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동의 없인 불가능‥"참관만으로도 충분"
정부가 국내 연수중인 외국 의사의 진료 행위를 허용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부정적 입장을 내놔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외국의사·치과의사의 국내연수 중 제한적 의료행위 승인에 관한 고시(안)'을 공개하고 21일 오후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공청회를 개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 고시안은 외국 의사들의 국내 연수 프로그램이 참관 중심으로만 제한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들의 의료행위에 대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시안엔 의료법 27조와 시행규칙 18조에서 정한 '외국의료인 국내 연수 중 의료행위'의 요건과 절차 개정이 담겨져 있다.
이에 의료계는 외국 의사에게 제한적으로 의료행위를 허용하게 되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병원들이 이를 악용, 기피 진료 과에 대체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최근 의사 수를 늘리려는 방침들이 나오면서 이슈로 떠올라 의료계가 찬반으로 나뉘어 시끄러운데다 연수를 위해 방한한 외국의사의 국내의료행위 허용 또는 활용범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일단 법안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녹색시민권리센터장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반드시 발생할 수 있다”면서 “대체인력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생길 가능성이 상당히 커 법안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단서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외국 의사의 의료행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게 되면 국내 전공의들의 수련기회가 상대적으로 줄거나 박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홍준표 기획조정실장은 “이들이 값싼 대체인력으로 활용될 소지가 커 오히려 전공의나 인턴들의 수련 기회가 없어질 수 있다”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된다면 병원마다 내부에서 갈등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남후희 사무관은 “부족한 의료 인력을 대체하겠다는 것은 오해”라며 “이러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사전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며 참관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일부 전문가의 지적도 쏟아졌다.
입국목적이 참관 위주의 연수프로그램인데다 환자 보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대병원 양한광 위암센터장은 “참관위주의 연수프로그램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참관하는 조건에서 대개 참여 의사를 밝혀온다면서 정부가 만약 외국의사의 제한적 의료행위를 승인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를 대비한 차원에서 환자보호 입장에서 사전에 구체적인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시안엔 구체적 동의서 양식 없이 '환자에게 사전 고지'만 하도록 돼 있다.
인하대병원 박금수 진료부원장은 “고시안대로 라면 외국의사가 제한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고 한국민”이라면서 “‘사전 고지’가 아닌 구체적인 동의서 양식을 마련할 것을 법안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의료법은 외국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이 일정 기간 국내에 체류할 경우 교육·연구 사업하려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복지부의 승인을 받도록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의료행위와 연관된 승인절차 등 세부 규정이 미비해 외국 의사들의 국내 연수가 참관 위주여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11: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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