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리베이트 ‘줄 소환-처벌’ 악몽 ‘현실’ 됐다

이달 안에 정부가 약값 리베이트와 연루된 의사 300여명 모두에게 두 달간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약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로써 사상 전례가 없었던 최대 규모의 약값 리베이트 처벌이 예고돼 의약계가 지난 1월 21일 공개적으로 밝힌 ‘줄 소환-처벌’을 우려했던 악몽이 현실로 드러나게 됐다.

또 쌍벌죄로 리베이트를 줬던 제약사들도 ‘약가연동제’에 적용돼 약값 삭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에 의사 자격정지처분을 받게 될 이들 300여명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1~2월초 새 줄 소환돼 약값 리베이트 혐의로 정부 합동수사반에서 검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았던 당사자들이거나 그동안 복지부가 연루여부를 조사했던 의료인들을 합친 수다.

앞서 의료계 ‘단체소송(?)’ 준비
제약 ‘약가연동제’ 적용 약값 삭감 불가피

이 사건의 상황이 커지면서 의료계에선 지난 1월 21일 ‘리베이트 연루 의사’를 구제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한편 의협 등 의사단체는 이들의 ‘법률지원·단체소송’을 검토, 실력행사에 나설 것을 밝혀 의약계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이를 예의주시해왔던 대한의원협회와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등 의사단체는 리베이트 사건에 누가 연루됐는지 실태 파악에 들어가거나 지금처럼 급박해진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 을 예상, 법률 지원, 단체소송준비에 착수했던 것으로 전해졌었다.

1월 28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줄 소환에
의사단체 ‘법률지원·단체소송’ 맞대응 검토

의원협회는 긴급회의를 자처, 이 사건의 실태파악과 지원책 마련을 논의했었다.

윤용선 협회장은 “긴급회의에 소환통보를 받은 의사 0명이 참석했다"면서 "이들 대부분은 00제약이 생산하는 의약품의 교육이나 홍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설문조사 또는 PMS(의약품 시판 후 조사)등에 참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구매대행업체가 마련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윤 협회장은 “이들은 검찰이 리베이트 혐의로 보는 의약품처방 대가인지를 전혀 모르는데다 구매대행업체와 00제약간의 관계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단순히 의사들의 의학적 지식 즉, 지적 재산을 활용했을 뿐이라며 억울해했다”면서 “수사당국이 이번 사건과 연루됐다고 판단내린 의사 수는 잠정적으로 약 1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들의 혐의내용을 조사한 뒤 억울한 의사들에게 검찰조사에 대응할 법조인을 지원하고 나아가 단체소송까지 검토할 생각이다. 다만 의원협회의 역량을 고려해 우선 협회 정회원만 지원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었다.

병원의사협의회도 당시 같은 내용의 긴급회의를 갖고 회원들에 대한 법률을 지원키로 결정을 내렸었다.

협의회는 “이번 사건에 봉직의도 연루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들의 줄 소환이 리베이트 처벌로 이어질 것이란 전제아래 인터넷상에 법률상담 게시판을 만들어 회원들 대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고 전한 바 있다.

이 사건과 연루된 제약사들은 리베이트와 연관된 의약품에 약가연동제를 적용, 약값삭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 진행추이와 처벌 수위를 주의 깊게 살펴봐왔다.

시판 후 조사(PMS)가 리베이트냐(?)‥‘진실공방(?)’
시간 들여 만든 강의저작권 대가 37만원 받은 게 과연 뇌물인가?

당시 정부 합동수사반이 의심되거나 정황이 드러난 의사들을 줄 소환, 리베이트냐(?) 아니냐(?)의 혐의를 가리는 수사 중에 ‘진실공방(?)’이 의사단체와 제약사간에 벌어지기도 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를 안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이 사건에 연루된 중소 제약사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한 뒤 정리한 금품이 오간 내역 문건(위 사진)을 일부 제시, 리베이트로 일단락 지으려 하지만 의약계에선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여서 앞으로 리베이트냐(?) 아니냐(?)의 혐의를 가리는 ‘진실공방(?)’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에는 개인 병원뿐 아니라 대학 병원 의사까지 전국의 의사 300여 명이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돼 있으며 이들에게 지난 2009년부터 2년 동안 1인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모두 40억 원이 시장 조사비나 연구비라는 명목으로 건네진 것으로 정리돼 있다.

그러나 의료계의 시각은 달랐다.

시판 후 조사(PMS), 동영상 교육 콘텐츠 제작, 인터넷 강의 대가를 의약품 판매촉탁과 확실하게 구분해 리베이트로 봐선 안 된다는 게 정부나 법조계를 향한 의료계의 하소연이다.

이 내용은 의협이 지난 1월 25일 공개한 ‘동아제약에 보내는 공개질의’ 중 리베이트 ‘진실공방(?)’과 연관된 것으로 발췌한 것이다.

아래는 의협이 이 사건과 연루돼 수사를 받은 의사로부터 직접 발취한 내용이다.

#이번 일로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다. 만약 변호사를 선임하면 얼마나 드나(수임료)고(?).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 재판 전까지 500여만 원을 달라고 한다. 재판에 들어가게 되면 계속 추가비용이 들고. 변호사는 법의 전문가니까 이 정도 액수가 당연하고 의사는 2-3주 정도 본업인 진료를 다한다. 또 개인시간을 내서 PPT를 만들고 그걸 자신 얼굴이 다 나오게 강의를 찍어서 “지명”이라는 회사에 강의에 대한 모든 저작권을 넘기면서 한 달에 37만원 받은 게 과연 리베이트인가? 과연 액수(리베이트로 받을 돈)가 과한가?….정말 모르겠다.

문>통상 피부과 의사가 강의하면 1회에 어느 정도의 돈을 받나?
답>보통 적게는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받는데. 피부과 개원의 협회에서 실제 발행했던 강의료 견본을 증거로 제출하겠다.

문>그럼 전혀 대가성이 없었다는 거냐? 증거가 있나?
답>대가성은 사실 검찰이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내가 어떤 대가를 받고 이 돈을 받았다는 것인지 증명해 달라.

이와 달리 정부 합동수사반은 지난 1월 10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의사들이 00제약 직원들을 상대로 15분 정도 인터넷 강의를 하고는 240만원을 받는 등 동영상 교육이 뇌물성 리베이트의 통로로 활용됐다고 밝힌바 있다.

이후엔 검 경찰의 움직임을 둘러싼 여러 말들이 나돌았지만 리베이트 수사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리베이트 진실공방이 터진 것은 지난 1월 25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자리였으며 검찰 등 합동수사반은 이런 의사들의 주장에 처벌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혀왔었다.

검찰 관계자는 “계좌추적을 통해 드러난 자금 흐름의 정황, 연루된 영업팀의 내부 문건에 교육 콘텐츠 제작이 신종 리베이트의 수법으로 명시돼 있는 등을 감안하면 의협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해왔다.

결국 수사 자료가 법정에 넘겨졌고 법원이 이를 리베이트로 결정, 쌍벌죄로 처벌하게 된 것이다.

“의료현장에 ‘제약영업사원 출입금지’
리베이트로 오인될 PMS조사 교육용 콘텐츠 제작 등 제약사와 거래 중지

리베이트와 ‘진실공방(?)’여파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의협은 '제약사와 약 구매이외는 모든 거래 중지'할 것과 전국 회원의사에 “제약영업사원 출입금지”를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건에서 제약사와 거래된 교육용 콘텐츠 제작이나 시판 후 조사(PMS)등이 리베이트로 비춰졌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의협은 전국 의사들에 당분간 의약품 빼고는 교육용 콘텐츠 제작이나 시판 후 조사(PMS)등 제약사와 거래를 중지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 조치는 제약사와 교육용 콘텐츠 제작 등을 거래하게 되면서 불거진 리베이트를 의식, 제약사 영업사원 의원현장 출입금지를 선언한 후속타로 보인다.

의협은 13일 전국 의사회원들에 보낸 서신에서 "의약품 리베이트를 완전히 중지해 줄 것"과 "당분간 약의 구매이외에 교육용 콘텐츠 제작이나 PMS 등 제약사와 모든 금전거래를 삼가줄 것"을 당부했다.

현행 쌍벌죄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있는데다 검찰에선 교육용 콘텐츠 제작과 PMS을 ‘변칙 리베이트’로 간주해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검찰이 대가가 입증되지 않은 금전거래를 리베이트로 몰아가고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선 제약사의 장부에 입금된 기록만 있다 해도 근거로 간주,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는 상황이라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의협은 이와 함께 제약사 영업사원의 접촉을 가급적 삼가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오랜 리베이트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부 제약사들이 여전히 적극적으로 리베이트 공세를 벌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제약사 영업사원이 백지에 의원의 동의 없이 직인을 찍어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의협은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의료기관 출입을 삼가도록 요구하는 스티커를 제작, 이번 주 전국 병의원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 스티커엔 ‘제약사 영업사원 출입금지 양해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의사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 선언
의사협회, ‘의산정협의체’ 구성 제안

2월 4일엔 의사협회는 의학회와 공동으로 4일 오후 1시 30분 협회회관 3층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의료계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날 의협은“ 의사들이 특정 의약품을 처방한 대가로 리베이트를 요구하거나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율적인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자정목소리를 냈다.

다만 “모호한 영역을 내세워 의료인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은 즉각 중지할 것과 선량한 의사들을 보호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를 향해 쌍벌죄 개선과 함께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방안으로 ‘의산정협의체’의 구성”을 제안했다.

의협-제협 ‘의·산·정 협의체 구성’에 전격 합의
2월 27일 회동 “리베이트 쌍벌죄 모호성에 ‘공감’
단 ‘영업사원 출입금지’ 유지”

제약협회 이경호 협회장

의사협회 노환규 협회장

사진) 의협-제협 ‘의·산·정 협의체 구성’에 전격 합의= 이번 회동에 의사협회 대표로 노환규 회장(오른쪽 앞에서 두번째), 윤창겸 상근부회장 대우, 이재호 의무이사, 이상주 보험이사, 이홍선 사무총장, 마주 앉은 한국제약협회 대표로는 이경호 회장(왼쪽 앞에서 두번째), 김원배 이사장, 갈원일 전무와 대웅제약 이종욱 사장, 종근당 김정우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런 쌍벌죄 개선과 함께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의약계가 뭉치게 된 계기가 됐다.
서로 리베이트 쌍벌죄의 모호성을 바로잡을 수단이 필요했던 공감대가 단초된 것이다.

노환규 회장을 대표로 한 의사협회와 이경호 회장이 이끈 제약협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1시간 30분가량 가진 오찬 회동에서 처벌이 애매한 쌍벌죄의 기준을 의약시장 현실에 맞게 조정하거나 먼저 기획안을 만들어내 ‘의·산·정 협의체(가칭) 구성’에 전격 합의, 새 정부에 제안키로 했다.

그러나 의료계와 제약계의 거리를 떼어냈던 '제약사 영업사원 출입금지'는 리베이트 단절 자정선언이 효과를 거두게 되면 자연스레 풀릴 것이란 기대에 따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회동 뒤 이경호 회장은 "의약계에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리베이트 '쌍벌죄'의 모호성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면서 "의료업계와 제약 산업계가 ‘의·산·정협의체’ 구성 협력에 의견이 오갔다"며 "의료법, 약사법, 공정거래법의 애매한 처벌 기준선을 합리적이고 분명하게 함으로써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제약사 영업사원 출입금지'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협의 입장을 다소 이해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선 당장 풀어야 한다, 유지해야 한다로 선을 긋기엔 의미가 없다"면서 "두 단체가 구상하는 의·산·정협의체를 통해 리베이트 쌍벌죄 기준을 개선해나간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제약사 사원의 영업활동은 리베이트 쌍벌죄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합법적이면서 정상적인 사업행위 중 하나라는 게 이 회장의 시각이다.

이 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영업사원의 활동을 정상적인 사업행위로 봐야 한다는 제약계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의료계의 출입금지조치는 리베이트 자정선언의 일환으로 나온 대안이기에, 당장 풀어야 한다보다 서로 협력하면서 자정선언이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