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환자 얼굴 골격 구조 인지하게 한 후 '피부암 검출-진단한 세계 최초의 연구'
김성환 교수 "구별하기 까다로운 피부암 조기 발견과 치료에 큰 도움 될 듯"
논문, 국제 피부연구학회지 'JAMA Dermatology'에 게재
[보건타임즈] 50대 주부 A 씨는 최근 오른쪽 눈 아래 큰 점이 신경 쓰였다. 예전보다 크기가 커지는 것은 물론 색깔도 점차 짙어져 가서다. 아프거나 가렵다든지 겉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그냥 점으로 여겼다. 그녀는 혹시나 하는 의심에 병원을 찾았으며 의사로부터 피부암의 일종인 기저세포암이란 진단을 받았다. 다행스럽게 이 암은 다른 피부암(흑색종·편평세포암)보다 치료가 쉬워 병변 주위의 암 조직만 때어 내는 간단한 수술로 제거했다.
A 씨 사례처럼 피부암은 대개 가려움증이나 통증 같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데다 평범한 점이나 반점, 결절에서 암으로 발전해 육안으로 구분해내기가 매우 어렵다.
치료 없이 계속 내버려 두면 피하와 근육은 물론 뼈에도 전이 돼 조기에 발견,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피부암은 겉으로 점, 검버섯 등과 구분하기 어려워 전문의조차 오진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하면서 신속한 진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몇 년 전부터는 AI를 활용한 피부암 진단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AI는 얼굴 사진을 인식, 피부암을 직접 검출할 수가 없었다.
얼굴에는 다양한 데다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물이 형성돼 AI로선 피부암과 정상 구조물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최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김성환 교수(사진)팀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이 피부암을 정확하게 찾아낸다는 연구 결과(논문)를 발표, 주목을 받고 있다.
게다가 AI의 진단 정확도는 전문의의 진단결과와 비슷하게 나왔다.
이를 다룬 연구논문은 '합성곱신경망(CNN, 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이용한 피부암 진단(Keratinocytic Skin Cancer Detection on the Face Using Region-Based 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이란 제목으로 국제 피부연구학회지 ‘JAMA Dermatology’(인용지수(Impact Factor) 7.995) 2020년 1월호에 게재됐다.
이 인공지능엔 시각 분야 연구에서 사물을 분류하는 데 사용되는 알고리즘 합성곱신경망(CNN)이 탑재돼 있다.
이번에 사용된 Region-based CNN은 CNN을 좀 더 응용한 알고리즘으로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찾으려는 사물의 위치까지 알아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AI에 피부 종양 사진, 피부질환과 정상 피부 사진 110여 만장을 사전 학습시켜 피부암으로 추정되는 병변의 위치를 검출, 피부암 유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2010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3개 병원(한림대 강남성심병원·전남대병원·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 673명의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사진 2845장을 테스트했다.
이 결과, AI의 피부암 진단 민감도는 89.2%로 나타났다.
민감도는 실제 질병이 있을 때 질병이 있다고 진단할 확률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AI의 진단 정확도가 전문의와 얼마나 비슷한지 알아내기 위해 서로 비교했다.
우선 연구팀은 전문의 13명과 AI에게 피부 사진(테스트 셋 325장)을 보여줬다.
AI는 한 명의 사진을 분석하는 데 10초가 채 안 걸렸다.
진단 정확도(민감도)는 AI가 92.5%로 전문의 95.0%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부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 의사 20명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피부암을 감별하도록 했다.
이들의 민감도는 77.2%로 AI의 진단 정확도와 비교해 현저히 낮았다.
김성환 교수는 "AI의 피부암 진단 능력이 전문의와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실제 진료에서는 전문의는 시각 정보만으로 판단하지 않은 채 환자의 병력을 종합해 진단한다"며 "다만 AI는 의사보다 빠른데 다 쉼 없이 많은 건을 진단해내 대량의 환자를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구별하기 까다로운 피부암 조기 발견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피부암은 수술 부위의 기능을 보존하면서 흉터를 최소화하는 성형 외과적 재건 수술이 중요해 성형외과에 내원,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조기에 발견, 치료하면 오관 미용상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의 AI를 이용한 피부질환 진단연구들은 전체 사진에서 병변 부위만 잘라놓은 사진을 보고 암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분류 연구(Classification Study)가 대부분이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아직도 피부과 전문의가 암으로 의심되는 병변을 AI에게 일일이 지목해줘야 하는 데다 피부암과 전혀 무관한 염증성 병변이나 정상 구조물에 대해선 양성으로 진단하는 문제가 많아 지금까지 나온 알고리즘은 실제 진단에서 사용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김 교수팀이 이번에 연구한 결과에선 AI가 증명사진과 같은 얼굴 사진에서 병변의 위치까지 자동으로 찾아내 진단해내는 것은 물론 정확도도 전문의와 비슷했다.
이렇듯 이 연구는 AI가 잘려있는 병변 사진이 아닌 증명사진과 같은 얼굴 사진에서 얼굴의 골격 구조를 인지, 암의 위치까지 자동으로 찾아낸 검출 연구(Detection Study)로는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연구엔 김성환 교수를 비롯해 아이피부과 한승석 원장,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장성은 교수,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문익준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 연구에 사용된 알고리즘의 데모는 Keratinocytic Skin Cancer Detection on the Face using Region-based Convolutional Neural Networks http://rcnn.modelderm.com에 공개됐다.
위 사이트에서 피부암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업로드하면 이 솔루션이 피부암의 위치와 유무를 자동으로 찾아낸다.
전문의가 아닌 비전문의(일반인 포함)도 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점과 피부암을 구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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