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이 존엄사 인정판결에 대해 항소 없이 대법원의 판단을 받는 비약상고를 결정했다.
박창일 연세대학교 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환자에 대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문을 송달받은 후 종교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의료계, 병원계 등 각계전문가들과 수차례 논의와 의견을 수렴했다”며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이 세브란스의 설립이념과 배치되지는 않지만 ▲생명에 관한 문제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점 ▲자칫 초래될 수 있는 생명경시풍조 방지 ▲입법 전까지 연명치료 중단기준에 관해 대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법적제한점 등을 고려해 상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이 비약상고를 결정한 이유는 ▲환자의 기대여명이 3~4개월 정도이기 때문에 소송이 길어질수록 환자가족의 고통도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0조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적용에 있어 과오가 있다고 생각되며 법률문제라는 점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으려면 사망시기가 임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인간의 존엄성만을 근거로 인공호흡기 제거를 허용하고 있어 기존판례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 ▲비약상고가 사실상 3심의 효과가 있다는 점 등이다.
박창일 원장은 “현재 환자 김 모(76세, 여)씨는 뇌사상태가 아닌 식물인간상태로 언제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며 “대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환자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은 비약상고를 위해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환자의 동의가 없어도 항소를 한다는 방침이다.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존엄사 판결이 어떻게 결론 날지 추이가 모아지고 있다.
한편 비약상고는 1심 재판 후 당사자들끼리 합의한 경우 항소심을 안 거치고 곧장 상고심으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09: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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