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치매환자가족 ‘78%’ 돌보다 ‘골병든다’

학회, 일상생활수행능력인식조사 결과 발표‥‘초기부터 대책 마련’ 시급

[설문 항목 예시 –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 경험 항목]

1. 개인 위생 세수, 양치질, 머리손질, 목욕이나 샤워를 하는 등
개인위생을 챙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2. 외출하기 예전에 알던 길을 찾아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3. 옷 입기   환자가 적절한 순서로 옷을 입거나 벗거나, 혹은
계절과 장소에 적합한 옷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4. 돈 관리   용돈을 관리하고, 은행에 가서 저축을 하는
등의 돈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돈 계산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5. 대소변
    가리기   대소변을 가리고 적절하게 화장실을 사용하
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6. 음식 준비 적절한 식사를 계획하여 재료를 준비하고 음
식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7. 식사하기 혼자서 식사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8. 전화사용 필요한 전화번호를 수첩에서 찾거나 기억,
전화를 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9. 약 복용 시간과 용량을 지켜 약을 먹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10. 취미 생활 종교, 독서, 바둑, 장기, 화투, 산책, 등산, 운동 등의
예전에 하던 취미 생활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11. 텔레비전
       시청 집중해서 텔레비전을 보며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치매환자를 가족으로 둔 가정 78%가 간병 등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거나 근로 시간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치매학회(이사장 한일우)는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의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 눈길을 끌었다.

일상생활수행능력이란 ‘자신을 돌보고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이 기준은 치매진단에 중요한 잣대가 된다.

학회에 따르면 치매 환자 보호자 100명 중 78%는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가 악화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거나 근로 시간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직장을 그만둔 비중은 전체의 27%, 근로시간이 축소된 경우는 51%나 됐다.
줄어든 근로 시간은 주당 평균 약 15시간에 이른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인 비중은 간병 기간이 5년 이상 길거나 중증일 경우 더 크게 나타나 가정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는 보호자의 간병 시간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 심화, 건강 악화 등의 문제를 추가적으로 야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가장 심각한 것은 ‘간병시간 증가’이며 ‘스트레스 심화’, ‘사회생활 악화’, ‘경제적 부담 증가’, ‘건강 악화’등의 순이었다.

이들 보호자의 간병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이들의 월 평균 가구소득은 간병 형태와 시간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월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가구(27명)는 간병을 혼자 전담하는 비중이 66.7%로 가장 높은 반면 전문 간병인과 교대하는 경우는 7.4%에 불과했다.

월 평균 4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전문 간병인과 교대하는 경우가 24.3%인 것에 비해 혼자 전담하는 14%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들 간의 간병 시간도 소득과 반비례했다.
소득이 많은 만큼 혼자 간병하는 비중이 낮았다.
200만원 미만인 경우 10시간 이상 돌본다는 비중이 전체의 70.4%인 데에 반해 400만 원 이상인 경우엔 16.2%에 불과해 많은 차이를 보였다.

이 조사를 수행한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 박기형 교수(가천의대 신경과)와 총무이사 김승현 교수(한양의대 신경과)는 발표를 통해 “치매환자 보호자는 건보공단의 장기요양급여제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이 줄면서 근로 시간이 축소되고 경제적 여건이 악화돼 겪어야 하는 부담이 많다”며 “보호자는 스트레스로 생긴 정신적인 문제, 간병 시간이 늘어나 자신에게 생긴 건강 악화 등 2차, 3차의 문제가 뒤따라 질병빈곤층을 양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보호자 100명 중 88명은 학회가 제시한 11가지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 항목 가운데 ‘치매 환자 혼자 외출할 수 없을 때’를 가장 어려워했다.
다음으로는 ‘약 복용(73명)’, ‘개인위생(71명)’, ‘돈 관리(70명)’ 등의 순이었다.

보호자를 힘들게 한 항목으로는 ‘외출하기’, ‘개인위생’과 ‘대소변 가리기’ 등을 꼽았다.
가장 힘겨워 하는 것으로는 ‘개인위생’ 30명, ‘대소변 가리기’ 21명, ‘외출하기’ 18명 순이었다. ‘외출하기’ ‘약 복용’ ‘개인위생’ ‘돈 관리’ 등은 치매 초기부터 나타나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경증 치매 환자 보호자들도 약 53%가 ‘외출하기’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치매는 퇴행성 질환이고, 일상생활수행능력 감퇴는 발병초기부터 나타나 첫 단계부터 확실한 인지와 교육이 필요하다. “게다가 비가역적인 특징까지 나타나 경증, 중등도, 중증으로 악화될수록 보호자의 간병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다면서 초기 단계부터 증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병행돼야 보호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조사는 대한치매학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추진해온 ‘일상예찬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된 ‘일상생활수행능력’의 통계 중 최초다.

‘일상예찬 캠페인’은 일상생활수행능력(Activities of Daily Living; ADL)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학회는 지난 5월 치매 환자와 보호자 대상으로 ‘일상예찬 봄 소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가 겪는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에 대한 인식을 높여왔다.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한 온라인 조사(75%)와 서울시 광진구(한설희 교수, 건국대), 성동구(김희진 교수, 한양대)치매지원센터 방문 보호자 대상의 면접(25%)식으로 구성됐다.
한일우 이사장은 “대한치매학회는 앞으로 이와 같은 대국민 캠페인을 통해 치매 환자나 보호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치매 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사업에 매진할 것이며, 국가적 치매정책 개발에도 일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