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국에 AI 확산 여파 겹쳐 "힘들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 터진 후 '관심' 시들
[보건타임즈] 정치권과 고위공직자의 끊임없는 각종 비리에 이골이 난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와 환영을 받았던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천덕꾸러기, 가시엣 법으로 급락하고 있다.
발단은 시행 초부터 김영란법의 애매한 법적용 등으로 사회와 전 산업분야에 혼선을 줘 적지 않게 혼란과 파장을 일으켜 온데다 어려운 서민경제의 발목까지 잡게 되면서 비롯됐다.
현재 여론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사건, 미국 금리인상 등 어려운 시국에 '고병원성 AI 확산 여파까지 겹쳐 꽉 막힌 서민경제의 숨통을 조금이라도 틔울 수 있도록 옥죄는 '김영란법'의 폐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론이 이토록 '부정청탁금지법'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부정청탁금지법'의 하위법령 시행령을 통해 일반인들이 평소 즐기는 음식은 물론 선물, 한국인이라면 경조사 시 으레 내는 축의금·조의금 등 부조금과 화환·조화 등에 이르기까지 적용함으로써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봐서다.
실제 보건의약 등 전 산업분야에 걸쳐 중소기업이나 생계형 요식업, 화훼업종 등 자영업의 경우 '김영란법' 시행 후 매출이 급감하거나 끊긴 상태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사건, '고병원성 AI 확산 여파까지 겹쳐 폐업이 속출하는 등, 서민경제를 지탱해온 구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식사·다과·주류·음료 등 음식물은 3만 원, 금전과 음식물을 제외한 선물은 5만 원, 축의금·조의금 등 부조금과 화환·조화를 포함한 경조사비는 10만 원으로 각각 제한한 것은 물론 이를 어겼을 땐 수수료금액의 2~5배를 물게 해 활성화시켜야 할 서민경제를 아예 가로막고 있다는 거다.
이렇듯 이법의 제정취지가 부정청탁과 금품 등 수수를 막아 비리, 부패의 고리를 끊겠다며 들이댄 잣대가 애매하게 서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식사·다과·주류·음료 등에 맞춰져 애꿎은 서민경제만 크게 타격을 받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사회풍속도까지 바꿨다.
김영란법 시행 후 매상이 크게 떨어진 백화점에선 궁여지책으로 5만 원이하의 4만 9,900원대 선물을 기획하는가하면 한식이나 일식음식점은 저마다 자주 찾는 식객을 배려해 3만 원이하, 2만 9천원의 부정청탁금지법 메뉴판을 선보인다든지, 상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혼자 즐기는 혼술족, 혼밥족의 등장 등 웃지 못 할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공직자, 언론계, 사립학교 교직자들은 주변이나 지인의 결혼식 주례 등을 사절하는 것이 통념이 돼가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엔 이들 직종 퇴직자에 주례가 몰려 새 직종이 생겼다는 우수개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두 번째 김영란법의 여파가 심각한 곳은 공직사회다.
서민경제 속 경기흐름을 들여다보며 실물경제정책안을 기획하거나 민원을 다뤄야 할 정부부처나 지자체, 공공기관 공직자들조차 민원인을 만나다가 괜한 오해를 사 의심을 받을까 우려해 부득이 만나야 할 상황이 아니면 문을 꼭꼭 걸어 든 채 아예 전화 상담에만 의존하고 있다.
김영란법 이후 기업의 사업여건도 더 어려워졌다.
상거래 상 설득이 필요해 부득한 사정으로 만나려 해도 상대가 혹시나 김영란법에 저촉될까 우려해 아예 기피, 거래를 트기 위한 영업은커녕 실무자와 대면조차 할 수 없게 돼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거래를 목적으로 한 각종행사와 주선하는 자리는 이미 뚝 끊겨 어려워진 경기가 더욱 악화되는 것은 물론 '김영란법'의 애매한 법적용 등으로 사소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관할부처에 질의, 확인해야하는 번거로움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것.
부정청탁거래 위반행위 적발 시 법적용이나 처벌에도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김영란 법안이 형법, 민법을 비롯해 의약계의 경우엔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에서 부정청탁부분만 추려내 따온 것이어서 서로 겹쳐 어느 법에 적용할지, 처벌받을지가 문제라는 게 일부 법조계 종사의 지적이다.
단지 다르다는 것은 김영란법 시행령에 적용대상과 한도수수료액수, 처벌수위가 들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시행령이란 법률을 시행하기 위해 발령하는 대통령의 명령을 말한다.
이를 두고 항간에선 김영란법의 부정청탁과 금품 등 수수를 막아 비리, 부패의 고리를 끊겠다는 제정 취지를 빗대 박근혜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비꼬아 '윗선의 부정부패만 키워 서민 밥그릇을 엎으려한다'는 비속어까지 나돌고 있다. 또 '빈대잡으려 초간삼간 타 태운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법 초안 제정당시엔 위헌여부에 휩싸였다. 당초 '부정청탁금지법'은 2011년 현직 여검사가 변호사로부터 사건 청탁을 대가로 벤츠 자동차와 샤넬가방 등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직자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던 '벤츠 검사 사건'으로 제정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결국 내연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주고받은 선물일 뿐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공직자의 부정부패 방지 법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법안 마련의 단초가 됐다.
2012년 8월 16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직자가 100만 원을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기에 이르렀으나 공직 사회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에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라 여겨 내용이 여러 차례 수정된 뒤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만 무려 3년 가까이 걸렸다.
이 법은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 2012년 발의한 법이어서 ‘김영란법’이라고 불린다.
이후 김영란법은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또다시 논의의 물살을 타기 시작했으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제정안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뺀 대신 사립교원ㆍ언론인 등 민간부문으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반쪽 입법’ 논란을 불러왔다.
'이해충돌 방지'란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공직자 등이 직무수행 시 사적 이해관계가 얽혀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을 가리킨다.
결국 법안은 2015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변호사협회와 기자협회 등이 헌법소원을 내면서 위헌 시비에 휘말렸다.
헌재는 당시 "언론인과 사립학교 임직원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서 교육과 언론이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영역인 만큼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이 요구된다"며 7대 2로 합헌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헌재는 김영란법에서 명시한 이들의 배우자가 수수가 금지된 금품을 받은 경우 공직자 등이 이를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한 조항을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음식물·경조사비 등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가액의 상한을 법으로 정하지 않는 대신 시행령에 위임한 부분도 "현실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탄력성이 있는 행정 입법에 위임해야 한다"며 합헌을 결정했다.
변협과 언론계가 문제 삼는 김영란법의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쟁점엔 재판관 전원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을 확정했다.
이런 쉽지 않은 법 제정을 거친 부정청탁금지법은 2016년 7월 28일엔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에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법안을 발의한지 4년여 만에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16년 9월 28일 본격적으로 시행되게 됐다.
법안은 당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 적용대상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공무원을 비롯해 공직유관단체 임직원(160만 명), 교직원(70만 명), 언론사 임직원(20만 명) 등 250만 명이며, 이들의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약 400만 명에 이른다.
지난 9월 5일엔 국민권익위원회가 2016년 9월 5일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 기관 4만 919곳을 공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공공 분야는 ▲국회·법원·헌법재판소·감사원·선관위·인권위 등 6곳 ▲중앙행정기관 42곳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 260곳이며 공직유관단체 982곳과 공공기관 321곳도 포함됐다.
국회의원도 적용 대상이다.
법 적용을 받는 각 급 학교는 총 2만 2412곳으로 유치원 8930곳, 초·중·고등학교 1만 1799곳, 외국인학교 44곳, 일반대·전문대·대학원 398곳, 사립학교 1211곳, 기타 학교 30곳 등이다.
언론사는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는 곳(1만 7210곳)이 모두가 적용대상이 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