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대신 잘못 적용한 '의원과 병원 환산지수 차이' 문제 야기
의원급, 병원보다 수가 올라 '수가 역전상황'까지 발생
상급종합병원, 같은 검사하면 되레 '수가 더 낮아지는 상황'
[보건타임즈] 대한영상의학회가 영상검사료와 판독료를 분리할 것과 터무니없이 깎인 영상 수가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위 사진:좌측부터 정준용 홍보이사, 최준일 정책연구이사, 정승은 회장, 황성일 총무이사, 이충욱 보험이사, 전창호 의무이사)
대한영상의학회는 10월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코엑스에서 열린 정기학술대회(KCR 2024) 첫날 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년 이상 국내 CT와 MRI를 포함한 영상검사 수가가 계속 깎이면서 이미 물가상승률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의원급이 병원보다 높아지는 수가 역전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학회가 공개한 실제 2010년 보사연(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회계 조사를 기반으로 한 2012년 CT 수가는 15.5%, MRI 수가는 24%가 일괄 인하됐으며, 이후 5년 뒤 2017년 2차 상대가치개편을 통해 추가로 또 5% 내렸다.
2019년 보사연이 조사한 회계에서 원가 대비 보상률은 106.3%로 또다시 수가 인하의 대상이 됐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2024년 3차 상대가치개편에선 검체·영상 행위만 종별 가산을 폐지함으로써 또 인하대상이 돼 상급종합병원의 영상검사 수가 15%나 깎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올핸 의원과 병원의 환산지수 차이(의원= 93.6원, 병원= 81.2원)로 상급종합병원이 같은 검사를 하면 비용이 더 낮아지는 역설적인 상황도 발생했다.
가령, 조영제를 사용하는 복부 CT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이 12만 8,800원으로 이보다 저렴해야 할 의원에서 14만 8,460원으로 더 비싸 역전수가 현상이 나타났다는 거다.
영상의학회에 따르면, 이 문제는 추가 가산 없이 환산지수 인상으로 영상검사의 수가 인상률을 결정, 확정함으로써 물가상승률(지난 10년 평균, 1.85%/년)에도 못 미치는 괴기한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 내년도 환산지수는 '환산지수 쪼개기'라는 편법으로 적용됐다.
내년도 예정된 인상분 1.9% 중 의원은 0.5%, 병원 1.2%만 인상하며 나머지 인상 예정분은 초진·재진료 인상(의원), 응급 진료, 수술·처치와 마취료 가산에 사용하기로 했다.
영상검사 수가는 반복된 삭감을 통해 원가 수준으로 낮아져도 내년도 인상분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까지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약 10년간 영상검사 수가의 삭감 결정 기반이 됐던 2012년 유형별 상대가치 개선을 위한 의료기관 회계 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의원급의 영상 유형은 원가의 83.91%에 불과한 수준이어도 지속적인 수가 삭감에 환산지수의 불이익까지 피해를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대한영상의학회 이충욱(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사진) 보험이사는 “상급종합병원의 영상검사 수가는 지난 10년간 의원의 평균 증가율(2.6%)과 병원의 평균 증가율(1.7%)보다 낮아, 실질적으로는 상대적 인하가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 속에 장비, 인건비, 물가 등이 계속 오른다는 것도 문제다.
CT, MRI 영상장비는 고가인 데다 지속적인 기술 발전과 물가상승으로 장비 가격이 계속 올라 심장 관상동맥을 검사할 수 있는 고성능 CT 장비는 20억 이상에 유지 보수 비용까지 상승해 순 원가의 상승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또, 영상검사엔 의사, 방사선사, 간호사 각 1명 이상의 인력도 필요하다.
국내 임금 상승률은 연 3.34%(2019~2023)로 급증하는 상황이며, 인건비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이충욱 이사는 "이렇듯 영상검사 원가는 지속 상승 중"이라며, "OECD 국가와 비교해 높은 물가 수준이 원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영상검사 수가는 다른 나라보다 매우 낮아 미국의 약 30% 미만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
실제 행위별 수가제를 도입하는 미국, 일본, 호주, 독일 등의 국가와 물가, 주요 CT 수가를 비교해보면 표와 같다.
넘베오(Numbeo, https://www.numbeo.com/cost-of-living)가 발표한 4인 가족 월 생활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4인 가족 월 생활비는 3,919.75$로 미국을 뺀 일본, 호주, 독일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표에서 보듯 국내 영상검사 수가는 비교 대상국보다 과도하게 낮다.
예를 들면 abdomen & pelvic CT with enhance(복부와 골반 CT 조영) 검사는 미국이457.37달러, 호주는 361.28달러지만, 우리나라는 95.08달러(9월 13일, 기준환율 1,332.00원/달러 적용)로 조사됐다.
CT는 장비 1대당 1회 검사에 약 15분이 소요되며, 하루 검사 시간이 8시간일 때 최대 30명을 검사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라 대략 원가를 계산하면, CT 검사당 약 10만 원 이상의 원가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평균 CT 검사비용과 비슷하다.
물론, 영상검사는 장비 사용률이 높아질수록 원가가 절감될 수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거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선 14시간 이상 가동해 하루 약 50명 이상 검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운영 방식은 일부 상급종합병원만 가능하다.
이 이사는 "이 병원들은 고가 장비의 사용, 높은 인건비, 안전관리 비용, 중환자 이용에 따른 비용 등 추가 비용이 발생, 이를 고려하면 추가 이익이 높지 않을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영상검사는 수차례 수가 인하와 원가 상승에 따라 원가 보존율이 계속 악화, 원가 이하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여전히 영상검사 수가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이는 불필요한 검사 남발로 이어져 환자들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영상의학과 의사의 업무량 부담과 인력 부족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영상검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적절한 수가를 책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승은 회장은 "지난 10년 이상 지속해서 수가가 인하됐더라도 영상검사와 판독의 질적인 수준이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유지된 것은 국내 영상의학 전문의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면서 "국내 환자들에게 세계 최상급 고품질의 영상검사 접근성과 양질의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검사의 제한과 적절한 수가 인상이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KCR 2024 학술대회의 주제 Everlasting Evolution for Patient-centered Care엔 끊임없는 발전과 혁신을 통해 환자 중심의 최상 진료서비스를 하려는 현대 의료의 필수 인프라인 영상의학과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전 세계 39개국 3,210명(국내 2,665명, 국외 545명)이 사전등록한 가운데 759개의 초록이 발표된다.
이 밖에 학회는 전공의의 참석률이 과거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지만, 해외 영상의학자가 많이 참석, 이들과 최신 지견을 공유한다.
기사최종편집일: 2025-06-15 07: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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