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제약계 눈엣가시 ‘시장형 실거래가 존폐’ 여론심판 제의

“요양기관별 인센티브 율 조정 등 대처방안도 문제 투성”

제약계가 정부에 눈엣가시 ‘시장형 실거래가 폐지’를 요구한 정책건의문과 함께 의약품시장 의 실제사정을 조사한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 고찰이란 연구보고서’를 제출한데 이어 존폐여부를 둘러싼 각계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청취하는 공청회를 제안함으로써 문서상 건의했던 종전과는 태도를 완전히 바꿔 귀추가 주목된다.

‘시장형 실거래가’를 공청회에 올리겠다는 의도는 그동안 제약 계가 한목소리로 폐지를 요구한 ‘시장형 실거래가’가 왜 문젯거리이며 아예 폐기처분해야할 눈엣가시인지를 각계로부터 직접 정부와 함께 듣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론으로부터 ‘시장형 실거래가’의 존폐여부를 심판받자는 거다.

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는 24일 정부에 공청회를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경호 회장과 김윤섭 제약협회 약가제도위원장(유한양행 사장)은 협회 내 시장형실거래가소위의 건의에 따라 이같이 결정, 보건복지부에 공식 요청키로 했다.

제약계가 이를 결정하기까지는 여러 상황을 검토해야 했지만 정부가 이 제도의 폐지 또는 재시행 여부 등을 결정하기 전에 ‘시장형 실거래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의약계의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시민사회 등의 여론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의 연구 보고에 대한 찬반 토론 등을 거치는 의견수렴 절차가 반드시 필요할 시점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23일 열린 소위 회의에서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제약업계뿐만 아니라 병원, 환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다수와 직결되는데다 16개월간의 제도 시행 효과를 분석 결과 시행중에 있는 쌍벌제와 상충되거나 ‘제약 산업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등 문제가 산적, 공청회와 같은 절차를 반드시 밟아 존폐여부를 심판받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쏠렸었다.

소위는 또 “약가 인하를 꾸준히 실시해온 대만의 경우 10년간의 약가인하 금액이 1조7천억 원에 그친 반면 우리나라는 고작 3년간 일괄약가인하와 기등재 목록 정비로 무려 2조5천억 원의 약값을 삭감한데이어 추가로 더 깎아내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로 제약업계로선 견딜 재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난해 4월 일괄약가인하로 제네릭의약품(특허만료의약품) 등의 약가가 53.55%로 조정된 지 2년이 안된 시점에서 또다시 약값을 인하하겠다는 식이라면 우리나라 제약계로선 제조업에 기반을 둔 생산이나 수출을 포기, 수입 유통업으로 업태를 바꾸라고 강요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의에선 언론에 보도된 요양기관별 인센티브 율 조정을 통한 정부의 재시행방안을 겨냥,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개악하는 것”이라며 강한 어조의 비판이 쏟아졌다.

소위에 따르면 “인센티브 지급과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시킨 퇴장방지의약품마저 속수무책으로 저가에 공급된 실제 사례들을 감안할 때, 인센티브 율을 낮추면 오히려 전년도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병원의 저가구매 요구 강도가 더욱 세질 뿐만 아니라 1원 낙찰 등 비상식적인 거래와 출혈경쟁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입원환자용 원내 납품이 대다수인 주사제의 경우 그간 병원의 할인납품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다른 경구용 의약품마저 거래가 끊겨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급을 해왔지만 저가구매 인센티브제가 재 시행된다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몰려 생산을 포기해야 하거나 공급 중단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눈엣가시 ‘시장형 실거래가 폐지’ 한목소리
“‘제약 산업발전’에 걸림돌‥‘쌍벌제와 상충’ 문젯거리”
제협, “실효성-존재가치 없다‥약가정책서 아예 삭제”

조현진 국장

앞서 최근 제약계가 정부에 시장형 실거래가 폐지를 요구하며 제출한 건의문과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 고찰이란 연구보고서’(☞ http://www.bktimes.net/data/board_notice/1381450654-58.pdf)에 무엇이 들어 있나.

정리하면 이렇다.

▲의약품 저가 구매 ▲유통 투명화 ▲보험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도입된 시장형 실거래가가 건강보험과 제약 시장에 도움이나 실익 되기보다 당위성조차 적은데다 제약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거나 현행 쌍벌제와 상충, 문젯거리로 남아 약가정책에서 당장 삭제해야 한다는 거다.

현재 약값에 ▲사용량-약가 연동제= 최대 10% 인하 ▲사용범위 확대 시 사전인하= 최대 5% ▲특허만료 약가인하= 30%~46.45% 등을 적용, 실효성이나 존재가치가 없는 시장형 실거래 가를 빼야 한다는 것이다.

제약협회는 10일 이 같은 사유가 들어간 정책건의문과 함께 연구보고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당시 공개된 건의문엔 보건의약분야에서 조사된 연구보고서의 근거와 함께 시장형 실거래가로 현행 약가제도나 의약품시장에서 드러난 6가지의 문제가 담겨져 있다.

제약 계는 이중 첫 번째로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존재할 가치 없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건의문에 따르면 제약 계는 정부가 약값삭감을 목표로 둔 일괄 약가인하와 사용량-약가 연동제, 사용범위 확대 시 사전인하, 특허만료 약가인하를 전면 시행함으로써 같은 목적의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이젠 쓸모없다고 봤다.

정부가 2010년 10월부터 시장형 실거래 가를 시행, 3~5년간 매년 5%(연간 6,500억 원 상당)의 약값삭감을 점쳤지만 16개월이 지난 결과, 약가인하율은 1% 내외(0.6~1.6%)에 그쳐 추정되는 약가인하 1,300억 원을 이미 의료기관에 지급된 연간 인센티브 1,300억 원과 비교하면 기대만큼 보험재정에 절감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게 제약계의 주장이다.

게다가 지난해 4월 단행된 일괄 약가 인하 1조 7,000억 원과 기등재 목록 정비로 약값7,800억 원이 깎임으로써 의약품 비에서 20% 상당의 삭감효과가 나타나 당초 정부가 기대이상의 시장형 실거래가 효과를 이미 거둬 불필요하다는 이유를 댔다.

또 특허만료 의약품의 30~46,45% 약값인하 등 향후 시장형 실거래가로 깎을 수 있는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약가인하제도가 지속될 예정이라는 것도 폐지해야할 이유로 삼았다.

두 번째로 시장형 실거래 가는 입원과 외래의 약값 차이만 늘리는 불평등한 약가제도인데다 대형병원을 이용할수록 이득이 되는 본인 부담금의 경감 혜택을 누리려는 환자들의 소비심리를 자극, 쏠림만 부추겨 정부의 1차 의료 활성화 정책이 가로막힘은 물론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병의원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라는 게 제약계의 지적이다.

제약 계는 이미 시장형 실거래 가를 시행하던 동안 환자의 본인부담금 경감액 비율이 종합병원 이상에서 91.7%, 병원 6.3%, 의원 1.8%, 약국 0.2%로 큰 차이가 발생했던 사실을 근거로 꼽았다.

셋째는 약가차액을 인센티브로 주도록 한 시장형 실거래 가는 일부 약삭빠른 의료기관의 노림수를 자극, 처방이나 투약을 늘리게 함으로써 과잉투약을 막아 약가마진을 줄이려는 의약분업과 상충되는데다 처방료, 조제료를 별개로 지불하는 국민에게 이중부담을 떠넘기는 제도라는 것이다.

넷째. 시장형 실거래 가는 ‘리베이트를 막으려는 쌍벌제’와 정반대로 더욱 음성화시키는 동시에 합법화하거나 ‘1원 낙찰’ 등 비정상적 의약품유통거래를 부추겨 아예 없애야 한다는 게 제약계의 여론이다.

의약품 판매촉진 목적으로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것을 처벌토록 한 현행 쌍벌제와는 정반대로 시장형 실거래 가는 의료기관이 약가의 마진 중 70%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해 연간 1,300억 원 상당의 인센티브 중 92%가 종병 이익으로 귀속된다는 것이다.

시장형 실거래 가에서 정상적인 의약품유통거래를 해야 할 의약품입찰에서 1원 낙찰이란 사태가 발생한 것도 문제로 제기했다.
제약 계는 1원 낙찰품목이 연간 2,515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47.5% 증가했다는 것도 시장형 실거래가의 폐단으로 꺼내들었다.

다섯째. 제약 계는 특허만료 오리지널이나 고가 제네릭 약의 2007년 약가를 기준으로 53.55% 수준으로 똑같이 인하된 만큼 주요 의약품을 추가로 할인할 여력까지 크게 줄어 시장형 실거래가의 실효성은 낮아지는 반면 처방 권과 구매권을 동시에 거머쥔 종합병원이 저가공세가 펼 경우 거래가 많은 혁신형 제약기업들은 출혈경쟁에 내몰려 R&D 투자의욕은 물론 신약개발에 뒤쳐져 제약강국 진입전략에 차질을 빚게 되는 등 집중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종합병원이 차지한 의약품 소비시장 비중은 전체의 20%다.

여섯째는 실거래가 상환제도의 문제로 지적된 음성적 리베이트와 이면계약 문제는 쌍벌제와 처벌규정이 강화됨에 따라 종전대로 다시 시행할 여건이 충분히 갖춰져 ‘시장형 실거래가’를 아예 중단해도 혼란이 없을 것이라며 이를 폐지해야 할 사유로 내놨다.

약가정책과 뒤엉켜 혼란만 야기했던 의약품비 상환제도 개선과 유통 투명화를 각각 별개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제약협회의 입장이다.

실거래가 상환제도에 나타난 저가구매 유인동기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장형 실거래가가 아니라, ‘처방절감 인센티브제’를 통해 적정 비용에 효과 있는 의약품을 사용토록 동시에 보완해 나가가야 한다는 것이 제약계의 시각이다.

이처럼 제약계의 눈엣가시가 된 시장형 실거래 가는 지난 2010년 10월부터 실시돼오다 약가제도개편으로 2012년 2월부터 1년간 유예된 채 정부가 추진 방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시행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여 왔다.

공청회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기준도 다루자
“시행 이전 리베이트 문제 삼아 자격 박탈은 법리상 어긋난다”

제약 계 일각에선 최근 국정감사에서 "전 정부안의 복사판 일 뿐인데다 정부 연40% 성장 밑돌아 실현 가능성 없다"며 지적당한 정부의 '제약 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공청회에서 함께 다루자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지난 14일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정부의 제약 산업육성계획이 현실성에서 너무 결여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던 제약 산업 육성 案 중에서 혁신형 제약기업 취소기준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당시 문 의원은 “복지부의 제약육성 案대로 2017년까지 세계 10대 강국이 되려면 연평균 40% 성장률을 보여야 가능하다”며 “정부의 제약 산업육성계획이 현실성에서 너무 결여된 데다 구체적이지 못해 실효성 있도록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제약계가 가장 불만스러워 부분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기준에 적용된 리베이트 시점이다.

다시 말해 인증받기 전에 적발된 리베이트를 문제 삼아 혁신형 제약기업의 자격을 박탈하는 게 법리상 어긋난다는 뜻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내용의 ‘인증취소 기준’은 한미 FTA, 일괄 약가인하로 미래가 불투명해진 국내제약을 글로벌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의 취지와 어긋나는데다 불합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제약 계는 “인증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게 하려면 리베이트로 생긴 피해규모에 따라 경중을 따져 취소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인증이전의 과거사를 문제 삼아 ‘혁신형 기업’의 자격을 취소한다는 것은 (혁신형 제약기업)제도의 취지에서 벗어 난데다 법리상 맞지 않는다. 인증 이후 저질러진 행위’부터 적용해야 한다”며 정부에 수정을 요구한 바 있다.

제약 계에 따르면 혁신형 ‘인증 이전’의 리베이트 행위까지 취소대상이 되면 R&D와 수출 분야에서 국내 제약업계를 이끌어 갈 국내 상위제약사와 중소제약사 3~4곳이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같이 제약계가 눈엣가시로 바라보는 취소기준 개정안엔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 것일까(?)

먼저 약사법에 저촉된 리베이트는 과징금 누계 액이 2,000만원, 공정거래법에 위반일 땐 6억 원 이상 넘으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취소토록 했다.

이에 따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의 잣대가 되는 과징금은 적발된 품목의 매출액이 클수록 커져 덩치가 큰 제약사일수록 불리해지는 핸디캡이 생겨 만약 3회 이상 적발되면 취소당할 수밖에 없다.

쌍벌죄 시행 전후에 걸쳐 2010년도 12월31일 이전에 적발된 리베이트행위는 취소대상에서 뺐지만 혁신형 제약기업인증을 받기 전의 전력을 취소대상에 포함시켜 이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