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원격진료’ 둘러싼 ‘의-정’ 충돌 조짐

의협, "인내 이제 끝‥진료실 떠나 거리에 나설 때다"

어제(1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올해 병의원에 ‘의사와 환자’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입법 계획과 구체적인 일정이 처음으로 공개된 데다 강행하겠다"는 입장이 나오자 의료계가 “인내는 끝났다"며 즉각 투쟁에 나설 것을 암시하는 논평을 내놨다.

이로써 그동안 물밑에서 벌여왔던 원격진료를 둘러싼 의정간의 싸움이 겉으로 드러나면서 이젠 피할 수 없는 치열한 난타전으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격진료는 곧 ‘1차 의료기관’ 몰락
국민 건강 해칠 ‘오진’ 양산
‘의료전달체계 파괴’‥대형병원 ‘환자쏠림’ 가속화

그동안 의료계는 “복지부가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원격진료를 시행토록 한 의료법 개정안을 곧 입법예고할 것이란 소식에 만약 정부의 의지대로 제도화된다면 지금까지 의사, 의료기관간 제한적 허용했던 범위를 넘어서 ▲국민의 건강을 해칠 오진 양산 ▲의료전달체계 파괴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 가속화 등으로 동네의원이 몰락할 것"이라며 반대의 선상에 서 왔다.

국정감사에 앞서 의협의 노환규 회장은 "원격진료가 오진을 양산, 의료사고를 부추길 수 있는데다 대형병원으로까지 허용할 공산이 커 환자쏠림을 가속화시킴으로써 의료전달체계 파괴는 물론 1차 의료기관의 몰락을 가져와 의료계의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면서 "어떤 일이 생겨도 막아야 한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었다.

지난 5일엔 대한개원내과의사회가 “원격진료는 포화상태의 내과의원을 몰락시키려는 못된 정책적 착오”라는 말까지 꺼내며 반대에 힘을 실었다.

당시 개원내과의사회는 “길 건너 병의원 간판이 쉽게 눈에 띄듯 의료접근성이 가장 좋은 한국에서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처럼 포화상태에 있는 심각한 현실을 제처 두고선 자기진단이 습성화 된 우리나라 환자를 화상을 통해 진료, 진단하게 한다는 것은 막아야할 오진을 오히려 부추기거나 내과의원들의 몰락을 시키는 위험천만한 정책적 착오다”라며 반대의 메시지를 내놨다.

이날 이원표 개원내과의사회장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원격진료를 절대 반대한다"며 "자신에게 나타난 증상을 스스로 자가 진단하는 우리나라 환자의 습성 상 마주하는 대면진료를 대신하기엔 무리"라고 밝혔었다.

“원격의료와 진료 정의조차 선이 명확하지 않다”
‘시진, 촉진, 타진, 청진 등 대면진료’ 대처하기엔 ‘무리’

그는 먼저 기본이 되는 원격의료와 진료의 정의조차 선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이처럼 의료계가 원격의료에 강한 감정을 드러내는 이유는 진료에서 시진, 촉진, 타진, 청진 등을 통해 정확한 병증을 진단하는 대면진료를 대처하기엔 무리라는 거다.

개원내과의사회장은 "화상을 통해 혈압 등 환자의 활력징후를 수치로 측정해 질병을 진단하는 일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라면서 "길 건너 병의원 간판이 보이는 의료의 접근성이 높은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의료계는 안 된다. 반대, 저지 등의 정부가 달궈하지 않은 여러 표현을 써가며 의사 대 환자간의 원격진료는 무리라는 뜻을 전해왔다.

그러나 14일 국정감사가 시작된 첫날부터 얼마 전 공석이 된 장관을 대신해 업무보고에 나선 이영찬 차관으로부터 병의원에 ‘의사와 환자’간의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입법 계획과 구체적인 일정이 처음으로 공개되자 이를 맹비난하는 목소리들이 삽시간에 ‘대면진료는 곧 1차 의료기관의 몰락이란 위기’란 의식에 빠져 있는 의료계 전체로 퍼지면서 즉각 강한 감정을 드러냈다.

더욱이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원격진료를 시행키로 했던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병원까지 넓혔다는 것이 의료계를 자극, 강한 반발을 촉발시켰다.

의협, 긴급성명 통해 "인내는 끝났다"
"의료체계와 국민 건강권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설 것"

의협은 이런 사실이 전해진 후 하루 지나 즉각 발표한 15일자 보건복지부 이영찬 차관의 발언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이란 논평을 통해 "인내는 끝났다"며 "의사들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의료체계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설 것"이라면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격진료 허용과 바람직하다고 본 성분 명 처방에 반대하는 행동으로 결전에 나설 것임을 알렸다.

의협은 "14일 열린 국감에서 이 차관이 업무보고를 통해 의료계에 실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두 가지 중대한 발언을 했다"면서 그간 반대해온 ▲올해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대체조제를 활성화시켜 궁극적으로 성분 명 처방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의협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가 원격진료에 갖고 있는 비전은 허상일 뿐이며 이를 상대로 반대의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할 복지부가 오히려 추진하겠다는 공식적인 발표해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면서 비난의 화살을 쐈다.

의협은 또 "충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면서 약값을 줄이기 위해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고 성분 명 처방을 추진해야 한다는 발상은 곧 복제 약의 약값을 올림으로써 가격에서 격차가 줄어든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하게 할 뿐"이라며 "결국 리베이트 영업에 매달리도록 하는 장본인이 바로 정부"이라고 꼬집었다.

의협은 이런 허술한 관리로 전국의 1만개가 넘는 약국에서 처방전과 다른 싼 약으로 바꿔 조제를 하게 상황도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처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부도덕한 행위를 처벌하기는커녕 반대로 보험재정을 줄이기 위해 대체조제를 활성화해야 하며 성분 명 처방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을 이 차관이 꺼냈다는 게 사실로 믿기 힘들다는 평가까지 내렸다.

의협은 "지난 1977년 의료보험제도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쏟아져 나온 의료악법들로 고통을 받아 온 10만 의사들은 이젠 인내를 끝내고, 잘못된 의료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모두 함께 진료실을 떠나 거리로 나설 때가 됐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 보건복지부 이영찬 차관의 발언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입장 ]

1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현재 공석인 장관을 대신하여 참석한 보건복지부 이영찬 차관은 업무보고를 통해 의료계에 실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두 가지 중대한 발언을 했다. 그 첫째는 정부가 의사-환자 간에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올해 안으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것이고, 둘째는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성분 명 처방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국정감사는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을 갖고 있는 국회의 질문에 대하여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따라서 장관을 대신하여 참석한 차관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견해는 신중하게 준비된 답변이며,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핵심적인 기본 방향이라고 해석함이 옳다. 그러한 자리에서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은 조만간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입법예고 한다는 계획과 성분 명 처방을 바람직한 제도로 보고 추진할 것이라는 보건복지부의 공식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그 동안 원격진료에 대해 정부가 갖고 있는 비전은 허상일 뿐이며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 전반을 붕괴시키고, 수도권 대형병원의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킴으로써 지방 의료기관의 몰락을 가져오는 등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점을 주장하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들은 원격진료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이들을 상대로 그 누구보다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어야 할 보건복지부가 어제 일자로 대면진료를 대신하는 원격진료를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충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영찬 차관은 같은 날, 앞으로 약값을 줄이기 위해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고 성분 명 처방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공식 입장임을 밝혔다. 국내 제약사들이 생산하는 복제약의 약값을 국내 제약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높게 책정함으로써 제약사로 하여금 리베이트 영업에 매달리도록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정부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의 가격차이를 두지 않음으로써 신뢰성 높은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게 만든 책임자도 정부다. 허술한 관리를 통해 전국의 1만개가 넘는 약국에서 처방전과 다른 싼약으로 바꿔 조제를 하고 있는 상황을 초래한 책임도 정부에 있다. 그런데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러한 부도덕한 행위를 처벌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보험재정을 줄이기 위해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고 성분명처방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힘써야 할 보건복지부의 현재 수장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다.

지난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특히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수많은 의료악법들이 진료현장의 왜곡을 가져왔다. 원가 이하의 보험수가를 강요하는 건강보험공단의 횡포 속에서도 의사들은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때로는 범법자로 몰리고 손실을 감수해 왔지만, 이제는 의사들에게 그런 여력조차 남아 있지 않다. 많은 의사들이 양심적 진료를 고집하다가 생존의 위기에 처한 것이 현실이며 그것이 다시 수많은 의료의 왜곡과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악법들이 최선의 진료를 받을 환자들의 권리와 의사들의 정당한 진료권을 부당하게 억압해왔으며 의사들의 인권 또한 침해하는 상황 속에서도 의사들은 묵묵히 진료실을 지키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사에게 주어진 사명에 매진해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어제 발표한 원격진료와 성분 명 처방에 대한 추진 계획은 이제 10만 의사들이 국민과 의사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부당한 의료제도에 대한 인내를 끝내고, 잘못된 의료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모두 함께 진료실을 떠나 거리로 나설 때가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인내는 끝났다. 이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관치의료, 의사들의 권익과 자존심을 짓밟는 부도덕한 관치의료를 종식시킬 때가 왔다. 잘못된 의료제도를 방치하는 것은 의사들의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오히려 부도덕한 일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올바른 의료제도를 확립하는 것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의사들이 반드시 나서서 이뤄야 할 사명이다. 이제 곧 의사들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의료체계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설 것임을 천명한다.

2013. 10. 15
대한의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