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구철룡 교수, 핵의학과 조응혁 교수, 강남세브란스 권인규 교수팀
'엠피레귤린 단백질 증가 관련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 신호 전달체계 매우 활성화'
'엠피레귤린' 투약 시 혈당과 체중 감소, 소장 통해 혈액 내 포도당 대변으로 배출
논문, 11월 내과학 분야 국제저널 'GUT'에 게재
[보건타임즈] 국내 의료진이 비만 대사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혈액 안에 비정상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혈당을 대변으로 배출시키는 방법을 찾아냈다.(논문)
기존의 인슐린이나 당뇨병 치료제, 비만 약제가 갖는 기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약물치료 타깃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구철룡 교수, 핵의학과 조응혁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권인규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다룬 '비만대사수술 후 소장을 통한 포도당 배출 현상 발견과 관련 기전 분석: 당뇨병의 새로운 치료 타깃 규명(Serum glucose excretion after Roux-en-Y gastric bypass: a potential target for diabetes treatment)'이라는 주제로 한 논문을 지난 11월 내과학(Gastroenterology & Hepatology) 분야 상위 5% 이내 저널 'GUT(IF 19.819'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의 당뇨병 치료법은 혈중 포도당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체내 다른 장기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환자가 인슐린 저항성이 심할 땐 치료법이 마땅치 않은 데다 인슐린 분비 기능이 없을 때는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 이외엔 치료법이 없다.
당뇨병 신약으로는 혈중 포도당을 신장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SGLT-2 억제제가 개발돼 뛰어난 혈당 강하와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포도당 수송을 조절, 혈당과 무관하게 심장에 순기능을 나타내 심부전과 심혈관질환 치료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 약은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장 기능 감소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현재 당뇨병과 비만 치료 효과에서 가장 뛰어난 치료 성적을 나타내는 것은 '위 우회술을 이용한 비만 대사 수술'이다.
비만 대사 수술은 최근 미국에서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 치료에 표준치료로서 권고되고 있으며, 이를 인정한 국내 건강보험공단도 급여를 적용토록 승인했다.
치료 효과가 그만큼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만 대사 수술이 대사성 질환에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기전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기 이전에 공동 연구팀은 비만 대사 수술과 유사한 방식의 수술법인 조기 위암 환자 중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혈액 내 과잉 포도당이 소장 세포로 이동해 대변으로 배출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 현상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처음 확인돼 2017년 미국 당뇨병학회의 대표 학술지 'Diabetes'에 비만 대사 수술 후 소장의 포도당 배출 관련 혈당감소 효과가 처음 보고됐다.
올핸 미국과 남미 비만대사수술학회 대표 학술지 'Surgery for Obesity and Related Disease'에 비만 대사 수술 후 소장의 포도당 배출 관련 체중 감소 효과를 보고했다.
이번 연구에선 비만 대사 수술 후 혈당, 체중 감소와 연관된 '소장의 포도당 배출과 관련된 기전'을 규명하려 했다.
우선 연구팀은 비만 대사 수술법 가운데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위 우회술을 동물 모델로 재현했다.
이어 고도 비만과 당뇨병 동물 실험에서도 혈액 안에 과다하게 존재하는 포도당이 비만 대사 수술 후 소장을 통해 대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위쪽 이미지>
연구팀은 또 포도당 배출이 활성화된 소장 부위에서 나타나는 전체 전사체의 발현량을 비교 분석했다.
이 결과 엠피레귤린(Amphiregulin) 단백질이 증가했으며 관련된 상피세포성장인자(EGFR) 수용체 신호 전달체계가 매우 활성화됐다.
이를 통해 포도당 대사, 이동과 관련된 포도당 수송체가 활성화돼 혈액 내의 포도당이 소장으로 이동해 대변으로 배출되는 기전이다.
'엠피레귤린'은 상피세포 성장인 자(EGFR)를 활성화하는 여러 리간드(ligand) 중 하나로 상처 치유 효과, 세포 증식 속도와 세포 내 당 대사를 조절할 수 있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후 비만 대사 수술을 하지 않은 비만과 당뇨병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엠피레귤린'을 주사로 투약하기도 하며 소장 내에 젤 형태로 코팅해보기도 했다.
이 결과 비만 대사 수술과 유사하게 혈당과 체중이 감소했으며 소장을 통한 혈액 내의 포도당이 대변으로 배출하는 것을 확인했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구철룡 교수는 "비만 대사 수술은 당뇨병과 비만 치료 효과가 매우 뛰어나지만, 수술 자체의 위험과 환자가 갖는 부담 때문에 활성화되지는 못했다"며 "비만 대사 수술과 유사한 기전을 갖는 약제 개발의 새로운 타깃인 소장 내 상피세포 성장인자 관련 신호를 발굴했다는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핵의학과 조응혁 교수는 "비만 대사 수술로 발생하는 빠른 혈당감소 현상이 수십 년 동안 알려진 바가 있었지만, 이 현상은 부분적으로 이해됐다"면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기법으로 처음으로 당이 소장으로 배출될 수 있다는 단서를 보여줬으며 나아가 동물 실험에서 원인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권인규 교수 "세계 최초로 소장에서 당분을 '흡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출'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기전을 파악해 치료 가능 약물의 개발까지 가능한 결과를 도출했다"면서 "국내 비만 대사 수술 연구 중 가장 우수한 학술지에 결과를 보고했으며 비만 대사 수술 후의 극적인 효과에 대한 여러 기전이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 모르는 부분이 더 많아 앞으로 더 심화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복지부 2018년도 제1차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질병 극복 분야 연구자주도 질병 극복연구사업 연구비로 수행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9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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