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국대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표면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냈다.
건국대 물리학부 박배호 교수와 최진식, 김진수 연구원(박사과정)팀은 그동안 개념상으로만 알려졌던 그래핀의 미세한 주름 구조와 도메인 구조, 구조들의 생성원리과 열처리 공정을 통한 주름구조 제어 가능성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건국대에 따르면 이 연구팀은 그래핀을 응용한 초고성능 전자소자 개발 등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표면구조의 비밀을 처음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그래핀의 휘어지는 전자소자 등의 응용가능성을 한 단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핀은 흑연의 표면층을 가장 얇게 한겹 떼어낸 2차원 탄소나노구조체로 실리콘이나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강도도 강철보다 200배이상 강하며 열전도성과 신축성이 뛰어나 늘리거나 구부려도 전기전도성이 유지돼 현행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차세대 전자 소자와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입는 컴퓨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꿈의 신소재’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론적으로 예측됐던 그래핀의 이러한 뛰어난 특성들이완벽하게 구현되지 못했으며 원인 중 하나로 그래핀의 주름구조가 의심되어 왔으며 이 주름구조의 원인과 형태를 국내 연구팀이 규명하고 이를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주름구조는 그래핀의 전기적 자기적 특성에 영향을 미쳐 이 물질로 만든 소자의 성능을 저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름 구조의 생성 원인과 구조를 규명하고 이를 제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세계 과학계에서 그래핀의 상용화에 매우 중요한 연구 과제였다.
연구진은 기계적 박리법을 이용해 제작한 그래핀 박막을 원자힘 현미경을 이용해 측정한 결과 물리적으로 똑같은 특성을 지닌 단일층 그래핀 내에서 마찰력이 현저히 다른 구역(비등방성 마찰력 도메인)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
원자힘현미경은 작은 바늘처럼 생긴 탐침이 이동하며 표면의 형상이나 물성을 측정한다.
건국대 최진식 연구원은 “그래핀 표면에서 탐침이 좌우 또는 위아래로 움직일 때 마찰력이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면서 “그래핀 표면에 여러 방향으로 주름이 잡혀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 연구진은 마찰력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그래핀에 잔주름의 방향이 다른 구역(domain, 도메인)이 존재하는 것을 찾아냈고 적절한 열처리 공정을 거치면 이런 구역구분이 없어지면서 전체가 일정한 마찰력을 보이도록 재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 연구원은 “그래핀을 400도에서 5분간 가열했더니 표면의 주름이 한 방향이 됐다”며 “주름의 방향을 제어할 수 있게 돼 그래핀의 응용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건국대 박배호 교수는“이번 연구는 주름구역의 존재를 최초로 확인했다는 것과 주름구조의 제어 가능성을 보임으로써 휘어지는 전자소자 등의 응용가능성을 한 단계 확장시켰다는 의의가 있으며, 향후 활발한 후속연구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단일층으로 된 그래핀은 자체 표면의 물질이어서 구조적 특성을 밝히는 것은 그래핀의 역학적, 전기적, 자기적 응용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연구 성과로 평가된다.
그래핀은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의 주제로 선정될 만큼 인간에 유용한 연구가제다.
그래핀은 전자 이동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한다.
뿐만 아니라 강도가 높아 휘거나 비틀어도 부서지지 않아 최근 전자소재 기기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플렉서블 전자기기와 투명전극, 나아가 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는 초고속, 초고용량의 전자소자를 구현할 ‘꿈의 신소재’로 불리고 있다.
흑연에서 단일층 그래핀 막을 분리해 내는 박리법은 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래핀 시편의 제작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연구팀은 박리법을 이용해 제작한 그래핀 박막에서 원자힘 현미경의 마찰력 모드를 이용해 도메인들이 구분 되는 현상을 최초로 확인했다.
박리법으로 형성된 그래핀 박막은 결정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이미 유수의 논문들을 통해 현존하는 소재들에서 볼 수 없는 양자물리와 관련된 특이한 특성들이 확인됐다.
하지만 완벽한 2차원 구조의 그래핀 소자에서 이론적인 결과들을 통해 예측된 뛰어난 특성들은 실험적으로 완벽하게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물리학계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실제 그래핀의 구조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주름구조의 존재를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박 교수팀은 교과부 WCU 사업의 1유형으로 신설된 양자 상과 소자 전공, KAIST의 박정영 교수는 WCU 사업 신설된 EEWS대학원에 소속돼 이번 연구가 WCU 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 연구에 그래핀의 국내 최고 전문가 KAIST 박정영 교수팀, 서강대 정현식 교수팀, 성균관대 이창구 교수, KIAS 손영우 교수팀 등이 공동 연구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국내 연구팀이 한 발 앞서나가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제 1 저자인 최진식 박사과정은 제 2 저자인 김진수 박사과정과 함께, 학부·석사·박사를 모두 건국대에서 마친 순수 국내파로 학부 때부터 박 교수의 지도를 받아왔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그래핀의 주름에 의한 도메인 구조를 관찰하고 열처리 공정으로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향후 고성능 그래핀 소자의 상용화를 위해 필수적인 물성평가와 공정 기술의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팀은 WCU(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사업 지원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Science)’誌에 8월 중 게재될 예정이다.
이미 이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온라인 ’사이언스 익스프레스(Science Express)’에 7월 1일자(한국시간)로 소개된 바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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