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여개사 세무조사서 드러난 정황이 ‘빌미’
국세청, 제약사 100여곳에 ‘4년간 상품권 사용처 명단’ 요구
최근 세무당국이 제약사가 법인 신용카드로 구매한 상품권의 사용처를 추적에 나서면서 일시에 업계가 대 혼동에 빠졌다.
이번에 세무당국의 불법 리베이트 추적하는 방식이 과거와 전혀 다른데다 조사대상이 무려 100여 개 제약사에 이른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세무당국이 제약사에 보낸 ‘법인세 신고관련 해명자료 제출 안내’란 공문을 통해 자료제출기한 내 사용처를 밝히지 않으면 불법 리베이트로 간주, 상품권 구매 액을 거래로 생긴 손실 비용 아니라 손금불산입으로 처리, 대표자의 과세소득으로 처분하겠다며 강경방침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품권 구매 액을 순수 거래로 손해를 입은 돈이 아니라 과세소득으로 따져 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거다.
만약 제약사가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면 상품권 금액에 소득세 최고세율 38%를 추가로 떠안게 된다는 뜻이다.
손금불산입(損金不算入 inclusion in gross revenue)이란 거래상 손해를 입은 돈(손금, 손비)으로 판단할 수 없어 과세소득으로 봐 계상해야 한다는 법인세법상의 용어다.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받아 든 제약사에 따르면 국세청은 1~5년 사이 4년간의 법인 신용카드로 구매한 상품권(선불·기프트카드 포함)의 사용처를 제출할 것과 이를 소명하지 않으면 상품권 구매 액을 손금불산입으로 처리, 대표자가 상여로 받은 것으로 간주, 처분하겠다고 통보했다.
공문엔 국세청이 각 제약사가 사용한 법인 신용카드의 상품권 구매금액이 자세하게 게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일부 제약사에선 “사실과 다르다. 이제는 법인 신용카드의 사용내역까지 들춰내는 지경까지 왔다. 직원들에 인센티브로 지급된 상품권 내역을 모두 밝히는 것은 도를 넘어 너무 지나치다”면서 “불황에 고전하는 기업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려는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까지 벌여야 할 상황이 왔다”며 험난한 분쟁을 예고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이 강경하게 칼을 빼든 것은 지난해부터 10여개 제약사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회사 돈으로 사들인 상품권이 병원이나 약국 등으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적잖은 상품권이 의사나 약사들에게 ‘뒷돈’으로 들어간 것을 직원들의 복리후생 등에 사용한 것처럼 계상하는 수법을 써왔다는 해괴한 입소문까지 줄을 잇고 있다.
현금이나 같은 용도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나 기프트카드를 선호하는 의사들에게 법인카드로 구매한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제공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이 활용되는가하면 강화된 리베이트 규제로 사용 비중이 줄었지만 여전히 상품권이 주요 리베이트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일각의 미목격담이 일부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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