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약값 53.5%대로 일괄 깎겠다. 이미 물가는 올랐고 또 오르는데 약값을 오히려 반 토막 낸다(?).”
정부의 약가 인하 방침이 공공연하게 알려지면서 내일(12일) 오전 발표에 국민적 관심과 국내제약계의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보험 등재된 복제 약을 중심으로 오리지널 약에이르기까지 대폭 삭감할 것으로 전해져 국내제약사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법적, 노조 집단행동‥대응수단 구체화
“지금까지 숨죽여 왔지만 이제는 폐업을 각오하고 맞대응하겠다.”
국내 제약 계는 이같이 목청을 높이며 12일 오전 9시 정부가 밝힐 반 토막 약값 인하에 대응방침을 구체적으로 다졌다.
국내 제약 계는 10일 가진 긴급이사회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부의 반 토막 약가 인하를 막아야 한다며, 노조를 통한 집단행동을 비롯해 법적 대응 등 여러 방안을 내놨다.
또 국내 제약 계는 정부의 발표 때에 맞춰 12일 오전 9시 제약회관에서 협회 이사들을 중심으로 각 제약 CEO와 임직원 등 100여명이 참가시킨 가운데 비상식적 추가 약가인하에 항의하는 시위를 기획했다.
이후 복지부 방문계획도 마련했다.
국내 제약계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복지부의 의도대로 약값이 반 토막까지 깎이게 되면 결국 존폐 갈림길에 내몰려 파산을 맞게 된다는 피해의식 때문이다.
국내 제약 계는 '줄일 것 다 줄여도 이제는 감당 못한다' 는 패닉현상에 빠지진 오래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의도대로 내년부터 추가약가인하가 단행되면 제약 피해규모는 2조4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 계는 당장 '살아남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저항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약협회는 11일 정부의 약가인하를 평가한 정책 자료집을 언론사에 배포, 제약계가 당면한 현안을 전했다.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목록정비사업으로 기등재 약의 최고가를 80%대로 하향조정한 후에도 이번에 또다시 80%대에서 50%대(53.5%)로 일괄인하, 당장 내년 1월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제네릭 복제 약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53.5%를 삭감해 오리지널 대비 80%가격대 약값을 26.5% 더 인하시키겠다는 것이다.
오리지널의 약가는 목록정비 사업을 통해 2011년 1월부터 삭감한 26.5%에 7%를 더해 33.5%, 2012년 6%, 2013년 6%를 깎아 모두 46.5%를 인하시켜 지금 약값의 53.5%에 가격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 시행…피해액 2조4,000억 원
이러한 충격은 약 2조4,000억 원에 이르며 이 만큼의 영업이익 적자가 제약사로 떠넘겨 진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국내 제약 계는 이 같은 근거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했다.
2010년 보험청구액은 12조8천억 원이며, 이중 이번 추가약가인하 대상에서 빠진 단독등재특허의약품은 3조336억 원, 기초필수의약품은 3,000억 원으로 기등재 목록정비 전 청구액은 9조4,664억 원이다.
기등재 목록정비 전 청구액 9조4,664억 원에서 기등재목록정비후 약가인하액 8,900억 원을 빼면 일괄 약가인하 대상 청구액은 8조5,764억 원이나 되는 셈이다.
국내 제약 계는 정확한 피해액을 산출하려면 가격 수준별 인하율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추가약가인하율은 100%~80%가격대 의약품의 경우 -33.13%, 70%대는 -23.57%, 60%대는 -10.83%다.
가격대별 시장점유율은 100%대가 43%(3조2,733억 원), 90%대는 9%(7,593억 원), 80%대는 28%(2조6,506억 원), 70%대는 8%(7,573억 원), 60%대는 7%(6,626억 원), 50%대는 3%(2,840억 원), 40%대 이하는 2%(1,893억 원)다.
이를 매출 감소 액으로 잡아 빼면 제약사가 입는 피해액은 2조4641억 원에 이른다.
'줄일 것 다 줄여도 감당 못한다.'
이 피해액을 감당하기엔 어렵다는 게 제약 계의 하소연이다.
제약사들이 인건비 50%, 광고홍보비 100%, R&D투자비 100%를 절감해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종사자 8만1200명 중 고액연봉자 2만 명 정도가 제약업계를 떠나야 되고, R&D투자 포기는 물론 산업기반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종사자는 물론 운영할 종자돈까지 '줄일 것 다 줄여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제약 계는 정부가 단기간 건보재정확보라는 성과에 매달려 리베이트 쌍벌죄 법제화, 약값 반 토막이란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시장형실거래가제를 시행하면서 동시에 강제적으로 약값을 일괄 깎으려는 것은 모순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정부에 법적인 책임을 물게 하겠다는 제약계의 주장도 나왔다.
정부가 이미 시장형 실거래가제에 넘겨진 제약시장에 개입해 명분 없이 약가를 일괄 인하하려는 의도가 불순한데다 ▲고시에 의한 지나친 재산권 침해로 장관의 재량권이 일탈한 위헌적 요소 ▲소급입법 금지행위 위배 ▲행정의 신뢰성과 안정성 훼손 등 위법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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