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에 대한 늑장치료·진료기록을 조작한 병원에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뇌졸중으로 치료받다가 팔다리가 마비된 환자와 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항소심 법원 민사9부는 환자의 진료기록에서 조작된 정황이 있다며 1심 판결을 깨고 병원의 책임을 인정했다.
지난 2002년 10월 뇌졸중증세로 서울의 한 종합병원을 찾게 된 문 모(78)씨는 저녁 7시쯤 응급실에 도착, 레지던트 1년차 당직의사 조 모씨로부터 곧바로 문진을 받았다.
조 모씨는 뇌졸중 환자 문씨의 증세를 말초성 어지럼증으로 진단했다.
이에 조씨는 "확진을 위해선 자기공명영상(MRI)촬영이 필요하지만 이 병원에서 촬영하려면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한다"면서 병원을 옮길 지 여부를 문씨 가족들에게 물었다.
가족들은 상의 끝에 병원을 옮기지 않은 채 경과를 보기로 하고, 다음날 정오 무렵쯤 MRI 촬영을 거쳐 문씨는 최종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
이후 치료에도 왼쪽 팔다리가 마비된 문씨와 가족은 뇌졸중 확진이 늦어져 이같은 결과까지 빚어졌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1심법원 재판부는 당시 뇌졸중으로 확신할 증상이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는 병원의 의료 과실을 인정하고 3천6백여만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원 측은 응급센터기록지 내용을 근거로 한밤중이나 새벽에도 문씨에 대한 신경학적 검사가 시행됐고 그 결과가 모두 정상이었다고 하지만, 간호기록지는 이같은 내용을 담지 않아 병원 측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병원 측이 제대로 된 의학적 검사결과나 의견도 제시하지 않은 채 병원을 옮길 것인지를 일방적으로 물은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8: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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