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9길 14에 설립된 ‘서울연통부’ 기념비(사진)가 2014년 광복절 69주년을 맞아, 서울 근대문화유적지로 거듭나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연통부’ 기념비는 서울시가 지난 1995년 광복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설립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았던 국내 최장수 제약기업 동화약품(회장 윤도준)의 창립지(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9길 14)다.
동화약품은 구국(救國)의 정신을 가진 유서 깊은 기업이다.
올해 117주년을 맞은 동화약품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약 ‘활명수’를 개발해 많은 이들의 생명을 살렸을 뿐 아니라 나라가 풍전등화에 놓여있던 일제 강점기에 판매 금액을 독립운동자금으로 지원하는가 하면 임시정부와 국내외의 연락을 담당하는 ‘서울 연통부’를 운영하며 나라를 구하기 위한 노력과 희생했던 곳이다.
당시 동화약품 CEO 3명이 독립운동가(창립자 민강, 5대 사장 윤창식, 7대 사장 윤광열)로 조국의 광복에 앞장서왔다.
‘서울연통부’ 기념비는 현재 복원하려는 대한매일신보 사옥, 새로 설치하려는 항일 독립운동가 집터 등의 표석과 함께 서울의 근대문화유적지로 거듭나기에 이르렀다.
이 기념비엔 ‘서울연통부’의 활약상과 설립 의의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서울 연통부’는 3∙1 운동 직후에 체계화된 독립운동을 위해 수립된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국내와 연락을 위해 만들어진 비밀 단체다.
동화약방(現 동화약품)의 사장이었던 민강 선생이 행정 책임자를 맡아 국내외 연락을 담당,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을 했다.
또 활명수는 식체, 토사곽란 등 질병치료, 판매금액은 독립운동가의 활동 자금 지원에 쓰였다.
당시 뛰어난 약효를 가진 신약으로 대접받던 활명수의 한 병 값은 50전이었으며 설렁탕 두 그릇에 막걸리 한 말을 살 수 있을 금액이었다.
독립운동가들은 중국으로 이동할 때 활명수를 지참했다가 현지에서 비싸게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고 전해진다.
동화약품은 CEO 3명이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일화로 꽤 유명하다.
초대 사장 민강(1883~1931) 선생을 포함해 동화약품의 현대화 기틀을 마련한 5대 사장 보당 윤창식, 7대 사장이자 명예회장 가송 윤광열이 항일 운동에 앞장섰다.
물적 지원 이외에 항일 활동에 적극 참여한 독립운동가로 잘 알려져 있다.
민강 선생은 후학 양성으로 독립운동에 힘써왔다.
그는 1909년 청년들을 중심으로 대동청년당을 결성하는가하면 소의학교(現 동성중∙고교), 조선약학교(現 서울대 약대)를 설립했으며 연통부를 국내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제공하는 등 여러 활동으로 거듭 옥고를 치렀지만, 독립에 열망을 거두지 않았다.
이같이 독립운동에 전력을 쏟게 되면서 사세가 기울어 경영이 어려워진 동화약품의 뜻을 이어받은 5대 보당 윤창식(1890~1963) 사장도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그는 경제 자립으로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조선산직장려계’를 결성했으며, 이 때문에 옥고를 치른 후 빈민 계층을 도운 ‘보린회’ 사업을 해방 이후 1959년까지 40년간 전폭 지원해왔다.
이와 함께 그는 민족 운동 단체 ‘신간회’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7대 사장이었던 윤광열(1924~2010) 명예회장은 광복군으로 활동했다.
그는 보성전문학교(現 고려대) 재학시절, 자발적으로 중국 상해에 있는 정부군을 찾아가 주호지대 광복군 5중대장을 맡아 수행했다.
동화약품은 이처럼 1897년 창립당시부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분단, 급속한 산업화 등 숱한 격동의 변화 속에서 국민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오며 국내 최장수 기업으로서 민족과 건강을 지켜온 신념이 국내에서 전무한 일업백년(一業百年)을 일구는 원동력이 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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