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의협, 비급여의 급여화 "동네병의원 다 죽인다"

종별 진료비 똑같아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더 악화
동네 병·의원 찾던 경질환자까지 상종병원으로 발길 돌린다

[보건타임즈] 의료계가 의료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려는 '문재인 케어'의 전면수정을 요구하며 전면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이유는 이렇다.
비급여 질환의 전면 급여화가 되면 종별구분과 관계없이 3차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에서 받는 진료비가 1차 의료기관(동네 병의원), 2차 의료기관(종합병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됨으로써 대형병원으로 환자의 쏠림이 더 심해져 앞으로 계속 개선, 발전시켜 나가야할 1→2→3차로 잇는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1·2차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심해져 동네 병·의원의 설 자리가 아예 없어진다고 봐서다.

의료전달체계는 환자가 자신의 질병상태에 맞는 의료기관을 선택,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는 경증 질병의 경우 병·의원, 이보다 심한 질환은 종합병원, 심각한 중증은 상급종합병원이 맡아 치료하게 해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경질환자를 1차 의료기관인 동네 병·의원으로 보냄으로써 균형 있게 의료체계를 유지하는 것에 활용돼왔다.

하지만 비급여 질환의 전면 급여화는 종별구분과 관계없이 3차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에서 받는 진료비가 1차 의료기관(동네 병·의원), 2차 의료기관(종합병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돼 대형병원으로 환자의 쏠림을 더 부추김으로써 결국엔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의료 전문가 37명으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를 21일쯤 본격적으로 출범시켜 1차·2차 의료기관의 설자리를 빼앗는 문재인 케어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11일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자기공명영상(MRI) 진료비를 사례로 꼽았다.

의협 비대위 이필수 위원장(전라남도의사회장)은 "가령 환자가 3차 의료기관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했을 때 1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1차·2차 의료기관으로선 이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행 의료전달체계"라면서 "비급여질환의 전면급여화가 되면 1·2·3차 의료기관이 받을 수 있는 비용이 모두 똑같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돼 비싼 진료비를 내더라도 대형병원에 가려는 환자가 몰리는 상황에서 그나마 동네 병·의원과 종합병원을 찾았던 경질환자까지 상종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됨으로써 중소병의원은 망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의협 비대위에 따르면 이런 분위기가 반영되듯 이미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문재인 케어를 비판하는 의사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이들의 의견을 반영, 정부에 상대로 문재인 케어를 원점부터 재검토하는 협상 과 비급여의 급여화로 사용될(추산 소요 비용 30조6천억 원) 건보재정 조달 대책방안을 구체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이 비용을 마련하려면 결국 건강보험료 인상 등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방안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비대위 측의 시각이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문 케어에 쓰일 건보재정 조달을 위해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진료항목에서 환자의 본인 부담을 차등 적용하는 '예비급여'를 건강보험으로 관리하겠다지만, 아직 시범사업조차 시도된 바 없다"며 "의료 보장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방침엔 동의하지만 국민에게 건강보험 지출비만 부담시키는 비급여의 급여 화를 반대하는 것이 의료계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이처럼 건보재정 조달 방식이 불투명한데다 의료 전문가들과 협의가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며 "먼저 의료 전달체계부터 안정화한 뒤 의료 보장성 강화 정책을 펼치는 게 올바른 순리"라고 덧붙였다.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을 겸한 2차 전체회의는 21일 의협 회관에서 가질 것으로 예정돼 있다.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는 난항을 겪었던 부위원장과 비대위원, 총괄간사, 대변인 인선을 15일 위원장단회의에서 확정키로 마무리 정리하는 단계에 있으며 비대위에서 근무할 팀장급 1명, 일반직원 3명 등 총 4명의 조직을 정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비대위는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 등 의료계 중대 현안 해결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