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발병 직후 30~40% 현장서 사망하는 '대동맥박리'

조상호 교수 "가장 많은 원인 '고혈압', 금연과 혈압관리로 예방"

[보건타임즈] 대동맥은 심장으로부터 온몸의 장기로 혈액을 내보내는 우리 몸에서 가장 굵은 혈관이다.
대동맥이 찢어지면서 발생하는 대동맥박리는 절반 이상이 현장에서 곧바로 사망할 수 있는 매우 무서운 질환이다.
작게 찢어진 대동맥 내막으로 강한 압력의 혈액이 파고들어 내막과 중막 사이를 찢으면서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병이 시작되면 극심한 흉통을 호소하며, 심근경색과 혼동할 수 있어 감별이 중요하다.
바로 수술을 하지 않으면 한 달 이내 90%가 사망하는 대동맥 박리의 전문가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조상호 교수(사진)의 도움을 받아 이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자세히 알아봤다.

바로 수술 안 하면, 한 달 이내 '90% 이상' 사망

대동맥은 꽤 튼튼하면서 두꺼운 관으로 돼 있으며 가장 안쪽의 내막, 주로 근육으로 구성된 중막, 그리고 가장 바깥쪽의 외막으로 쌓여 있다.
성인은 혈관의 지름이 3㎝ 내외로 심장에서 시작해 머리(상행 대동맥)-가슴(하행 흉부 대동맥)-배(복부 대동맥)를 지나 양다리의 동맥으로 나뉜다.
급성 대동맥박리는 이처럼 대동맥의 내막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조 교수는 "이 질환은 혈액이 지나는 원래 통로와 찢어지면서 생긴 가짜 통로가 생겨 원래 대동맥을 압박하는가 하면 강한 압력으로 혈관이 부풀어 오르거나 쉽게 파열된다"면서 "약 30~40% 환자가 발생 직후 현장에서 사망할 수 있으며 상행 대동맥을 침범했을 땐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응급 수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2일 이내에 50%, 생존 이후 한 달 이내에 90% 이상이 사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질환"이라며 경계할 병으로 지목했다.

가장 흔한 원인 고혈압, '50~60대' 많이 발생

대동맥 박리를 유발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는 고혈압이다.
환자의 70~90%에서 고혈압이 동반된다.
고혈압과 노화 등으로 퇴행성 변화가 오거나, 마르판 증후군, 이첨 대동맥판막 등 선천적 요인으로 대동맥벽이 약해졌을 땐 대동맥 중막에서 변성 변화가 일어나는 상태인 낭성 중층 괴사, 흉부 외상 등이 대동맥 박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50~60대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으며 남성이 여성보다 2배 더 많이 발생한다.

주요 증상 '칼로 찌르는 듯 극심한 통증'

조 교수는 "대동맥 박리가 생기면 찢어질 듯 극심한 가슴 통증이 갑자기 시작된다"며 "상행 대동맥이나 가슴 쪽, 하행 대동맥에서 발생하면 주로 어깨뼈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게 된다"면서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일평생 겪는 가장 심한 통증으로 꼽으며, 찢어지는 듯, 칼로 찌르거나 도려내는 것 같은 격렬한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상행 대동맥을 침범했다면 경동맥이 차단될 수 있어 이 때문에 뇌 혈류에 이상이 생기면 몸의 한쪽이 감각이 없어지거나 마비가 오는 등의 신경학적 이상이 초래된다"고 밝혔다.

통증 위치 변하면 더욱 악화하는 상황, '빠른 치료' 필요

대동맥 박리의 주된 원인은 고혈압이지만, 대동맥 파열이 발생해 심장이 눌리거나, 대동맥판막이 제 기능을 못 하면서 혈액이 심장 쪽으로 역류, 급성 심부전으로 진행하면 저혈압이 생길 수 있다.
하행 대동맥을 침범하면 척수신경으로 가는 혈류를 차단해 하반신 마비, 장 쪽 혈관이 막혔을 땐 복통 등이 나타나게 된다.
첫 통증은 매우 심하지만, 점차 나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통증의 위치가 변하는 것은 대동맥 박리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즉시 병원에 찾아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행 대동맥박리 '빠른 수술', 하행 '내과 치료' 필요

대개 상행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파열로 급사할 위험이 커 초기 수술 치료가 원칙이다.
하행 대동맥 박리는 파열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분지 혈관이 많아 수술 후 후유증의 위험이 커 내과적 치료를 하게 된다.
하지만 "초기 내과적 치료를 시행하다가 주요 장기가 손상된다거나, 파열이 임박했다든지, 분지혈관으로 혈류가 저하될 땐 하행 대동맥 박리도 수술 또는 혈관 내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게 된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수술 치료 '손상 최소화, 찢어진 부위 인조혈관으로 대체'

수술의 목표는 박리 과정이 하방 또는 상방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으면서 찢어진 내막 부위를 포함한 대동맥 부위를 인조혈관으로 대체시켜 주는 것에 있다.
급성 대동맥 박리의 수술 사망률과 치명적 합병증의 발생 빈도는 다른 어떠한 수술보다 현격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대부분 수술 전 환자의 상태가 매우 불량할 뿐 아니라 수술 자체도 위험하다.
그러나 수술 장비와 재료, 의사들의 술기, 대동맥 응급 질환에 대한 치료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상행 대동맥 박리의 수술 성적은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최근엔 연구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수술 사망률이 5~2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대동맥박리 예방의 기본은 '금연과 고혈압 조절'

조 교수는 "대동맥 박리를 선택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은 없으나, 일차 예방을 위해선 금연과 함께 대다수 환자가 보이는 고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마르판 증후군과 같은 유전성 결체 조직 질환 또는 이엽성 대동맥 판막증을 앓는 고위험군의 경우 조직 일부가 선천적으로 약해진 상태여서 혈압이 높으면 대동맥이 늘어나다가 어느 한순간 대동맥 박리로 진행될 수 있다"며 "세밀한 추적관리를 통해서 사전에 대동맥의 확장 여부를 평가하면서 박리가 발생하기 전에 조기 치료를 위해 담당 의사와 정기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