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정 교수 "정확한 발병원인 찾아 적정치료 받는 게 현명"
"돌발성 난청 같은 질환 2주서 한 달 정도 그대로 둬도 청력 손실"
[보건타임즈] #50대의 최00 씨, 얼마 전부터 자주 머리가 어지러운 데다 심할 땐 하늘이 핑 도는 증상을 느꼈다. 그는 어지러움이 단순하게 피로로 생긴 것쯤으로 여겨 충분히 휴식을 취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느 날 새벽, 잠을 자다가 일어났을 땐 극심한 어지러움을 느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응급실을 찾았으며 의료진으로부터 '이석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사례처럼 누구나 한번쯤 겪는 어지럼증은 매우 흔한 증상이지만 머리, 귀, 심장, 혈관에서 문제가 생기는 등 발병원인이 다양하다.
대부분 어지럼증의 원인이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일부는 아주 심각한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임기정 교수(사진)의 도움을 받아 Q&A 방식으로 자세하게 살펴봤다.
첫째 어지럼증의 가장 큰 원인은 빈혈이다? (X)
임 교수는 "어지럼증의 발병원인이 굉장히 다양한 만큼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신경과 등 여러 진료과에서 진찰 되며,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어지럼증의 20~50% 정도가 이석증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흔히 어지러움을 겪게 되면 빈혈이 있는 것으로 착각해 무조건 철분을 섭취하려는 것은 활성산소를 많이 생성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영양섭취가 문제 되는 요즘엔 빈혈로 발생하는 어지럼증이 극히 드물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두 번째 어지럼증은 잘 먹으면 낫는다? (X)
영양분이 부족하면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으나, 대부분이 아니다.
어지럽다고 해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추후 치료에 방해가 돼 조심해야 한다.
세 번째 어지럼증은 추워지면 더 심해진다? (O)
추워지면 자율신경계의 기능이나 교감,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무너진다든지 몸의 긴장도가 증가, 신체 불균형을 초래할 뿐 아니라 일교차가 심할 땐 심뇌혈관에 문제가 생겨 더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청력까지 잃을 수 있는 '어지럼증'
어지럼증은 팽이 돌 듯 뺑뺑 돈다, 앞이 캄캄하다, 아찔하다 등으로 표현하듯 몇 걸음 걷다가 구토하는 등의 여러 증상을 나타낸다.
또 안색이 창백해지며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이외에 연관 질환에 따라 귀가 먹먹하든가, 눈이 침침해진다든지, 발음이 어눌해지기도 한다.
문제는 어지럼증을 치료 없이 방치했다가는 청력까지 잃을 수 있다.
귀는 청력뿐 만이 아니라, 귓속 전정기관과 세반고리관은 각각 위치와 회전기능을 담당한다.
사람은 뇌와 양측 귀 3개의 컴퓨터가 어지러움을 관장하고 있다.
이때 한쪽 귀가 소실되거나, 제대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 할 때 양측 귀가 감지하는 정보의 차이가 발생,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심한 회전성 어지러움(현운, vertigo)이 발생한다.
이렇듯 귀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어지럼증으로는 첫 번째 이석증을 꼽을 수 있다.
이 질환은 귓속 전정기관에 생긴 이석이 몸의 흔들림으로 떨어져 나가 부유성 석회화 물질이 돼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는 질환을 말한다.
주 증상은 주변이 빙빙 도는가 하면 한쪽으로 기울여진다든지 땅이 울렁거리며 특히 아침에 증상이 심해진다.
이석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비디오안진검사기를 이용해 어느 곳에 이석증이 생겼는지 검사한 후 치료한다.
이석증이 어느 위치에 생겼는지 판정이 되면, 간단한 약과 운동치료를 통해 치료를 할 수 있다.
이석은 이석 치환술 등을 통해 제거할 수 있으나, 이석 습성화 훈련을 통해 극복하는 방법을 권장하고 있다.
고개를 한쪽으로 돌려 천정을 보면서 옆으로 누워 귀 안의 불순물이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러한 방법을 아침에 한쪽 귀 당 2분씩 10번 정도 좌우로 움직이면 이석을 제거할 수 있다.
두 번째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질환은 전정신경염이다.
이 질환은 전정신경에 발생한 염증이 어지럼증을 발생시킨다.
이 질환은 심한 어지럼증과 구역, 구토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며 수 시간 동안, 길게는 하루 이상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전정신경염은 양성 질환이어서 저절로 호전돼 환자가 증상을 견딜 수 있으면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이 질환은 전정신경 재활운동을 통해 전정기관을 강화하면 예방할 수 있다.
전정신경 재활운동은 눈으로 목표를 주시하는 것을 훈련, 평형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어지러움을 덜하게 해준다.
세 번째는 메니에르병이다.
귀의 고혈압으로 불리는 메니에르병은 귀에 물이 찬 듯 먹먹하게 느낌이 동반되는 증상을 나타낸다.
임 교수는 "달팽이관 내 내림프액이 정상적으로 순환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면서 "달팽이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며 "초기에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며 점차 청력이 떨어져 이명이 생기다가 결국 압력이 세져 이를 견디지 못한 달팽이관이 터짐으로써 극심한 어지러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메니에르병은 짠 것, 단 것, 매운 것, 국물, 소금, 설탕 등 인공적인 것을 많이 섭취하게 돼 생기는 현대의 문명병 같은 것으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약물치료의 경우 이뇨제를 복용, 염분을 배출해 주는 것이 좋으며, 청력이 떨어질 땐 스테로이드를 처방, 청력을 보존한다"면서 "어지러움이 심할 때를 대비, 어지럼증 비상약과 안정제를 준비해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귀는 청각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지러움을 그대로 두다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임 교수에 따르면 특히 청력이 약해진 데다 귀에서 소리가 나는 어지럼증, 귀가 먹먹한 느낌이 동반되는 어지럼증, 항생제 투여 중에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방치 시 청력이 손상을 입게 돼 서둘러 진료받기를 권장한다.
임 교수는 "어지러움에 청력이 떨어질 때 서둘러 청력검사를 받아 근본 발병원인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며 "특히 돌발성 난청 같은 질환은 2주에서 한 달 정도 방치해도 평생 청력을 손실하게 돼 주의를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11: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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