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당의 무상의료정책이 발표되고 무상의료와 관련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그간 누구보다 무상의료정책이 채택되고, 전 국민이 돈 걱정 없이 진료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해왔다. 왜냐하면 무상의료야말로 우리 헌법에서도 명시된 건강에 대한 모든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논쟁에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과 일부언론은 무상의료에 대한 비판을 돈 문제로 환원함으로써 환자를 돈을 내는 손님이 아닌 사람으로 진료하고 싶은 본 단체의 희망을 짓밟고 있다. 이에 현재 무상의료정책과 관련한 비판에 대한 몇 가지 지적을 하고자 한다.
첫째. 무상의료는 시장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현 정부는 집권초기부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법인 도입, 의료채권 및 부대사업 확장 등 일일이 나열할 수도 없을 만큼 의료상업화정책 도입을 하려고 시도하였다. 그간 시민들의 저항과 본 단체를 포함한 여러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이러한 의료상업화가 일부 저지 유보되었으나, 아직도 건강관리서비스 법안과 제주도 영리병원 건립시도 등을 하고 있다. 이처럼 현 정부는 시종일관 국민건강을 시장에 맡겨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였고, 이 과정에서 올 1월에는 약가차등화라고 하는 본인부담차등화 정책도 고안했던 것이다. 환자 본인부담이라고 하는 시장 의존적 장치로 의료의 이용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은 의료가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임을 생각할 때 온당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환자입장에서 언제 의료가 필요할 것인지는 예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적 방식으로 조절할 수없는 비탄력적 성격이 있기에 의료 이용시점에서의 본인부담금은 최소화하거나 내지 않는 의료시스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것이 무상의료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시장적 방식이 아닌 공공의료 확충과 주치의제 도입 같은 개혁안을 본 단체는 계속 주장해왔다.
둘째. 무상의료 비용은 필요에 의한 것은 늘리고, 불필요한 지출은 제도를 개선해서 줄여 마련해야 한다. 현재 의료공급자 만능의 무정부적인 시장적 의료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단순히 본인부담금만을 낮추는 것이 무상의료정책의 전부인양 호도하는 것은 악의적인 것이다. 무엇보다 30조라고 하는 액수의 금액이 더 든다고 무상의료를 거부한 것은 그 계산의 온당함은 차치하고, 한 나라의 보건복지부장관으로의 자격이 의심되는 발언이다. 또한 이는 현 정부의 국민 건강에 대한 무책임함과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설사 그런 계산이 맞다하더라도, 그간 국민들은 돈이 없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필요 없는 의료서비스가 늘어난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필요 없는 의료서비스 증가에 대한 내용이라면 보건복지부장관이 나서서 본인부담금 차등화 같은 시장 친화적 방식이 효과가 없음을 고백하고, 공공의료 확충이나 공급체계변화 같은 대안을 제시해야 맞다.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 GDP 8% 지출선에서 제공하는 무상의료를 이 나라에서는 제공할 수 없다면 그 이유부터 밝히는 것이 정부의 책무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 없이 단순한 비용증가를 국민협박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진지한 태도도 아니며 국민건강에 대한 진정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된다.
셋째. 무상의료가 ‘무료의료’가 아니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무상의료는 의료이용의 시점에서 본인부담이 없거나 최소화한 의료를 말한다. 따라서 그간 국민들이 내던 본인부담금과 각종 비보험 영역, 선택진료비 등을 없애거나 건강보험에서 지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비용이 증가한다면 누군가 비용을 더 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타 OECD국가들이 수행하듯, 기업의 분담비율이나 국고지원의 증가, 지불제도 개선, 의료전달체계 확립, 공공의료 확충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여 국민들의 부담이 최소화 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듯이 ‘무상의료하면 세금 폭탄’식의 논리는 무상의료로 인한 비용증가를 온전히 국민들에게 전가하겠다는 사전포석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가뜩이나 경제가 어렵고, 물가상승으로 힘든 국민들을 협박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과 일부언론은 비용증가에 대해서 국민을 협박할 것이 아니라 재원마련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 고용 없는 성장 즉 기업은 많은 이익을 올리는 반면 비정규직을 비롯한 일반노동자들의 삶은 매우 팍팍한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의 노동자 대 기업의 건강보험료 부담 비율인 5:5를 대만정도인 4:6으로만 바꾸면 대략적으로 8조 원 가량의 비용이 추가로 마련된다. 비용분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넷째. 무상의료는 실제 경제적 고려보다는 정치적 결단의 대상이다. 무상의료와 관련된 각종 문제들은 실제로 정치적 결단과 정책으로 진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앞서 봤듯이 의료서비스는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보험자, 그리고 기본 인프라 등이 매우 밀접하게 상호연관돼 있어, 완벽한 계획으로 시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돈이 없어 진료받지 못하는 환자들, 집에 환자 한 명 있으면 가산이 거덜 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의식주, 교육, 육아 같은 기타 기본권처럼 국가가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작하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한 기본적인 예산과 계획인 필수이나, 앞으로 벌어지더라도 해결하면 될 문제들까지 나열해 무상의료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따라서 이제 향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앞으로 제기될 무상의료정책을 옹호하고, 무상의료 정책수립 및 방안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건강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계획이라면, 한 나라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의 자격이 없으며 사퇴해야 마땅할 것이다.
2011년 3월 9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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