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성범죄 의사를 처벌하는 방안을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처벌수위를 두고 각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폭력범죄인 만큼 의사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과 저지른 죄질에 맞게 처벌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주문이 엇갈려 국회는 물론 정부, 의료계에서 온통 시끄럽다.
게다가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며 일반인과 같이 민형사 처벌로 죄 값을 치르는데다 면허취소까지 행정처분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는 동정론도 의료단체에서 나돌고 있다.
불씨가 된 성범죄 의사 '면허취소'는 의료법 개정안에 담겨져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국회에서 시작됐지만 감사원에서 보건복지부로 건네지는 행정당국간의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지펴졌다.
당시 국회에서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 면허취소 사유에 성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를 적용대상으로 추가하고, 영구히 재교부하지 못하게 면허자격을 박탈토록 했다.
감사원조차 현행 의료법 결격사유나 자격정지 등에 행정처분 규정을 두지 않아 금고 이상을 선고받은 성범죄 의료인이 형 마친 뒤 다른 지역으로 옮겨 의료행위를 하면서 같은 유형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관계법 개정을 통해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처벌을 강화해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하자 여러 방법의 처벌수위를 제기하는 여론이 일기 시작됐다.
여성가족부도 피해자가 대개 여성 환자인데다 신고를 꺼려한다는 약점 때문에 신고는 곧 처벌이라는 인식을 위해 더욱 강도 높은 성범죄 처벌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뻥 뚫린 법망 때문에 전신마취제를 투약해 저항할 수 없는 여성 환자를 강제로 성폭행한 죄질나쁜 성범죄 의사의 의료행위를 터 줘 재범기회를 준 행정당국이나 의료계에 쏟아지는 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사의 성범죄는 의료계로부터 영구히 추방돼야 한다는 입장에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면허취소의 법제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의료계로선 난감한 입장이다.
진료과정 중 터진 몇몇 성범죄가 국민적 공분을 사 전체의사에 대한 나쁜 이미지로 비춰질까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영구히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미 의료인단체 내 윤리위원회에서 진료행위 중에 성폭행을 저지른 성범죄 의사를 상대로 징계절차를 밟고 있는데다 면허자격에 의존하는 타 직종의 경우 성범죄 등으로 면허를 영구 취소하는 사례가 없다며 맹목적인 반대보다 의료계 내부의 자정노력과 효력 있는 징계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입장이다.
의협은 이 같은 내용을 전국 시도의사회와 대한의학회(각 전문과목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의 의견조회를 통해 대안을 마련한 뒤 최근 정부에 제출했다.
의협은 또 성범죄 의사 '면허취소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여성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산부인과 등 특정과목에서 성 폭행을 빙자한 범죄에 노출돼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성범죄는 형법 등으로 중한 형벌을 부과하는데다 의료법상 영구면허취소처분을 추가한다는 것은 형평성과 과잉입법금지원칙에 어긋나 다른 전문자격 직종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범죄 의사의 진료금지에 적극적인 감사원은 “환자의 몸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며 병을 치료해야 하는 직종특성때문에 재범우려가 높아 면허취소란 강수를 둬 다른 자격증 소지자와 차별하는 게 당연하다”며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결과, 지난 2006년부터 강간범으로 입건된 의사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환자를 성폭행한 의사는 공익 보호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재취업 금지는 물론 의사면허를 박탈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성범죄 의사 '면허취소'의 법제화가 착착 진행되는 가운데 단호한 국회나 정부, 죄질에 따라 처벌수위 조절 또는 산부인과 등 특정진료과 의료인을 바라보는 대국민의 시각을 고려해줄 것을 주문하는 전문가 단체의 의견이 제각각이어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19: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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