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위 내시경수술 2㎝ 이하로 제한 이상 크기는 ‘不法’

최근 위내시경을 사용해 용종 등 초기위암을 간편하게 제거하는 시술이 병원마다 줄줄이 취소하거나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금까지 위 내시경수술(ESD) 시술비로 환자가 150만~300만원씩 부담했지만 이달부터 건강보험에서 21만원만 지급, 선택 진료비를 포함해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시술 비는 30만원을 넘지 않아 병원의 수입이 1/4~1/6로 줄어들게 되면서 비롯됐다.

게다가 의료계는 보건복지부가 ESD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시술 대상을 '2㎝ 이하 조기 위암'으로 제한. "진료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환자의 나이, 병소 위치, 상태에 따라 시술 대상과 범위가 다른데 정부가 시술 범위를 '2㎝'로 제한, 이 시술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의협이 지난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문제를 밝힌 대(對)정부 성명에 "국민건강보험법을 근거로 2㎝는 ESD 치료 효과의 적절성과 시술이 남용될 우려를 고려한 수치"라며 "의료계가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시술 대상을 규정한 고시(告示) 이외의 경우를 의사가 시도했을 때 불법 시술이 된다.

병원은 시술한 진료비를 전액 환수당하고, 고시를 반복 위반하게 되면 진료비 3~5배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

이에 따라 시술자는 이달부터 '2㎝' 넘는 조기 위암을 ESD로 치료하면 불법이 된다.
이 때문에 환자는 전신마취를 통해 복강경이나 배를 개복한 뒤 위장(胃腸)의 3분의 2를 잘라내는 외과 수술을 받아야 한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2㎝' 넘는 조기 위암도 ESD로 제거해야 할 경우가 많다며 고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사례로 ▲80세 고령 환자에게서 2.3㎝ 조기 위암이 발견됐거나 환자가 수술받기를 거부했을 때 ▲조기 위암 환자가 심장병이나 폐질환, 만성 간질환 등을 함께 앓아 전신마취 수술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일 경우다.
학회는 체중이 100㎏이상 환자의 조기 위암 '2㎝'와 체중 50㎏의 '2㎝'를 다른 의미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소화기내시경학회 전훈재 총무이사(고려대병원 내과)는 "법 지킨다고 심장병 앓는 조기 위암 어르신을 전신마취 수술대에 올려야 하는 게 의사의 윤리냐"고 되물었다.
그는 조기 위암은 내시경으로 제거만 해도 환자 생존율이 일반 수술에 버금간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2㎝' 규정은 조기 위암이 그 이상 크면 암세포가 위장 주변 림프절로도 전이됐을 확률이 높다는 학술데이터를 근거로 삼았다.

복지부는 이스란 보험급여과장은 "학회가 학술 근거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거나 이 시술의 데이터가 쌓이면 시술 허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가에 못 미치는 수술용 칼 공급중단

의료계는 내시경 속에 집어넣은 뒤 암세포를 도려내는 수술용 칼 값만 20만~40만원"이라며 "정부가 새로 책정한 수가는 9만5000원으로 원가에도 못 미치는 등 아예 시술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반박한다.

수술용 칼 수입업체도 이 보험가격으로는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급을 늦추거나 끊었다.

복지부는 수술용 칼의 경우 원가자료를 제출하면 공급을 재개할 수 있도록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지만 조기(早期) 위암 내시경 시술이 중단위기에 처해지면서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배경에 생각하지 않은 의료기기 제조업체와 병원간의 암묵적인 태업이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사태에 국내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ESD) 치료재료 시장의 75%를 차지한 올림푸스가 중심에 있다는 조심스러운 뒷소문도 나돌고 있다.

올림푸스는 지난달 30일 각 병원에 '올림푸스 한국(주) ESD 나이프 공급불가 안내'라는 공문을 보내 "추가 또는 수정 고시발표가 이뤄지기 전까지 불가피하게 ESD 처치구 공급이 불가능함을 안내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6일 전해졌다.

올림푸스는 또 각 병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나이프 재고분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춰 일선 병원들은 '환자분들께 알리는 글'을 통해 "9월 1일부터 내시경의 수술칼 공급이 중단돼 기존에 시행하던 내시경 시술을 부득이 시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안이한 대응도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1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의 급여전환이 결정됐지만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은데다 병원과 제조·공급업체의 반발이 계속됐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했으며, 나이프 공급업체의 경우에도 가격 산정을 위해 원가 등의 자료를 내라고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SD)'이 환자와 가족들은 생각하지 않는 병원과 장비 업체의 반발로 중단될 위기에 몰려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이 종양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시경에 들어간 칼은 암 부위를 360도로 절개해 도려내는 데 사용한다.

환자단체연합회는 "병원이 정말 환자들을 생각한다면 수술을 중단할 것이 아니라, 내시경 시술용 칼의 공급을 거부한 올림푸스에 즉시 공급 재개를 요청했어야 했다"며 "의료계는 겉으로는 환자를 앞세우면서 실질로는 자신들의 이익과 건강보험 적용 반대를 통한 병원 수익 창출에 더 관심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이번 사태에 "지난 2년 동안 '위암 내시경 절제 시술'에 대한 의학적 임상치료 근거를 제출하지 않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의 책임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의료제품공급업체에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가격 협상을 하자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환자만 볼모로 잡히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의료계와 의료제품공급업체가 수익 창출을 위해 급여 화되는 것을 꺼려한다는 의혹을 지우려면, 식도암·대장암 등에도 하루 빨리 건강보험에 적용될 수 있는 의학적 근거자료와 시술용 칼 가격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며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가격협상은 절대 용서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