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아이 분변 통해 '자폐 위험도 측정' 가능해진다

천근아 연세 자폐증 연구소장 연구팀과 일동제약 최성구 연구개발 본부장 이하 연구팀
자폐증 아동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성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제 개발 가능성' 확인
논문, 국제 학술지 '뉴트리언츠 온라인판 최신호'에 발표
천 교수 "향후 ASD 발병원인에 마이크로바이옴 연결 여부 연구 치료제 가능성 확인할 것"
최 본부장 "ASD 환자의 에너지 대사와 긴밀한 연결 고리 있음 확인"

[보건타임즈] 아이의 분변을 통해 '자폐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아동과 정상아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가 확인됨으로써 ASD 치료제 개발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연세 자폐증 연구소장) 연구팀과 일동제약 최성구 연구개발 본부장 이하 연구팀은 한국인 ASD 아동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특징을 확인했다며 22일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는 한국 ASD 아동 대상으로 정상아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비교, 분석을 시도한 국내 최초다.
이 연구 성과를 상세하게 정리한 논문은 'Altered Gut Microbiota in Korean Children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s'란 주제로 국제 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 IF 5.7) 온라인판 최신호'에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ASD는 사회성 결여와 의사소통 문제, 비정상적이면서 상동적인 행동 패턴을 보이는 신경 발달장애를 말한다.
작년 미국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자료에 따르면 ASD 유병률은 54명당 1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국내 유병률은 약 2% 내외로 발병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치료제도 ASD의 핵심 증상에 대한 약물치료가 아닌, 공존 문제행동에 대한 대증적 약물치료로만 국한돼 있다.

2000년 초기엔 장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장-뇌 축(Gur-Brain axis) 이론이 조명돼 왔다.
장내 미생물 군집 형태에 따라 변하는 면역작용과 대사산물이 자폐증, 알츠하이머, 우울증, 뇌전증 등 뇌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기전 연구가 다수 보고된 바 있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한 ASD 아동 54명과 비슷한 연령대 정상아 38명을 대상으로 분변 내 장내 미생물 군집 구조를 서로 비교, 분석했다. (논문보기)

ASD 아동과 정상아의 분변을 수거해 분변 내 미생물의 유전자를 추출한 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기술을 사용해 대량의 장내 미생물 염기서열 데이터를 확보했다.
다음으로 생명 정보학 분석(Bioinformatic analysis)을 수행해 ASD 아동과 정상아의 장내 미생물 분포를 비교, 분석했다.

이 결과 의간균류(Bacteroidetes)의 박테로이드(Bacteroides) 속(genus)은 정상아가 ASD 아동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림 A)
이 비율은 최근 박테로이드 속이 인지와 언어 발달 강화에 영향력을 보여준 앨버타(Alberta) 대학교 코지르스키 박사의 연구와 상응하는 결과다.
ASD 아동은 방선균류(Actinobacteria)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속의 비율이 정상아보다 높았다.
비피도박테리움은 대개 유익균으로 인식되나 하위분류인 종(species) 수준에서 종류와 기능이 다양해 세부적인 추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장 건강과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의간균류/후벽균(Bacteroidetes/Firmicutes, B/F) 비율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정상아의 B/F 비율은 상대적으로 ASD 아동과 비교해 낮았다.

또 장내 미생물의 기능적 관점에서 정상 아동은 영양과 에너지 대사기능이 활발했으나 ASD아이 유전정보의 복제, 수리 기능이 더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그림 B)

천 교수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됐지만, 국내에선 이 분야의 연구결과를 찾기 힘들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ASD와 정상아 간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포와 기능의 차이를 발견했으며 향후 좀 더 정교한 연구 디자인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발병원인에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결 여부를 연구함으로써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가능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구 연구개발 본부장은 "이 연구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기능적 측면에서 ASD 환자의 에너지 대사와 긴밀한 연결 고리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추후 에너지 대사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 ASD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