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엣 시장형 실거래가의 심각한 문제들을 들춰냄으로써 여론으로부터 존폐여부를 심판 받아보려던 토론회가 6일 오전에 끝난 뒤 ‘수준 미달’ 또는 ‘졸작’이란 제약 계 내부의 혹평이 쏟아져 나와 눈길을 끈다.
이를 정리하면 불만은 이렇다.
적당한 시기에 시장형 실거래가의 심각성을 알리려던 제약협회의 기획은 절묘했지만 막상 공개된 토론회 발표내용들은 여론의 관심을 끌기엔 너무 헐겁거나 싱겁다는 거다.
다시 말해 시장형 실거래가로 제약 계에 파생될 문제를 현재와 미래로 나눠 짚어보거나 제약계의 반응을 조사한 데이터 공개, 유독 약값만 옥죄려는 정부의 약가정책 등 살갗에 와 닿는 위해요소와 드세진 반대여론을 다뤄 여론이 들끓도록 잔뜩 기대했지만 토론회에선 이미 언론에서 지적했던 문제들을 베끼거나 걸러냄 없이 그대로 립(Lip) 서비스를 하는 수준에 그쳐 개최취지만 훼손됐다는 것이다.
촌평 중엔 이처럼 제약계의 기대에 못 미친 토론회와 발표자를 싸잡아 “알맹이가 아예 빠졌다”며 날 세운 목소리까지 냈다.
제약 계 내에선 왜 토론회에 이같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당시 토론회의 일정이 잡히면서 제약 계에선 이젠 정부보다 여론에 호소, ‘시장형 실거래가’의 존폐여부를 심판받자라는 원인 모를 분위기가 조성된 데다 의료계 단체처럼 까놓고 할 얘기는 하자라는 상황이 만들어졌었다.
게다가 제약협회 회장단과 이사장단의 수뇌부가 시장형 실거래가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토론회 개최계획을 절묘하게 잡아 제약계의 전폭적인 지지와 여론 형성에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토론회 일정과 발표자, 이들의 이력이 공개되자 제약협회 실무진에 여러 경로로 제약계의 충고가 전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개가 무게 있는 토론자로 교체시켜 국회나 청와대의 관심을 이끌어 내 정부가 스스로 시장형 실거래가를 폐지토록 하자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미 토론자에 결정된 사항이 통보된 뒤여서 잡혀진 일정대로 6일 토론회를 갖게 됐으며 제약계일부에선 불만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이런 불만은 중소제약사로 중심으로 펴져 있다.
이들 제약사는 지난달 23일 제협 회관에서 개최된 이사장단 소위 결정에 죽지 아니면 살겠지 식의 단체행동을 지지하고 있다.
당시 소위는 “약가 인하를 꾸준히 실시해온 대만의 경우 10년간의 약가인하 금액이 1조7천억 원에 그친 반면 우리나라는 고작 3년간 일괄약가인하와 기등재 목록 정비로 무려 2조5천억 원의 약값을 삭감한데이어 추가로 더 깎아내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로 제약업계로선 견딜 재간이 없다”고 비판했었다.
또 “정부가 지난해 4월 일괄약가인하로 제네릭의약품(특허만료의약품) 등의 약가가 53.55%로 조정된 지 2년이 안된 시점에서 또다시 약값을 인하하겠다는 식이라면 우리나라 제약계로선 제조업에 기반을 둔 생산이나 수출을 포기, 수입 유통업으로 업태를 바꾸라고 강요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의에선 언론에 보도된 요양기관별 인센티브 율 조정을 통한 정부의 재시행방안을 겨냥,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개악하는 것”이라며 강한 어조의 비판이 쏟아졌다.
소위에 따르면 “인센티브 지급과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시킨 퇴장방지의약품마저 속수무책으로 저가에 공급된 실제 사례들을 감안할 때, 인센티브 율을 낮추면 오히려 전년도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병원의 저가구매 요구 강도가 더욱 세질 뿐만 아니라 1원 낙찰 등 비상식적인 거래와 출혈경쟁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소위는 “입원환자용 원내 납품이 대다수인 주사제의 경우 그간 병원의 할인납품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다른 경구용 의약품마저 거래가 끊겨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급을 해왔지만 저가구매 인센티브제가 재 시행된다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몰려 생산을 포기해야 하거나 공급 중단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했었다.
이 때문에 ▲의약품 저가 구매 ▲유통 투명화 ▲보험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도입된 시장형 실거래가가 건강보험과 제약 시장에 도움이나 실익 되기보다 당위성조차 적은데다 제약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거나 현행 쌍벌제와 상충, 문젯거리로 남아 약가정책에서 당장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약값에 ▲사용량-약가 연동제 =최대 10% 인하 ▲사용범위 확대 시 사전인하 =최대 5% ▲특허만료 약가인하 =30%~46.45% 등을 적용, 실효성이나 존재가치가 없는 시장형 실거래 가를 빼야 한다는 거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10 18: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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