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작성과정에 도움을 주고 주책임자를 자기 이름으로 바꿔치기한 의사에게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이균용 부장판사)는 13일 산부인과 전문의 K씨가 같은 병원에 근무하던 의사 L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 논문 저자를 바꾼 것은 성명표시권을 침해한 것이고, 허락없이 영문번역본을 작성한 것은 동일성 유지권을 침범한 것이다”며 “L씨는 K씨에게 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2001년∼2003년 K씨는 L씨의 도움을 받아 ‘혈액검사를 이용한 조기폐경 위험 진단’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K씨는 제1저자와 책임저자, L씨 등 5명은 공동저자로 기재해 관련학회지에 게재키로 했다.
L씨는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외국 학회지에 중복 게재하는 것은 물론 ‘보건복지부 기금지원을 받았다’는 내용을 게재하자고 제의했다 K씨에게 거절당했다.
이에 L씨는 K씨의 허락없이 논문의 책임저자를 자신으로 바꾸고 논문작성과 상관없는 3명을 공동저자로 추가한 것은 물론 논문에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았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 전문번역회사에 의뢰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고 김씨를 저자 명단에서 제외한 뒤 자신을 제1저자로 바꿔 미국 생식의학회지(Fertility and Sterility)에 게재했다.
K씨는 이를 알고 미국생식의학회 논문 게재 철회 요청과 L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박사학위 논문은 경력이나 연구업적 평가에서 중요 판단 기준이고, 논문 중복 게재로 표절의혹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명예훼손 정도가 심하다”고 밝혔다.
다만 복지부의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에 대해서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L씨는 LA타임즈 등에서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해, 해당 법원에서 저작권법 위반죄를 적용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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