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희귀안과질환자 ‘자가 배양 코점막 이식’으로 시력 회복

오른쪽 눈 ▲수술 전 ▼수술 후

난치병으로 알려진 ‘스티븐슨 존슨 증후군’ 진단을 받은 안과질환자가 ‘자가 배양 코점막 이식’으로 실물을 보게 돼 이 수술을 한 중앙대병원 안과 김재찬 교수가 화제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김재찬 교수

‘자가 배양 코점막 이식’이란 자신의 코점막을 소량 떼어내 실험실에서 배양한 후 자신의 눈에 이식하는 수술을 말한다.

중앙대병원 안과 김재찬 교수팀에 따르면 54세 최선형씨는 5년 전 ‘스티븐 존슨 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이라는 생소한 병명의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그녀는 양쪽 눈의 심한 각막 혼탁과 표면 석회화, 각막 윤부 줄기세포 결핍으로 자신의 손톱 길이도 제대로 알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시력이 떨어져 있었던 데다, 심각한 폐질환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숨쉬기가 힘들어 항상 옆에서 남편이 부축하고 다닐 정도로 일상생활이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

그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내 종합병원을 찾았지만 수술이 매우 어렵고 수술을 해도 재발이 매우 흔한데다 회복 가능성이 낮아 수술하기를 꺼려해 보존적 치료만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최 씨가 앓고 있는‘스티븐 존슨 증후근’은 100만 명당 1명에게 생기는 희귀한 질환이다.
이 병은 피부와 점막의 혈관이 이상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자가 면역 질환이다.
게다가 얼굴, 손, 발 등에 전신적인 수포성, 출혈성 피부병과 폐와 위장관에 이상을 초래한다.

또 안구 표면에서 심한 염증을 유발해 각막 상피의 재생에 큰 역할을 하는 각막 윤부 줄기세포의 결핍을 초래하고 각막 표면의 석회화, 신생혈관 형성, 혼탁을 유발, 시력을 급격히 떨어뜨리는데다 눈꺼풀과 결막을 유착시켜 안구 움직임을 제한한다.

이 질환은 이 모든 증상들이 한번 발생하면 원상복귀 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해 치료가 원천적으로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씨는 2011년 6월경 김 교수를 찾아 자가 배양 코점막 이식술과 양막 이식술, 각막 이식술 등 3차례 수술 끝에 재발이나 악화되는 증상이 없이 시력을 완전히 회복하게 됐다.

왼쪽 눈 수술전

자가 배양 코점막 이식,양막 이식 후

각막 이식수술 후

최 씨가 김 교수를 처음 만날 당시 눈 앞 30cm의 손가락만 셀 수 있는 정도의 시력이 떨어진 오른쪽 눈과 눈 바로 앞에서 손을 흔드는 정도만 파악할 수 있는 왼쪽 눈에 눈꺼풀과 결막간의 심한 유착으로 눈의 움직임이 상당부분 제한된 상태였다.

수술에 들어간 김 교수는 최씨의 왼쪽 눈 각막 석회화 조직 제거 후 거부반응 확률이 적은 무세포 각막을 부분 층에 이식했다. 다음으로 김 교수는 조직 재생과 재발 방지를 위해 자가 코점막을 배양해 안구 표면에 이식했다.

이후 각막을 기증 받아 왼쪽 눈에 전측 각막 이식술과 백내장 세 번째의 수술을 걸쳐 최씨의 시력을 0.3까지 회복시켰다.

김 교수는 각막에 궤양이 악화돼 구멍이 생기기 직전까지 도달한 그의 오른쪽 눈을 살리기 위해 각막 표면에 세겹의 양막과 한겹의 자가 코점막 이식 수술을 해 시력을 0.1까지 회복시키며 재발을 아예 없앴다.

이 결과 최 씨는 양쪽 눈의 시력이 호전됐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었다.

최씨는 “3년 만에 제 손톱이 보이고, 간호사 옷에 무늬가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며 “김 교수의 목소리만 듣고 젊으신 분인 줄 알았는데 실물을 보니 나이가 있으신 분”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김 교수는 “최씨가 앓고 있던 스티븐 존슨 증후군은 난치라고 할 만큼 심각한 정도여서 치료를 해도 오히려 삶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는 매우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오래 연구해온 코점막 이식, 양막 이식과 각막 이식으로 시력이 호전돼 환자에게 새 인생의 희망을 심어줄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양막 이식 치료법에 관한 논문을 1995년에 발표해 피인용 논문이 500회에 이르는 한편, 2010년에는 안구건조증과 줄기세포결핍성안질환(안구화학화상, 안구열화상, 스티븐 존슨 증후군, 안구수포창 등)으로 인해 변성된 안구 조직에 환자 자신의 코점막을 이식해 우수한 치료 성과를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