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대 환자의 원격 의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개정안을 둘러싸고 강하게 반발하는 의료계와 정부 간의 충돌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입법을 서두르면서 상황이 악화되자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가 10일 당정협의를 통해 ‘원격 의료 전담 병원을 막는 장치를 만드는 조건을 타협안으로 내놨지만 의협은 “백지상태로 되돌려 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냉담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의사들은 원격 의료가 의료 민영화의 첫 단계라면서 총파업 등을 동원해서라도 적극 막아내겠다며 부산을 시작으로 반대여론을 몰아 15일로 예정된 여의도 집회에 온힘을 쏟아 붓고 있다.
전국 의사들 ‘원격 의료’ 반대
“환자대면 않고선 진단 진료할 수 없다”
의사들이 원격 의료를 반대하는 이유는 ▲국민의 건강을 해칠 오진 양산 ▲의료전달체계 파괴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 가속화 등의 피해로 동네의원이 몰락할 것이란 우려와 ▲영리병원으로 가기 위한 첫 단계로 봤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수없이 양산해온 의료정책에 이골이 난 분노까지 겹쳐 폭발직전에 와 있다.
의사 대 환자간의 원격 의료는 정부가 IT 기술을 의료에 도입해 거리와 시간의 제한 없이 진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말 원격 의료 허용을 기초로 한 의료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지금은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에 와 있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도 반대에 연내에 국회통과를 목표로 정부가 강행의지를 비춰 의료계를 자극해왔다.
의료계는 “원격 의료가 현재 우리나라 의료실정에 맞지 않지 않는데다 일부 재벌기업, IT기업, 대형병원 등에게만 득이 될 뿐 동네병의원이나 지방병원 등을 파산으로 몰아가려는 제도”라며 반대의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의료계 내에선 원격 의료가 시작되면 서울 대형병원으로 쏠림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돼 의료체계 붕괴와 함께 개인병원이나 지방병원 등의 줄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원격 의료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국민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뒤섞여 나오고 있다.
의료계“ 예정대로 15일 대규모 집회 치른다” 강행
당정, ‘원격의료전담병원 막는 장치’ 타협안 제시
의협은 노환규 협회장 체계의 ‘의료제도바로세우기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원격 의료 저지를 위한 전국 지역별로 서명운동과 가두 집회 등 대국민 여론몰이에 온힘을 쏟고 있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IT기술을 의료에 접목시켜 환자를 혜택을 주자는 정부의 의견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대면 진료에 대처 원격 의료를 하겠다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면서 모니터를 통해 환자를 얼마나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서비스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했다간 피해가 속출, 재앙이 생길 수 있다. 만약 입법예고 중에 있는 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된다면 누구나 병원을 열 수 있게 돼 생명존중의 의료 본질보다 영리 추구로 벗어나 심각한 의료 왜곡이 나올 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의협은 원격 의료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반대하는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세영),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 대한약사회(회장 조찬휘), 대한간호협회(회장 성명숙) 등과 함께 강력 저지 운동에 들어간 상태다.
이로써 원격 의료와 영리병원 반대의 목소리가 오는 15일 전국 2만 여명의 의사들이 응집하는 서울 여의도 대규모 집회에서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송 대변인은 “원격의료 법안은 의료인 단체와 함께 의견을 주고받아가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또 의사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현 건강보험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만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내년 1~2월엔 총파업 등 모든 것을 동원해 강력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이번엔 정부가 원격 의료 의료법 개정안을 대폭 축소할 의견을 내비춰 한발 물러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는 10일 당정협의를 통해 원격 의료 전담 병원을 막는 장치를 만드는 내용의 타협안을 내놨다.
당정이 꺼내든 수정안의 내용은 이렇다.
첫째는 대면 진료 없이 원격 의료만 전담하는 병원을 형사처벌토록 한다는 거다.
둘째는 원격 의료나 처방을 계속 받는 환자에겐 대면 진료를 반드시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원격 의료로 받을 수 있는 질환범위를 경증으로 제한하는 한편 시행 전 6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실시하도록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의협의 반응은 냉담한 상태다.
협회 측은 “수정안은 실효성 없는 땜질식 처방이다. 백지상태로 돌려 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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