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간호실무사법안’ 둘러싼 싸움 ‘격화’‥‘혼탁’

최근 간호조무사의 직명을 변경하고 면허를 부여하는 ‘간호실무사법안’이 발의되면서 이를 반기는 측에 즉각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난타전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를 비롯한 간호사협회, 조산사협회, 보건교사모임, 간호조무사교육자협회, 특성화고 교사들마저 8일 공식석상이나 성명서를 통해 ‘간호실무사법안’은 날로 악화되는 지방중소병원의 간호인력 수준과 의료서비스 질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즉각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게다가 간호협회와 조산사협회 보건교사모임 전국보건간호교과연구회, 간호조무사교육자협회 등 단체들은 전문대학의 간호조무과 존치여부를 가리는 규칙 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임박해진데다 ‘간호실무사법안’의 법제화를 지원하는 간호조무사협회의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가 면허제의 ‘간호실무사법안’ 개정을 추진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에게 정당성을 강조하는 서신 문을 전달하거나 신문광고를 해오면서 시위와 집회, 인권위 진정과 국민감사 청구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비췄다.

이러한 간호조무사협회의 사활을 건 활동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마음을 움직였고 ‘간호실무사법안’이 만들어졌다.
‘간호실무사법안’은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이 지난 6일 ▲간호조무사의 직명 변경 ▲보건복지부장관 면허제 ▲신고제 시행 등을 담아 대표 발의했다.

서신 문엔 어떤 내용이 담겨졌을까?
서신 문을 요약하면 우리나라도 하루 속히 간호조무사가 미국, 캐나다의 LPN(Licensed Practical Nurse)와 같은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문대에 간호조무과를 개설하고 면허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협회는 LPN을 한국어로 직역하면 '실무 면허 간호사'라는 직명이 가장 적합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또 정부부처 또는 협회가 발급하는 자격증만 인정하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선 시, 도에서 발급하는 한국의 간호조무사증을 인정하지 않아 외국 취업이 근본적으로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양승조 의원이 ‘간호실무사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밝힌 취지와 같은 내용이다.

당시 양 의원은 "인구의 고령화 등 의료 환경이 급박하게 변하면서 간호조무사의 역할과 책무가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지만 자격취득에 대한 신고의무가 없는데다 자격관리, 취업 등 통계조차 부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무사협회는 하루 빨리 자격관리를 복지부가 면허제로 일원화시켜 외국으로 취업할 수 있게 해야 하고 대학에 간호조무과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전문대학이나 사설학원에 애견, 미용학과까지 두는 마당에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간호조무과를 인정하지 않고 ‘고졸’로 못박아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반기를 든 시민 또는 이해단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간호사협회와 조산사협회, 특성화고 보건간호과 교사모임, 간호조무사 양성을 도맡아왔던 간호조무사 교육자협회들은 ‘간호실무사법안’과 간호조무사협회의 의견에 일제히 반대하는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간호실무사법안’의 경우 간호를 보조하는 비의료인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간호사와 혼동을 야기할 수 있는 직업명으로 변경하겠다는 의도만으로도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혼란만 초래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시도지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로 바꾸겠다는 발상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으로 제한해온 ‘의료인’의 면허 제도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고 보건의료인력 양성체계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는 물론 면허자로부터 의료서비스를 받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지방중소병원으로선 수익극대화를 위해 간호조무사 활용에 더욱 적극 나설 공산이 커 지방과 수도권 간의 의료양극화와 자원불균형 현상을 재촉할 수 있다는 논리를 꺼냈다.

이와 함께 전국보건간호교과연구회는 양 의원을 겨냥해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과 소통의무를 망각하고 한쪽의 이해당사자들만을 위한 의견만 반영한‘간호실무사법안’을 발의한 것은 특성화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우롱하고 속이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항간에 양 의원이 ‘간호실무사법안’을 유보할 뜻을 내놨다거나 국제대가 간호조무과 개설을 철회했다는 입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처럼 ‘간호실무사법안’을 둘러싼 공방전에 잡음까지 겹쳐 확산되면서 간호 계가 온통 혼탁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