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교수·김지혜 전공의, 희귀난치성 '원발성 폐 융모암' 항암 화학치료 성공 사례 발표
이 교수 "폐 병변 선별검사 시 융모암 종양표지자 B-HCG 혈액검사 권장"
논문, SCI급 국제암학술지 'Cancer Investigation' 최신호에 게재
[보건타임즈] 자궁이나 고환에 생기는 악성종양 '융모암(choriocarcinoma)'이 희귀하게 폐에서 진단돼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에 성공한 사례가 최근 세계적으로 저명한 국제암학술지에 게재돼 의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그림(논문서 발췌) 방사선검사와 조직해부학 조사 결과(환자의 오른쪽 폐 부위 아래와 무딘 오른쪽 늑골횡격막각에 퍼져 있는 융모암) a. 흉부 방사선 촬영 b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 c, d. 흉부 방사선촬영과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 e. 헤마톡실린-에오신염색(~染色) 조직검사 f. 면역조직화학검사]
중앙대학교병원(병원장 이한준) 산부인과 이은주 교수와 김지혜 전공의는 최근 '원발성 폐 융모막 암종'을 항암 화학요법으로 성공적으로 치료한 사례 보고 논문(Disseminated Primary Pulmonary Choriocarcinoma Successfully Treated by Chemotherapy: A Case Report and Literature Review)'을 국제암학술지 'Cancer Investigation'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교수팀의 사례 논문에 소개된 44세 여성 A 씨는 발열,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으로 인근 병원에서 폐렴으로 진단돼 2주간 항생제 치료를 했으나 증상이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엔 A 씨는 중앙대병원을 찾았다가 '원발성 폐 융모암(PPC; Primary Pulmonary Choriocarcinoma)'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받게 됐다.
'융모암(choriocarcinoma)'은 다른 부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자궁이나 고환에 생기는 악성종양이다.
'원발성 폐 융모암'은 A 씨의 사례처럼 매우 드물게 폐에만 존재하는 데다 융모암으로는 희귀하며 현재까지 보고된 사례가 65 증례에 불과해 진단에 필요한 전형적인 병의 모습이나 표준 치료가 현재까지 정립이 돼 있지 않다.
또 융모암이라고 아예 짐작조차 못 해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 객혈 등의 비특이적 증상을 나타내 폐렴이나 결핵 등 다른 병으로 오인,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진단의 어려움으로 치료가 늦어져 사망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숨진 이후에나 부검을 통해 뒤늦게 사망 원인병을 찾는 사례가 많았다.
이 교수는 "'원발성 폐 융모암'의 65 증례를 들여다보면 환자 20%는 융모암일 것이라는 짐작조차 못 해 진단하지 못하는 사이에 질환이 빠르게 진행, 악화가 돼 결국 사망한 이후 부검과정에서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하게 됐다"면서, "나머지 약 80%는 폐암으로 오진, 수술적 치료가 시행하는가 하면 수술 후 조직검사를 통해 융모암으로 진단된 뒤 53.8%만 제대로 치료가 됐으며 46.2%는 치료실패로 숨져 사망률이 높은 데다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A 씨는 중앙대병원에서 흉부 CT 검사상 처음엔 전이성 폐암(metastatic lung cancer)이나 결핵(miliary tuberculosis)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혈액검사나 결핵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이에 이 교수팀은 다학제 진료를 통해 CT 영상을 보면서 조직검사를 하는 'CT 유도 폐 조직검사(CT-guided percutaneous lung biopsy)'를 시행한 결과, 놀랍게도 생식기에서 발견됐어야 할 '융모암'이 폐 조직검사에서 확인했다.
융모암 종양표지자검사 B-HCG((Beta-Human Chorionic Gonadotropin, 융모성성선자극호르몬, 정상 5미만)를 측정한 결과에서조차 60만 수치로 크게 상승, '원발성 폐 융모암(PPC)'으로 확진하게 됐다.
이 교수는 "최근 100년 동안 보고된 증례 보고서들을 철저하게 조사한 결과 대부분 수술적 치료 내지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병행했으나 46.2%가 치료에 실패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6개월 내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치료에 성공한 증례들을 보면 병변이 한쪽 폐에 국한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으며 A 씨의 경우 병변이 양측 폐 전반에 걸쳐서 퍼져있는 양상이어서 수술 치료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복합 항암화학요법(etoposide, methotrexate, cyclophosphamide, vincristine, leucovorin)를 선택, 치료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치료 결과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A 환자는 별다른 부작용 없이 퇴원해 3년이 지난 지금도 재발 없이 건강하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렇듯 '원발성 폐 융모암'은 세계적으로 보고된 사례가 매우 드문 종양이다.
이번 연구에서 현재까지 보고된 원발성 폐 융모막 암종의 모든 사례를 정리, 환자의 증례 보고와 문헌고찰을 시행한 결과 A 환자와 유사한 폐 병변 형태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금까지 A 환자의 사례를 포함한 66례의 '원발성 폐 융모암' 증례 보고 중 항암치료만 시행된 환자는 13명이었다.
이 가운데 9명은 치료에 실패했으며 완치가 된 사례는 이번 증례를 포함해 4건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원발성 폐 융모암'의 치료 예후가 안 좋았던 이유는 증상이 모호한 데다 질병에 특이한 진단 소견이 정립되지 않았으며, 워낙 희귀해서 이 질병의 존재를 몰라 진단이 늦어진 사이에 빠르게 진행, 악화가 돼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사망했기 때문"이라며, "세포가 폐암 세포와도 구별이 어려워 오진을 하다 보니 불필요하게 광범위 폐 절제 수술이 진행돼 적절한 항암치료 시기를 놓친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원발성 폐 융모암'은 상당히 독특한 종양표지자를 가지고 있어서 단순히 B-HCG(Beta-Human Chorionic Gonadotropin, 융모성성선자극호르몬) 검사만으로 충분히 진단할 수 있어 모든 폐 병변에서 선별검사로 B-HCG 혈액검사를 포함한다면 진단이 늦어지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또는 둘 다의 조합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유사한 치료 결과를 보였으나 ‘원발성 폐 융모막 암종’엔 항암 치료요법의 효과가 우수해 선호된다"고 조언했다.
이를 다룬 연구논문은 SCI급 국제암학술지 '캔서 인베스티게이션(Cancer Investig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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