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심장 스텐트 협진을 강제한 고시 개정안은 질병 치료의 보장성을 현저히 약화시켜 애꿎은 환자만 생명을 위협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심장학회와 심혈관중재학회는 5일 가진 기자간담회(사진)에서 “중중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심장 스텐트 시술시 심장통합진료(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의 스텐트 협진)를 의무화한 보건복지부의 급여 개정안은 환자 안전을 무시한 왜곡된 고시”라면서 “졸속 행정의 표본으로 원점에서 재 논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이다.
이들 학회는 “복지부가 고시를 개정하면서 절차상 반드시 필요한 전문가( 대한심장학회, 심혈관중재학회)와 충분한 협의조차 없었다”며 “환자의 안전과 치료 선택권을 고려해 반드시 원점에서 재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월 30일 평생 3개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했던 심장 스텐트를 개수 제한 없이 건강보험을 적용하되 최적의 환자 진료를 위해 순환기내과 전문의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협의해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한다며 심장통합진료 대상으로 중증 관상동맥질환 중 보호되지 않은 좌주관상동맥, 다혈관 질환을 고시했다.
삭감 근거 만든 ‘급여 사전심사제’
이들 학회는 이번에 스텐트라는 치료 재료에 대한 급여기준을 정하는 고시에 불합리한 행위 기준을 추가해 의학적 근거와 환자의 선택이 있더라도 급여를 적용 받으려면 치료를 결정하기 전에 타과 전문의의 의견을 먼저 확인한 뒤 치료를 결정하게 함으로써 삭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사실상 급여 사전심사제와 같다는 논리를 폈다.
이처럼 확립되지 않은 치료법(decison making skill)을 일괄 적용하도록 고시함으로써 ‘환자 불편과 안전에 대한 위험 가중, 치료 선택권 저해’, ‘대형병원 환자 쏠림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 가속’, ‘심장통합진료 시 불협화음 우려’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게 이들 학회의 지적이다.
대한심장학회 오동주 이사장은 “정부가 확립되지 않은 치료법을 일괄 적용하도록 고시를 통해 강요함으로써 의사의 진료권을 부정하거나 뺏는 것은 물론 국민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게 하는 꼴이 됐다”며 “새로운 형태의 불합리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오 이사장이 지적하는 문제를 정리하면 이렇다.
정부가 스텐트 시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개수 제한을 폐지해 건강보험재정을 추가로 투입,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고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스텐트 시술이 늘어나 오히려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 심장통합진료 적용 대상 환자에 대한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행위급여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오 이사장은 “이런 내용의 고시가 12월 1일부터 시행될 경우 스텐트 시술을 하는 전국 병원과 스텐트 시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또 이들 학회는 복지부가 근거로 삼은 유럽 심장학회의 가이드라인을 법규로 강요한 것도 문제로 꼽았다.
협진 강요하는 규제와 ESC 가이드라인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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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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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가이드라인 2014년 수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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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사항 나-(1) 상기 2가지(좌주관동맥
질환, 다혈관질환)에 해당하는 질환에 대해
관상동맥조영술 후 심장통합진료를 통해
치료방침을 결정한 경우에 사례별로
급여를 인정함. (2) 심장통합진료 시간,
참여의사 성명 및 서명, 치료방침 결정
결과, 결정사유 등을 진료기록부에 기록 |
Multivessel Stable CAD required Multidis
ciplinary Decision Making (Class I, Level C).
좌주관동맥질환의 PCI 는 SYNTAX 22 이하
에서는 Class I Level B, SYNTAX 23-32에선
Class IIa.
해당 기관의 진료지침 (Institute protoc
ol)을 만들어, 개별 환자를 놓고 토의하면서
환자를 기다리도록 하는 일이 없도록 권고. |
흉부외과 수술 불가능한 기관 가이드라인 해석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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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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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CC AHA SCAI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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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만 실시 가능한
요양기관은 인근 Mentor cardiac surgery
center와 의료협약(MOU)를 체결하고 심장
통합진료를 실시하여야 함.
(1) 의료협약(MOU) 가능 요양기관은 아래
요건을 모두 만족하여야 함.
○ 90분 이내 응급 관상동맥 우회술 실시
가능 요양기관 |
(Low-volume center) 의 경우 PCI 결과 및 성
적이 좋지 않을 것이 우려되므로 high volume
center (3차 기관 tertiary center)와 환자
전원 등에 관하여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 |
예외 경우에 대한 가이드라인 해석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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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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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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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경우에는 심장통합진료를 통해 치료
방침을 결정한 경우에 사례별로 요양급여를
인정함. 다만,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응급
상황인 경우에는 심장통합진료를 거치지
않더라도 사례별로 인정함 |
급성관동맥증후군(Acute Coronary Syndrome)
환자는 Heart Team 대상이 되지 않으며,
안정성 협심증 환자 경우에도 다혈관질환자는
기관별 protocol을 만들어 환자를 기다리게
하지 말 것. |
협진 강제한 고시는 ‘원격진료 전 단계 조치’
오 이사장은 “유럽의 경우 시술자가 필요에 따라 협진(heart team)을 선택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억지로 만들어낸 인위적인 기준에 따라 적용하려는 상황”이라며 “위급한 환자를 기다리게 하는 비용(입원일수)과 치료방침을 결정하기 위한 협의를 갖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돼 위험성(사망율 증가)이 높아져 권장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고시에서 정한 ‘90분 안에 응급관상동맥수술 가능한 병원’과 협약(MOU)은 학문적 근거조차 없으며 이러한 기능을 갖춘 병원과 1대1 심장통합진료를 요구하는 내용도 복지부가 국제기준이라고 제시한 유럽의 권고안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대한중소병원협회 라기혁 학술위원장은 “복지부가 의료협약을 체결한 의료기관의 흉부외과 의료진이 항시 대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현실과는 다르다”면서 “MOU를 한다고 해서 소속된 병원이 관리하던 환자의 안전을 무시한 채 실시간으로 통합진료를 할 수는 없는 게 지금의 여건”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들 학회는 복지부가 협진을 위해 MOU를 권장하는 것은 환자의 기록만 보고 치료법에 대한 의견을 내라는 것과 같다며 정부가 고시를 빌미삼아 원격진료의 전 단계를 만드려는 의도를 숨긴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학회는 “이번 개정안의 규제로 심장환자의 필수 의료행위가 불필요하게 제한을 받게 돼 질병 치료의 보장성이 현저히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더 큰 문제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8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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