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성관계 '평균 13.1세' 조사 이래 가장 낮다
임신한 여학생 10명 중 7명 '인공중절 수술'
가장 많은 피임법 '체외 사정, 월경 주기법' 순
이 교수 "효과적이면서 체계적인 성교육 다급"
[보건타임즈] 요즘 국민여론에서 '낙태죄 폐지'가 연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청와대가 홈피에 국민들로부터 ‘낙태죄 폐지’를 지지하는 20만 건 이상의 청원이 답지함에 따라 임신 중절 실태 조사와 사회적∙법률적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낙태죄' 폐지의 여부는 한국사회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 태아의 생명권 등이 얽혀있는 복잡한 사안이기에 개인 또는 사회적 측면을 다각적으로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국가문제다.
다만 이보다 먼저 사전에 계획하지 않았거나 원치 않은 임신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여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지속적이면서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사진 건강한 여성재단 사무총장)'의 도움을 받아 가장 적극적이면서 효과적으로 임신을 예방할 피임법을 살펴봤다.
국내 청소녀 '피임 실천 50%' 불과
효과적이면서 체계적인 '성교육' 필요
제대로 실천하는 피임은 계획에 없는 임신을 방지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성 문화가 빠른 속도로 점차 개방되는 우리나라의 성 지식과 피임 실천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의 피임 문제는 가장 심각한 상태를 넘어선지 오래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를 겪은 여학생의 피임 실천율은 약 50%에 그쳐, 98%에 이르는 미국 여학생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턱없이 낮아 큰 격차를 보였다.
첫 성관계 나이는 평균 13.1세로 조사 이래 가장 낮았다.
게다가 임신한 여학생 10명 중 7명은 인공중절 수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청소녀의 피임 실천율이 여전히 절반에 그친 것은 정확한 성의 지식, 즉 효과적인 피임 방법의 종류와 왜 해야 하는지의 중요성, 올바른 피임 기구 사용법, 원치 않는 임신에 대처하는 방법 등 현실적인 대안들이 성교육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데에 있다"며 "성관계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점, 불법 음란물을 통해 잘못된 성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에 쉽게 노출된 점 등의 현실을 반영, 이들에게 효과적이면서 체계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체외사정, 월경 주기법' 실패율 높은 피임법
성매개 감염까지 예방 위해선 '이중 피임법' 실천
"피임 실패율이 높은 피임법을 시도하는 것도 문제"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피임 실패는 곧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봐서다.
2014년 성의학저널에 게재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성관계 시 피임을 실천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피임법으로는 체외 사정이 58%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월경 주기법(17.7%) 순이었다.
이처럼 비효과적인 피임법들이 국내에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성관계 후 여성의 질 밖에서 사정하는 체외 사정법은 사정 전 남성 성기의 분비물에 포함된 정자로도 임신이 될 수 있어 비효과적이다.
"과 배란일을 피하는 월경 주기법도 피임 방법이긴 하지만 비효과적"이라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정자는 여성의 생식기관 내에서 1주 이상 생존, 배란일이 여러 원인으로 불규칙적으로 변하게 되면 피임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 임신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면 확실한 피임법을 실천해야만 한다.
이 교수는 "효과적인 피임법엔 매일 먹는 경구피임약 복용, 5년간 유효한 자궁 내 장치, 3년간 피임 효과를 내는 피하 이식형 피임제, 3개월마다 피하주사를 맞는 피하주사법 등 한시적 피임법부터 더 이상 임신하지 않으려 할 땐 난관 결찰 혹은 정관 결찰 등 불임 수술과 같은 영구적 피임법 그리고 혹시 피임에 실패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응급 피임법 등 다양해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피임법을 실천해야 한다"며 "골반염뿐 아니라 HIV 감염, 자궁 경부암의 원인인 HPV 감염 등의 성매개 감염도 함께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피임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선 효과적인 피임법들과 콘돔을 함께 사용하는 이중 피임법(Dual method)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구피임약은 피임 효과뿐 아니라 규칙적인 생리 주기, 생리통 감소, 생리 양 조절, 비정상 질 출혈 등에 도움이 되는 치료제로도 사용되는 잘못된 상식을 타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매일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녀의 효과적인 피임과 신체적, 사회적 건강을 위해, 자궁 내 장치, 피하이식형 장치 등 3~5년 기간 동안 효과적인 피임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권장하고 있다.
확실한 피임 통해 사전에 '피해 방지'
인공임신중절 '신체와 정신건강' 위협
현재 우리나라는 성폭행에 의한 임신, 산모 또는 배우자에게 유전학적 질환이 있을 때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인공임신 중절이 불가능하다.
인공임신 중절은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는 위험한 시술이어서 되도록 사전에 예방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임신 중절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엔 하복부 통증부터 자궁내막염, 자궁 천공, 자궁 내 유착, 자궁 경부 무력증 등이 있을 수 있다.
심할 땐 습관성 유산, 난임 더 나아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런 신체적 고통과 함께 인공임신 중절 시술을 했다는 죄책감, 우울감, 자살 충동 등 심리문제까지 겪게 돼 여성의 건강을 위해 효과적인 피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예기치 못한 성관계 또는 성 건강 '상담'도움
필요하다면 '성상담 센터'에 적극 문의
이 교수는 "예기치 못한 성관계로 발생한 문제나 성 건강에 궁금증이 있을 때는 혼자 속앓이를 하기 보다는 전문 상담 센터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면서 "여성가족부에서 운영 중에 있는 여성 긴급 전화 ‘1366’에선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으로 입는 피해 구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청소년은 청소년 상담 전화 ‘1388’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선 2015년부터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청소녀(女) 아름다움(womb) 주치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서울시 청소녀들의 성건강 증진을 위해 마련됐다.
서울시내 대학 병원 산부인과 전문의가 직접 학교에 방문, 정확한 성 건강 지식을 전하는 성교육 프로그램부터 학생들이 생리통, 생리 양 과다, 선천성 기형 등의 문제까지 사회의 잘못된 인식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건강 상담과 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상담 내용은 철저히 비밀로 보장되며, 이차적 진료는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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