품 리베이트는 고객유인을 통한 판매촉진의 수단으로 이용되더라도 그것이 부당한 경우에만 금지되는 반면, 보건의료법령에서는 판매촉진을 위해서 제공된다는 이유만으로 위법이 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고객유인 내지 판매촉진을 위해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에 대하여 적용법령에 따라 위법성이 달리 판단되며, 보건의료분야의 시장원리 속에서 리베이트가 가져다 줄 수 있는 장점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단지 의료시장의 특수성만 내세워 모든 리베이트를 부정하고 금지한다면 우리나라의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이에, 보건의료법상 리베이트의 위법성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의약품 리베이트가 어떤 경우에 위법하게 되는지를 경제학적, 공정거래관계법령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올바른 개념정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리베이트 수수행위에 대한 금지요건을 보다 면밀히 고려하고 규정하여 처벌 대상 행위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습니다.
둘째, 리베이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 파악을 통한 대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의약품 리베이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은 의약품 가격결정 정책의 문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 의약품의 가격은 제약회사의 원가 구조와는 관계없이 출시시기, 생동성검사 통과 여부 등 단순히 몇 가지만을 고려하여 오리지널 대비 60～80%정도에서 시장경제와는 상관없이 정부에서 일률적으로 결정합니다. 특히, 복제약의 가격이 오리지널약 대비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무려 60~80% 정도에서 복제약의 가격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제약회사는 일단 복제약을 시장에 출시하여 영업만 잘하면 이익이 남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결국, 국내 제약회사는 신약개발이라는 본연의 자세를 유기하고, 복제약 개발이나 영업에만 주력했고, 그 과정에서 리베이트의 발생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의약분업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정부는 의약분업을 통해 의약품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을 약사에게 넘겼습니다. 과거에는 의사들이 비용대비 효과적인 의약품을 직접 구매하여 환자에게 처방조제를 했습니다만, 의약분업 이후 더 이상 비용대비 효과적인 의약품을 사용할 동기가 줄어들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오리지널 약 처방이 증가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다 영업력이 강한 제약회사의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 또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들은 연구 기술개발보다는 영업에 치중하는 행태를 보였고 그만큼 불법 리베이트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이렇듯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쌍벌제를 논하기에 앞서 국산 복제약 가격결정 구조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과 잘못된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와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우선 국내 복제약에 대한 생동성시험 재평가와 원가 분석을 통해 복제약가를 대폭 낮추는 것이 리베이트 문제 해결의 급선무입니다. 또 의약분업을 국민선택분업으로 전환하여 불요불급한 조제료를 대폭 낮추어야 합니다.
셋째,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양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리베이트 수수에 대해서는 기존 법령에서 충분히 규율하면서, 동시에 PMS(의약품판촉 설문조사)와 학술연구지원 등을 제도화하고,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나 비용대비효과약인센티브제 등을 도입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보장받게 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생동성시험 강화, 합리적인 약가등재제도 마련 등을 통해 복제약의 거품을 제거하여 제약사들의 비정상적인 영업행태를 바로잡아야 하고, 또한 제약사의 신약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부실한 의약품을 퇴출시킴으로써 제약사들이 불법적인 영업보다는 제품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넷째, 의사들이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우리협회는 어려운 의료현실에도 불구하고 의사회원들의 명예와 품위를 지키며 올바른 의사윤리에 입각하여 의술을 펼칠 수 있도록 독려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히는 바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복제약을 판매하는 제약사들의 불법 영업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당장 내일부터라도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의사의 허락 없이 의료기관 출입을 엄금할 것을 요구합니다.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에 관해서도, 오직 처벌로써만 이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의료계 자정능력을 배양하고 이와 더불어 의사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또 합법적인 틀 안에서 의료기관을 경영할 수 있도록 수가를 현실화하고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약제비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약제비의 증가요인은 의료인의 과잉처방이나 고가약 처방 보다는 인구의 고령화 및 만성질환자의 급증, 복제약의 거품과 고가신약의 증가 등 사회적 요인이 훨씬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하의 약가결정시스템에서 의료기관은 보험약가를 결정하는 주체가 될 수 없음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는, 의약품 리베이트 비용이 약가에 반영되어 약제비가 증가 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허구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통제와 관리의 원칙’ 속에서 의료기관을 규제만할 것이 아니라 약가를 결정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리베이트 쌍벌제를 강행하여 약제비 증가의 원인을 의사들에게 전가한다면, 의사들은 어쩔 수 없이 오리지날 위주로 의약품을 처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약제비 절감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의협 역시 작년도 건정심 수가결정 과정에서 약품비 절감을 부대조건으로 하였던 합의를 정부가 먼저 깨뜨리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우리 협회는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히는 바입니다. 이와 더불어,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자정노력 및 캠페인 전개 등 적극적인 활동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대한 노력 없이 처벌의 잣대로만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에 대해 접근하려 하는 현재 방식을 고수한다면, 집회 시위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저지할 것임을 분명히 천명하는 바입니다.
2010. 4. 21.
대한의사협회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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