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약산업 경쟁정책보고서 발간
정부가 국민의 생명·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의약품의 생산·제조, 유통·판매 등 전 과정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또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반드시 도매상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도매상의무경유제를 2010년 12월 31일까지 실시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제약산업에 대한 경쟁정책보고서를 발간, 제약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정책보고서는 제약시장의 시장구조와 관련제도, 경쟁이슈들을 분석, 앞으로 제약시장의 경쟁질서 확립을 위한 정책자료로 활용할 목적에서 만들어 졌다.
이 보고서는 제약시장이 전체적으로는 경쟁적이며 2006년 상위 10대 제약사의 생산규모는 34,659억원으로 전체 의약품시장의 약 28.5%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문의약품은 약효 군별로 시장의 범위를 엄격하게 분류하면, 다국적 제약사를 비롯한 상위제약체가 많은 약효 군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보고서는 보험의약품의 경우 고시된 상한가격(기준약가) 내에서 실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약가를 상환하는 "실거래가상환제"를 통해 가격 통제한다며 복제약 가격(기준약가)은 신약 대비 최초 68%를 보장해 주는 계단형 상한가 가격결정 방식을 채택했다고 소개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의 규제가 공공의료보험제도 하에서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측면도 존재한다며 한미 FTA체결로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도입되면 앞으로 의약품 시장에서 지식재산권을 이용한 경쟁제한행위 발생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시장에 도입될 허가-특허 연계제도란 의약품 품목허가 시 신청 약이 기존 의약품의 특허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고려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보고서는 이 제도가 국내제약시장에 정착되면, 복제약 시판을 위해 식약청에 허가신청 시 특허권자에게 통지해야 하며, 특허권자의 이의를 제기하면 일정기간 시판허가가 금지돼 복 제약의 시장진입을 지연·방해하기 위한 특허권자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한 모니터링과 함께 이에 대한 경쟁법 집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전문의약품의 제품선택권이 일반의약품과 달리 실제 소비자격인 환자보다 처방의사에게 넘겨져 제약사로선 의사와 의료기관 또는 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에게 자사 약의 처방증대와 경쟁사의 처방저지를 위한 리베이트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하고 있다.
이로써 의약품의 가격·품질보다 판촉경쟁이 형성돼 일반제조업(2005년 약 12.2%)에 비해 판매관리비의 비중이 약 35.2%로 높으며 이중 음성적 리베이트로 사용되는 비용이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이처럼 처방수를 늘릴 목적으로 벌이는 불공정한 제약회사의 음성적 리베이트는 통상적인 가격할인 리베이트와 그 성격이 다르다고 꼬집는다.
이 보고서는 제약회사의 리베이트가 가격·품질 경쟁이 아닌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독과점 이윤을 추구하는 일종의 지대추구행위에 해당한다며 통상적인 리베이트와 달리 의약품 소비자가 가격할인 등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의사 또는 의료기관으로 리베이트의 혜택이 귀속된다고 소개했다.
음성적 리베이트로 쓰이는 비용은 궁극적으로 약가에 전가되며, 의사의 의약품 처방결정이 환자에 대한 치료적합성보다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 여부에 따라 좌우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저해한다.
공정위는 2007년, 2009년 2회에 걸쳐 처방을 목적으로 의사와 의료기관에 음성적 리베이트를 제공한 17개 제약사를 적발,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 등을 이유로 과징금,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5개사를 고발 조치했다.
공정위는 음성적 리베이트 방지 등 의약품 유통시장의 투명화를 위해선 지속적인 시장감시와 공정거래규약의 실효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며 외국, 국제기구도 의약품 마케팅 코드를 제정·운용하면서 의약품 유통질서 확보를 위한 노력를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현재 시행되는 미국의 New Marketing Code(2002), WHO의 "의약품 프로모션에 관한 윤리기준" 등을 실례로 꼽았다.
공정위는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제약협회(KPMA)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등이 공정경쟁규약을 제정·운영하고 있으나 실지로는 효과가 낮아 규약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16 16: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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