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교수 "조기에 발견해야 치료 효과적"
주기적인 성 호르몬 억제제 투여 통해 '사춘기' 지연
[보건타임즈] #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00씨(37∙여)는 올해 초등학생이 된 딸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가 요즘 들어 부쩍 말수가 줄어든 데다 샤워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어서다. 이 씨는 문득 아이의 또래보다 큰 키와 옷을 입히다 본 가슴의 멍울이 떠올라 딸아이가 혹시 성조숙증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최근 이 씨처럼 자녀의 빠른 성장을 걱정하며 병원을 찾는 부모들이 점차 늘고 있다.
성조숙증은 키 성장과 함께 유방 또는 고환의 발달, 음모와 여드름이 생기는 등의 2차 성징이 또래보다 일찍 나타나는 질환이다.
사춘기는 평균적으로 여자아이의 경우 만 10세, 남자는 만 11세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성조숙증 아이들은 이보다 2년 앞선 만 8~9세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된다.
성조숙증 환자, 10년 새 '12배 급증'
성 호르몬 분비 촉진하는 '자극적인 영상'도 원인
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86,352명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2년(53,333명)과 비교해 약 1.5배 이상 늘었으며 10년 전 2007년과는 무려 1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최근 10년 새 성조숙증 환자가 급증하게 된 것은 소아비만, 환경 호르몬의 노출 그리고 스트레스 등이 주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의 성조숙증 환자들은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나타나는 특발성 성조숙증이지만, 나이가 매우 어릴 땐 뇌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순 교수(사진)는 "아이들이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에 자주 노출되는 것도 성조숙증의 유발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자극적인 콘텐츠는 뇌신경을 자극, 성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분별력이 미숙한 아이들을 위해선 이에 노출되기 쉬운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을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치료, '최종 성인 키가 작을 때'
또는 '초경, 사춘기 발현에 심리 불안정 할 때' 시행
김 교수는 "성조숙증이 진단됐다고 무조건 치료를 하지 않는다"며 "아이의 상태를 다방면으로 평가한 뒤 또래와 다른 신체변화로 심리 상태가 불안정한다거나 성장 판이 조기에 닫혀 최종 성인 키가 부모 중간 신장 또는 목표 키보다 작을 때 시행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조기에 성조숙증을 발견하면 정상적인 성장을 유도할 수 있지만,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효과는 그만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아이의 신체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치료는 사춘기를 지연시키는 성 호르몬 억제제를 한 달 간격으로 투여하게 된다면서 발달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2~5년의 장기치료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성조숙증을 방치하다간 2차 성징이 빨리 시작돼 성장 판이 일찍 닫혀 최종 성인 키가 최종 예상 키보다 훨씬 작을 수 있다"며 "과거에 비해 아이들의 과영양 상태가 흔해지면서 발육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성조숙증은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해 아이의 심리와 신체에 변화가 나타났다면 소아청소년과에 찾아 정확한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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