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검진에 필수적인 병리검사가 심각한 오진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병리학회(회장 한운섭 이대의대, 이사장 서정욱 서울대의대)가 15일 보고한 국내 병리과 전문의 업무량 분석에 따르면 국내 병리과는 전국 1,200여 병원급 의료기관 중 160개에만 개설돼 있고, 나머지 1,000여 병원과 1만여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는 조직검사는 37개의 수탁검사 전문 병리과 의원에 집중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1년간 전국에서 시행되는 조직검사 315만 건 중 38%, 세포병리검사 412만의 63%가 37개 수탁검사 기관에 의뢰되는데 수탁검사 전문 병리과의원의 병리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해 의사의 업무량 과중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학병원 병리과에서 근무하는 전문의의 1인당 연간 조직검사 판독 건수는 평균 4,300건인데 비해 수탁검사기관 전문의는 4배(1만6,700건)를 판독했다.
표1. 197개 병리과의 의료기관별 전문의 일인당 연간 조직검사 건수 현황
그림 1. 197개 병리과의 의료기관별 전문의 일인당 연간 조직검사 건수 현황
세포병리 판독 건수 편차는 더 심해 각각 3,000건, 4만1,000건으로 14배 더 판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표2. 세포병리사를 채용하고 있는 109개 병리과의 의료기관별 전문의/세포병리사 일인당 연간 세포병리검사 건수 현황 (세포병리사가 없는 88개 기관 제외)
그림 2. 세포병리사를 채용하고 있는 109개 병리과의 의료기관별 전문의/세포병리사 일인당 연간 세포병리검사 건수 현황 (세포병리사가 없는 88개 기관 제외)
한 수탁검사기관의 경우 전문의 1명이 연간 4만 건의 조직검사를 판독해 대학병원 전문의의 10배, 세포병리검사의 경우 전문의 1인당 연간 20만 건 이상(대학병원 전문의 평균의 65배)을 판독하는 기관도 2곳이나 있었다.
이는 개인의 능력 차를 감안해도 해결하기 힘든 정도의 업무량으로 오진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수탁검사를 담당하는 병리과 의원 한 원장은 “전문의를 채용하려고 해도 사람이 없어 소수의 전문의에게 업무량이 과중되고 있다. 때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는 않지만 타 기관에 재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종합병원에서도 병리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해 수개월째 모집공고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대학병원의 업무량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병원 및 전공의 수련병원으로서 병리 전문의가 1명만 근무하는 기관이 56곳이나 된다는 것이다.
서정욱 이사장은 “이는 눈으로 식별하고 최종결정을 내려하는 병리과 업무의 특성상 오진위험이 항시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심각한 구인난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IMF 금융 위기 5년 동안(1999-2003년) 병리과 전공의 지원자가 급감해 5년간(2003~2007년) 평균 12명(총 64명)이 배출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병리과 지원자가 매년 30-40명 수준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전공의 충원율은 여전히 30~50%에 그치는 만성적인 전공의 지원 기피과로 남아 있다.
더구나 내년에는 서울대병원도 병리과 신임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긴급조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번 조사에서 병리과 전문의의 적정 업무량을 유럽 기준과 국내 병리과의 자료를 근거로 산출한 결과 24개 기관(전체의 12%)과 12개 기관(전체 6%)에서 각각 조직검사와 세포병리 검사 업무량 과중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이들 기관이 대형 검사센터이기 때문에 국내 병리진단의 36.3%, 세포병리 진단의 51.3%를 하고 있어 오진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서정욱 이사장은 “결국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의 배출이 중요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과 현실적이지 못한 수가 등으로 인해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현수가의 최소 5배 증가와 함께 1인당 업무량 제한 등을 점차적으로 도입해 오진 위험을 최소화 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병리과의 역할이 국민들에게 인식되지 못해 정부정책에서 외면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 제대로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8:58:28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