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 발간

의학자(피부과학, 해부학)와 언어학자 국내 첫 공동연구 결과물

은희철 교수

정인혁 교수

송영빈 교수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학자와 언어학자가 공동 연구한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지침서(‘좌창·단골·와우’ 쉬운 우리말로 바꾸면 ‘여드름·짧은 뼈·달팽이’= ☞ http://www.bktimes.net/detail.php?number=44207&thread=24)가 나왔다.

서울대의대 피부과 은희철 교수는 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 정인혁 교수와 이화여대 인문학부(언어학) 송영빈 교수와 함께 어려운 의학 전문용어를 이해하기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한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커뮤니케이션북스)를 펴냈다고 발표했다.

어려운 의학용어를 다루는 의학자가 언어학자와 만나 서로 공부하며 이러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이번 저술은 의학계와 언어학계 모두에게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의학용어 국어 어법에 맞게 바로 잡고 표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 책은 '기존의 용어는 물론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진 새 전문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을 제시, 매우 실천적인 제안을 담고 있다.
우리말 전문용어에 대한 막연한 당위론에서 벗어나, ‘언어 현실’에서 전문용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실제 고민 담을 보여준다.

의학 전문용어가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대중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의료현장의 의사나 환자들의 고민거리다.

이 책에선 의학 전문용어가 시대에 맞춰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좌창' '와우' '단골'과 같은 난해한 의학 용어가 각각 '여드름' '달팽이' '짧은뼈' 등으로 순화돼 대중에게 성공적으로 소통되고 있다.

은 교수는 "전문용어는 더 이상 소수 전문가들이 쓰는 말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일반인이 습득하기 위해선 지식의 소통이 가능하다"며 "전문용어도 시대적 요구에 맞게 모두가 소통 가능한 용어로 변화되어야 만이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피부과 진료실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진료 결과를 '이치티오시스 벌가리스’, 혹은 ‘심상성 어린선'이라고 말하면 과연 알아들을 수 있을까?

만약 의사가 고유의 의학용어만 고집한다면 환자와 소통은 어려울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보통비늘증'이는 증상과 연관 지어 설명하기를 주문한다.

저자들은 의학 전문용어의 진정한 가치는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현실과 어법에 맞게 변화해야 하며, 무엇보다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워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쉬운 의학용어는 결국 '진료의 질을 높이는 기본전제'가 된다는 신념이 이들 의학자와 언어학자가 의기투합해 오랜 기간 연구하며 책을 펴내게 된 계기가 됐다.

이들은 현재 쓰이고 있는 용어 중 통일이 필요한 의학용어에 새로운 대안도 제시한다.
현재 영어 'disease'가 병, 질병, 질환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우리말 큰 사전 7판에 의하면 질병, 질환은 병과 완전히 같은 의미로 정리돼 있다.
이들을 모두 '병'으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영어 'disorder'도 장애, 병, 질환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장애'로 통일할 것을 제안한다.

사후피임약, 응급피임약은 '사후피임제', '응급피임제'로 쓰여야 한다는 것으로 강조한다.
현재 '-약'이란 말은 상황을 제거시키는 것, '-제'라는 말을 상황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각각 쓰여 이들 약의 특성상 '-제'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상처(wound)와 연관된 다양한 용어도 현재 순화되지 않고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가령 할창(cleaver wound)은 '찍힌상처', 절창(cutting wound)은 '베인상처', 사창(firearms wound)은 '총상', 관통창(penetrating wound)은 '관통상처'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바꾸기를 권한다.

저자들의 전문용어 연구 이력은 화려하다.
은 교수는 의사협회 용어심의위원회 위원을 맡아 20여 년간 다수의 의학용어집 발간에 참여해왔다.
정교수도 해부학회 용어심의위원장을 맡으며 우리말 의학용어 만들기에 앞장서왔다.
송영빈 교수는 언어학자이자, 대표적인 전문용어 연구가다.

은 교수는 "순화된 새 전문용어가 정착되기 위해선 전문가의 적극적인 관심과 활용이 필요하다"며 "최근 '갑상선'을 '갑상샘', '골다공증'을 '뼈엉성증'으로 순화시키고 있는 과정에서 언어학자들의 좋은 호응에도 잘 정착되지 않는 것은 의사들의 이해가 필요할 뿐 아니라 진료 현장과 학술 활동에서 적극 사용해야만 새 용어의 정착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의학용어를 대상으로 쓰여졌지만, 전문어의 발생과 쓰임에 대한 원론적 기술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용어 만들기에 대한 방향성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쉬운 한국어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가 세계의 언어 속에서 갖는 역사적, 언어학적 의미를 밝힘으로써 이것의 정당성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소개

▪ 은희철/ 서울대 의과대학 피부과 교수
1993년 대한의사협회 용어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전문용어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이후 의학용어집 4판, 피부과용어집, 필수의학용어집 발간에 기여하는 등 약 20년에 걸쳐 우리말 의학용어 만들기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 송영빈/ 이화여자대 인문과학대학 인문학부 교수
주요 관심 연구 분야는 한국어 전문용어와 한국어에 영향을 준 일본어 전문용어의 문제점 규명이다. 의학 전문용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필수의학용어집> 발간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대표 저서로 다국어 어휘의 미망(공저), 한자의 미래(번역), 전문용어학(공역) 등이 있다.

▪ 정인혁/ 가톨릭대 의과대학 초빙교수이자 연세대 명예교수
대한의사협회 남북의학용어비교소위원회 위원장과 대한해부학회 용어심의위원장을 지냈다. 해부학 용어, 의학용어집 등을 발간, 쉬운 우리말 의학용어 만들기와 전문용어 고유어화의 가능성 입증에 기여했다.
2004년, 우리말 용어 만들기에 대한 공을 인정받아 외솔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