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로부터 쌍벌죄 도입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인식돼 가혹한 보복을 받고 있는 국내 제약계가 제도 도입 과정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역할을 밝히며 물타기에 나섰다.
이에 반해 다국적 제약사들은 쌍벌죄 도입에 따른 이해득실을 계산한듯, 제도 도입 후 어떤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몸을 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어부지리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고 주장한다. 실제 다국적의약산업협회 관계자는 쌍벌죄 도입직후 본지의 입장표명 요구에 "민감한 사안이기에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제약계는 의사들이 유한안동대라는 식으로 제약 5적이니 하며 국내 제약계에서 영향력 있는 회사들을 쌍벌죄 도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목하며 보복에 나서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제약사 몇몇의 주장으로 쌍벌죄 같은 제도가 도입될 수 없음을 설명하는 소극적 해명에 나섰으나 이제는 쌍벌죄 도입에 따라 어부지리를 얻게 생긴 외자사들의 쌍벌죄 도입의 주요 역할을 밝히며 물타기에 나섰다.
실제 제약협회 관계자는 외자사들이 쌍벌죄 도입 초기에 적극 찬성 주장을 밝혀왔으나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유통시장의 투명성을 여러번 주장했는데 그 투명성에는 쌍벌죄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쌍벌죄 도입에 영향을 끼친 제약사로 의사들에게 밉보인 국내 한 제약사는 영업사원에게 배포한 자료를 통해 외자사들의 쌍벌죄 도입 과정에서의 역할을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그 자료는 '우리 회사는 쌍벌죄 입법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며 '쌍벌죄 도입은 4년전 한미FTA 체결 당시부터 외자 제약사들이 주장해왔고, 외자제약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 다니며 국내 제약사의 영업형태를 꼬집기 일쑤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주장은 지난해 KRPIA가 발행한 제약산업 윤리경영 확산 정책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쌍벌죄 도입 주장이 실려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분명한 기준을 마련해 리베이트에 관련된 당사자는 주는쪽과 받는쪽 모두 처벌하는 쌍벌죄를 시행'해야한다고 적혀있으며 '일본의 사례나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한층 강화된 방안이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같은 국내 제약계의 노력에 물타기가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의사들은 지난 3월 12일 저가구매인센티브 관련 전재희 장관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여한 국내 제약사들이 쌍벌죄 도입을 적극 요구했다며 이들에 대한 보복 주장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날 국내 제약업계 대표들은 전재희 장관에게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기 전에 쌍벌죄부터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제약협회마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었다.
제약협회는 3월 17일 '리베이트 없애려면 쌍벌죄 선시행되어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제약업계가 12일 보건복지부장관과 간담회에서 리베이트를 없애려면 주는 자와 받는 자를 함께 처벌하는 쌍벌죄가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보다 먼저 시행돼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결국 국내 제약사들도 외자 제약사들만큼이나 쌍벌죄 도입을 찬성했던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국내 제약사건 외자 제약사건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를 도입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다국적사건 국내사건 다국적의약산업협회건 제약협회건 특정 제도를 도입하는데 누가 주도했냐는 식으로 알려지고 논란이 일어난 것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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