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교수진, ‘국내 저 시력자 분석 연구결과’ 첫 발표
저(低)시력자가 시력장애로 자살을 시도할 만큼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사진 눈이미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시기능연구소 ‘김성수(사진)·임형택’안과 교수팀은 저시력이 심할수록 자살을 자주 생각하며 실제 자살시도로 이어지는 위험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안과학회가 공동으로 시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안질환 역학조사에 참여한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8,919명을 교정시력을 기준으로 삼아 1.0이상, 0.63~0.8, 0.25~0.5, 0.2이하 네 그룹으로 나눠 저 시력이 이들의 ‘자살생각’, ‘자살시도’에 미치는 영향을 성별, 연령, 소득수준, 교육수준, 직업군, 거주 지역 등 다양한 배경 변수를 따져 분석했다.
이 결과 교정시력 0.2 이하 저 시력자들의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했거나 실제 시도가 1.0의 시력을 가진 비교 대상 군보다 각각 2배와 3.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평소 심한 스트레스가 있는 이들 가운데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가 최고 18배와 23배로 높았다.
이를 감안하면 저 시력자 중 스트레스를 심하게 겪는 이들은 이보다 자살 위험이 훨씬 더 높게 추정됐다는 연구팀의 설명이다.
임 교수는 “소득과 교육수준, 체감 스트레스를 감안하더라도 교정시력 0.2이하의 저 시력자의 삶의 질이 매우 낮아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을 파악했다”며 “세브란스병원 안과가 이전 연구에서 보고됐던 국내 40세 이상 인구 중 교정시력 0.5 이하의 저시력자 비율이 4.1%로 미국이나 여타 아시아 국가보다 높아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체 조사 군에서 ‘자살생각’을 한 사람 중 치료를 위해 전문 상담을 받은 이는 10%미만에 불과했다.
게다가 ‘자살 시도’를 했던 조사 군도 겨우 25%미만 만 전문 상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자살위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수 교수는 “시력장애가 상당한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된 만큼 책임 있는 주치의 또는 안과 의사로써 저 시력자의 스트레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동시에 각별한 주의와 함께 적극 개입, 진료해야한다”면서 “이들의 가족과 주변인들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병원 ‘이은’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필요에 따라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 진료를 절대 망설여선 안 된다”면서 “자살사고를 벌인 저시력자가 초기에 적절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방치하거나 우울증으로 악화될 때까지 치료가 늦어지면 치료효과가 저하되는 만큼 정상생활로 복귀가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 고령화에 따라 녹내장과 황반변성, 당뇨병성 망막 등 시력장애와 실명을 가져오는 질환이 계속 증가하는 만큼 저시력자의 안과진료뿐 아니라 환자의 정신건강도 배려하는 사회적인 의료지원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시력이 심리상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국내 첫 대규모집단 분석결과로 한국안과학회의 지원을 받았다.
이 연구논문은 Influence of visual acuity on suicidal ideation, suicide attempts and depression in South Korea이란 제목으로 안과학술지 영국안과학회지(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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