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바이오사 관계자, 조직은행 “원재료 수입 막혀 초유의 사태”
80% 가까운 수입 의존도-인체조직기증 인지도 개선 시급
전국의 화상센터에 비상이 걸렸다.(사진 이식수술 중인 화상환자 / 베스티안병원 제공)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에 따르면 올 초부터 급성 화상환자에게 급하게 이식할 피부(사체 피부)의 수급난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성 화상환자는 바로 전 화상을 입어 긴급히 피부치료이식이 필요한 환자, 중증 화상환자는 신체의 상당 부분에 화상을 입은 환자를 가리킨다.
대개 급성 화상환자들은 온몸 또는 넓은 부위에 화상을 입어 다급하게 치료해야 할 중증이어서 ‘골든타임’에 피부를 이식받지 못하면 패혈증, 쇼크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문제는 각종 산업재해와 사건, 사고로 다쳐 상태가 심한 급성화상환자들이 갈수록 늘어나지만 이식할 피부의 수요가 뒤따르지 못하다는 거다.
실제로 얼마 전 범죄로 전신 70%의 화상을 입은 한 여성 피해자는 현재 이식재를 기다리며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피부 이식재는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도록 가공된 피부다.
이식할 피부의 수급난으로 국민의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화상전문 베스티안병원의 신재준 과장은 “사체 피부 이식이 반드시 환자는 계속 늘지만 이식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마음 편히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인은 바로 원재료 수입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필요한 피부 이식재의 연간 80% 이상을 미국, 유럽 등지에서 수입한 것에 의존해왔지만, 지금은 사체피부 수출을 대폭 줄였다는 것이다(2012년 피부 국내 자급 15.2%, 수입 원재료와 제품 수입 84.8%).
피부 이식재 원재료란 가공을 거치지 않은 기증자(사체)의 피부를 말한다.
병원에 피부 이식재를 공급하는 한 바이오 회사 관계자는 “원재료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 구매요청이 들어와도 이식재를 생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수입 의존하지 않고 이식재 수급난을 해소하는 방법마저 쉽지 않다는 것에 있다.
국내에서 피부 이식재를 자급자족하는 방법은 오직 인체조직 기증이 활성화되는 것이지만 국민의 인지도가 장기기증 등보다 낮아(2013년 12월 기준 39.1%) 기증자가 매우 부족하다는 거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상을 떠난 직후 피부, 뼈, 연골, 인대 등을 기증하는 인체조직기증은 2012년 단 248명에 그쳐 국내 수요의 20%만을 커버할 수 있었다.
기증한 피부를 가공, 병원에 공급하는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의 조직은행은 이번 사태에 “기증이 발생해도 병원 요청이 워낙 많아 보관 중에 있는 피부 이식재가 단 한개도 없이 동나 앞으로 기증이 크게 늘어야 화상병동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윤경중 본부장은 “올 초 기증 체계를 보완하는 법이 개정되고 인체조직기증 희망서약자가 크게 느는 등 홍보 사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국민 생명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실제 기증 발생은 미미한 상황”이라며, “우리 국민 모두의 생명 주권을 지키기 위해 인체조직 기증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2 18:46:06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