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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 보건복지부는 제2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 공청회에서 올해부터 향후 5년 간 약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여 한의약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한의약 시장 확대, 한방 진료의 보험급여 확대는 물론이고 보건소 내 한방 진료시설 보강, 선택한의원제, 한의약전문병원에도 등이 포함되고 있다.
아직 이러한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국가 보건의료정책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가 국민 건강의 우선순위를 망각하고 일부 직역에 편향된 정책을 섣부르게 내놓은 것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최근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적자가 나날이 커져 2010년 약 1조 3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1월에만 3천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추가로 기록했다고 한다. 급속한 인구 노령화와 신약, 신의료기술 개발 등으로 향후에도 건강보험의 지출이 크게 늘어나 건보재정의 위기는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에 의료계는 국고지원 확대를 비롯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 건강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아직 크게 미흡한 상태다. 작년 12월 국회에서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을 위해 신청한 660억 원의 예산 중 339억 원이 가차 없이 삭감된 바 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응급의료의 경우도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로 인해 응급병상이 부족한 상황이고, 국가적인 대책 또한 미흡하여 대구에서 장중첩증 환아의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국민 건강을 위한 필수적인 사업에도 재원 부족을 이유로 예산이 뭉텅 깎여나가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매년 2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한의약발전에 투입하겠다고 하니 실로 어안이 없다 못해 관련 기사가 오보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도 든다.
더욱이 당일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의 발표와 맞물려 한의계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의료기사 지도권 부여 등 학문적 체계에도 어긋나고 현행 의료법과도 배치되는 주장을 하였다고 하니,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이란 것이 정말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가며 한의사들의 밥그릇 챙겨주기인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우리는 세 가지를 요구한다.
하나, 한의약정책은 근거중심에 기본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한의약에 국민의 혈세를 투여하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
하나, 일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의 결과를 우선 평가하여야 한다. 수천억 원이 투입된 1차 육성계획은 어떠한 성과를 보였는지 검증받아야 한다.
하나, 한약신약개발과 한의학 발전방안은 분리되어야 한다. 신약의 R&D 를 통한 산업과 세계화와는 별개로 비과학적인 한의학은 시장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신약개발은 기존의 과학적 영역 안에서 개발되어야만 그 효과를 검증받을 수 있고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법이다.
작금 한방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한의약 시장이 침체되는 이유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시술로 인한 각종 부작용과 분쟁들, 불투명한 제조 및 유통과정으로 인한 한약의 불안정성 등으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근거 중심 의학에 기반을 둔 과학적인 검증 과정을 통해 옥석을 가려 국민들의 믿음을 얻는 것이 우선이지, 국가 예산을 무분별하게 쏟아 붓는다고 해서 한의약 시장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 증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수행하려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에 우선적으로 국가 재원을 집중 투입하여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 보건의료를 책임지는 부서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길이기 때문이다.
2011. 2. 21
대한개원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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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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