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암 환자는 수술만 잘 끝나면 예전 삶을 되찾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런 기대는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어긋나고 건강이 회복된 뒤 직장에 복귀도 주위 동료들의 시선은 암에 대한 공포 탓에 배척당하곤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암과 암환자를 바라보는 잘못된 편견이 때문이라는 연구 분석이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심영목․조주희 교수팀은 최근 정신종양학회지(Psycho-Onc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암과 암환자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암은 곧 죽음이라 여겼던 과거로부터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정신종양학회지에서 주요 연구결과로 다뤄졌으며 최근 하버드의대에서 ‘이 주의 논문’으로 선정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들 교수팀은 지난 2009년 성별, 지역, 연령에 따라 일반인 ,1011명을 표본 추출해 설문조사에 들어가 이 같은 결과를 찾아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1,011명 중 58.5%는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암은 치료가 어렵다’고 여겼다.
또 55.8%는 한 번 암에 걸렸던 사람은 건강을 되찾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봐 TV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선 암을 불치병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71.8%는 ‘암 환자는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42.6%는 ‘암 치료를 받았던 사람은 남들처럼 사회활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56.1%는 ‘암을 진단 받은 사람이 치료 후 건강을 회복해도 직장에서 업무 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여겨 사회복귀 자체를 부정적으로 봤다.
뿐만 아니라 10명 중 5명은 암환자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다.
암의 경우 전염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 ‘나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함께 있어도 부담스러워했다.
조주희 교수는 “암환자는 암보다 주변 사람들에 의해 상처받게 것에 크게 괴로워한다”면서 “이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치료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깊고 오래 간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설문에 참여한 일반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를 주위에 밝히기를 꺼렸다
이번 조사에서 10명 중 3명꼴로 암환자란 사실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가운데 50.7%는 직장 동료가 자신이 암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심영목 교수는 “항암치료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지목되는 탈모로 암환자란 사실이 노출될 까봐 치료기간을 단축시켜 주거나 아니면 아예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났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암교육실이 암환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감하기 위해 전담 사회복지사를 배치, 교육과 함께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가 조기에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삼성암센터가 처음으로 선보였던 외모관리 프로그램도 암환자의 심리상태를 반영한 것이지만 단기적인 대책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암환자들이 사회로부터 부적정인 인식과 편견, 그리고 차별로 인해 겪는 고립감과 삶의 질 저하를 막을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 암정책의 일환으로 정부 차원에서 예방 또는 치료에 대한 관심은 물론 환자들의 사후 관리에도 신경을 쏟아야 할 때라는 의미다.
심 교수는 “캐나다의 경우 가족 중 일원이 암에 걸리면 가사도우미를 보내준다든지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두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가능한 선에서 암환자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과 같이 일정기간 재활할 수 있도록 보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를 풀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되면 암환자들이 조기에 발병사실을 알리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 같은 정책은 결과적으로 암으로 인한 국가 부담까지 경감시킬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5~2009년 암 발생자의 5년 생존율은 62.0%로 10명 중 6명이 5년 이상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파악된 암 생존자는 80여만 명으로 극복 단계에 있다.
그러나 이런 치료성적에도 불구하고 암환자의 사회적 상실감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암환자의 경우 47%가 암 진단 후 1년 이내에 직장을 잃는다는 조사가 있다.
재취업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일반인(30.6개월)보다 평균 1년 이상 더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46.3개월) 암 환자들의 사회참여 기회가 줄어든 만큼 반대로 사회적 고립이 확대되면서 환자의 정신적인 건강이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29 11: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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