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판에서 제약사와 보건복지부간의 리베이트약가연동제를 둘러싼 법리 싸움이 한 치 양보 없이 격렬해지고 있다.
재판 초반부터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제도의 문제를 들춰내려는 제약사와 건강보험재정의 안정화를 앞세워 필요성을 강조하는 복지부가 종료직전까지 난타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제3행정부는 4일 오후 구주제약과 영풍제약이 제기한 '약제급여상한금액인하처분취소청구' 소송 및 '보험약가인하처분취소' 소송에서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됐다.
이날 변론으로 시작된 공판에서 영풍제약은 복지부의 불평등한 과다 행정제재를 문제 삼았다.
영풍제약 변호인은 "이 소송의 불씨는 빨대로 여길 정도로 의약품수급자가 집요하게 리베이트를 요구해와 금품을 건네는 게 영업사원으로선 불가항력적인 대응이었다. 당시 수수자만 중형을 선고받고 제약사 측은 별도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문제가 된 수백여 만원의 금품을 준 원고 측만 20%의 약가인하라는 행정처분을 받아 수십억 원의 손해를 입게 됐다. 타 제약사의 경우 같은 사건인데도 인하율이 1.82%에 불과했다며 불합리한 처분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구주제약 변호인도 같은 주장을 내놨다.
구주제약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의약품수급자에 의해 저질러졌다. 그동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노력을 펴 온데다 방조하거나 강요하지도 않은 제공자에 모든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약가의 거품을 제거하려면 거품만 골라 제거하는 게 마땅한 것인데 복지부는 통에 들어있는 물을 퍼내려는 꼴"이라며 "이러한 행정편의주의 발상으로 제약사만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복지부 변호인은 건강보험 제도의 당위성을 앞세워 제약사측 주장을 반박했다.
복지부 변호인 측은 "건강보험은 잘 만들어진 제도지만 해마다 재정 악화로 보장성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며 "전체 보험의 30%를 넘게 차지하는 약가의 거품 제거하려는 노력을 펴오고 있다. 공정위도 밝혔듯이 약값의 20%가 리베이트로 드러나 리베이트연동 약가인하 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원고 측의 주장대로라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나아가 제도를 포기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 "복지부는 수사할 권한이 없는데다 행정처벌은 과잉 또는 이중으로 조치할 수 없다"며 "과다처방 고가 약 위주의 처방 등 계속됐던 만큼 리베이트약가연동제를 통한 약가의 합리화 정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제도에 대한 양측의 이해가 근본적으로 너무나 다르다. 승패는 다음 달에 선고하겠지만 판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 같다. 원고 측 주장대로라면 40~50곳을 강도 높게 조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쟁점이 많고 행정법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최종 선고를 5월 안으로 잠정 결정하겠다고 다음 일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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