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 "현실 망각한 어긋난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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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이기철 이사, 박노준 회장 |
[보건타임즈] 산부인과 의사들이 "현행법 상 엄벌하는 낙태(임신중절)수술행위를 또다시 비도덕 진료행위로 덧씌워 가중 처벌하겠다는 것에 반대한다"며 '강경대응'이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이렇다.
현재 낙태(임신중절)수술행위를 형법으로 엄벌하면서 의료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새로 개정, 비도덕 진료행위로 덧씌워 가중 처벌하려든다고 봐서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불법 낙태수술을 한 의사는 형법 제269조와 270조에 의거 생명을 경시한 의료행위로 2년 이하의 징역을 처벌하도록 돼 있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의료법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2호는 이런 행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덧씌워, 1개월 이내 자격정지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산부의과 의사들은 지난달 22일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2호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입법예고한 것에 강경 대응채비를 마친 모양새다.
앞서 일주일전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 수술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이번엔 (기존 선거제 유지)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산부인과의사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이라며 전면대응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6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6차 추계학술대회 공식석상에서 "현재 형법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되는 임신중절수술행위에 비도덕적 의료행위란 덧씌우기를 씌워 가중 처벌하겠다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며 재차 강경대응방침을 밝혔다.
이날 박노준 산부인과의사회장은 "앞으로 정부의 정책이 산부인과만 희생을 강요하는 쪽으로 기운다면 총력을 쏟아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유전적 장애가 있다거나 강간으로 발생한 임신 등 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를 위반하게 되면 형법과 의료법에 따라 형사처벌과 함께 행정처분을 받게 돼 있다"면서 "개정안에 담긴 비도덕적 의료행위란 선고유예 이하까지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며 "덧씌워 가중 처벌하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에 의거 임신중절수술은 ▲자신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성폭행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거나 우려가 있는 경우 ▲배우자의 사망·실종·행방불명 ▲이러한 부득이한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거나 자신이나 배우자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때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 또는 친권자나 후견인까지 없을 경우엔 부양의무자의 동의가 있을 때만 허용된다.
단 이러한 사유가 있더라도 임신이 24주일 이내여만 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이를 어기게 되면 의사는 형법(제269조, 270조)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현재 입법예고에 들어간 의료법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즉시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저촉돼 1개월 이내 자격정지의 가중 행정처분까지 받게 된다.
"이처럼 임신중절수술행위를 엄벌위주로 강화하려는 정책은 앞으로 지향하겠다는 선진수준과는 딴판"이라는 게 산부인과의사회의 지적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선진국 대부분이 일정 임신주수까지 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으며 일본에서조차 당사자의 사회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현행 법률상 이들 나라와 같은 사례를 아예 찾아보기 어렵거나 없는 실정"이라면서 "현실과 너무 다른 비도덕적 진료행위란 잣대를 들이대 처벌까지 해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같이 현실을 망각한 법 개정을 강행함으로써 낙태를 불법화, 음성화하는 것은 물론 이로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OECD 선진국처럼 현실에 맞도록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임신중절을 인정하는 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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