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주치의제, 서비스 질 향상 효과…“의료비 절감 아니다”

“우리나라 현실을 볼 때 주치의제도가 필요하지만 통제-관리수단보다는 동네의원을 살리는 방안이 돼야 한다”

대한가정의학회는 15일 주치의제도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표명하면서 “의료비 절감이 아니라 서비스 질 향상, 합리적 이용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선진국들의 의료개혁동향을 살펴보면 보험자나 정부가 동네의원의 기능을 지원해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의료이용을 합리화하면서 동네의원 경영상태가 개선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처럼 모든 의사들이 전공분야를 불문하고 개원할 수 있어왔던 프랑스에서는 동네의원의 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주치의제도를 도입(2005)했고, 동네의원 수입이 향상됐다.

비용절감 목적으로 동네의원 의사에게 문지기 기능만을 맡겨왔던 미국에서는 최근 동네의원 의사들(내과-소아과-가정의학과 등)이 ‘주치의의원(Patient Centered Medical Home)’의 원칙에 합의해 미전역에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민간보험회사, 연방정부, 주정부가 나서서 이런 시범사업을 지원하는 등 동네의원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주치의제도가 정착된 영국에서는 일차의료 서비스질 평가제(QOF)를 도입하면서 만성질환 서비스 질은 물론 동네의원 수입도 향상됐다.

따라서 주치의제도 목표는 의료비 절감이 아니라 동네의원 기능지원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과 합리적인 의료이용이어야 한다. 결국 동네의원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면 의료체계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잉여자금으로 동네의원의 구조와 기능을 지원하고 경영 상태를 개선시키며,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 동네의원 의사 직무만족도뿐 아니라 환자의 서비스 만족도도 향상되는 것이 확인됐다. 즉 선진국에서 주치의제도는 동네의원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기관 사이 경쟁이 치열해 경증환자를 두고도 의원과 의원은 물론 의원과 병원, 병원과 병원끼리 환자유치 경쟁이 벌이고 있다. 환자들도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면서, 중복진단, 과다진단, 과다치료에 이르게 돼 자원 활용에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행위별 수가제로 인해 대형병원은 점차 커지고 동네의원 경영 상태는 점차로 악화할 수밖에 없어 폐업하는 동네의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은 커져 많은 국민이 건강의 위협을 받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의료체계 선진화를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주치의제도 도입방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환자 자신은 의료쇼핑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며, 중복된 약물이나 검사로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지낸다. 또 다양한 이유로 정기검진 시기를 모르고 지내다가 중병이 돼서야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도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주치의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가정의학회측은 “의료계는 그 동안의 정부 의료정책에 대한 누적된 불신으로 주치의제도 역시 의료계를 통제-관리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는 균형 잡힌 도입방안을 먼저 만들어 제시하고 주치의제도의 참 모습과 필요성을 홍보해 의료계 내에서 이와 같은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진정 주치의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정치지도자의 추진의지 표명과 함께 철저한 준비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