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산업최고경영자회의(이사장 이기우, 공동회장 신언항)는 지난달 22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강보영 안동의료재단(안동병원) 이사장을 초청, ‘실패와 성공을 통한 병원경영전략’을 주제로 제37회 월례조찬회를 개최했다. 이에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편집자 註>
40년 전 설립 기업, 현재 5% 생존
여러 보건의료산업 분야 경영자들 앞에서, 경영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는 것이, 전에는 멋도 모르고 했었지만, 지금은 우리 병원이 30년차가 되다보니 한편으로 두려운 마음이 든다.
10여년 전 병원에서 산모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 곧장 국립과학중앙연구소에서 부검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환자 가족이라는 분들이 시신을 병원 앞마당에 놓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MBC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 방송프로그램 “성공시대”에 안동병원을 소개하겠다는 내용이다. “지금 병원이 난리가 났는데, 경황이 있겠습니까?”라고 상황을 설명하고, 못한다고 거절을 했다.
“성공시대”란 방송을 통해 1시간 성공사례를 자세히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성공시대”에 출연한 기업들이 가운데, 방송이 나간 후에 실패로 이어지는 기업이 생각보다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성공이라는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KAIST 명사특강에서 한분이 설명하기를 우리나라에서 40년 전에 설립된 기업 가운데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업이 단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50년 전세계 100대기업 가운데 지금은 17개만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누가 경영이란 것이 정답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1998년 안동병원이 매일경제신문사가 주최하는 제1회 지식경영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매일경제 장대환 회장 뿐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 또한 나서서 “지식경영은 한 때 각광받는 유행이 아니라, 인류가 존재하는 한 각광을 받을 것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본인 또한 이를 믿고 열심히 지식경영을 병원에 도입했다.
경영 페러다임, 지식에서 창조로
그러나 지식경영을 도입한지 10년이 지났지만 병원은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앞이 캄캄했다. 방법을 모색코자 KAIST 최고정보경영자과정에 등록,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웬걸 2000년대 경영의 화두는 “창조”였다. 창조적 변화, 감성경영이 트랜드였다.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본인은 고향이 안동이다. 태어나서 자랐고, 어려서부터 그리 영리하지 못해 지금도 안동에 살고 있다. 안동은 인구가 16만8,00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안동병원은 만성기 800병상을 포함해 1,800병상을 조금 넘는다. 안동 지역 환자는 4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안동 인근과 멀리서 찾아오는 환자다.
본인의 원래 직업은 농사가 주였고, 농자재 판매업을 겸하고 있었다. 농민을 위한 정부자금 융자를 신청코자, 아내의 친구인 당시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김광림(현 국회의원) 과장과 의논했다. 김 과장의 소개로 예산실 사무관을 만났다. 사무관은 나를 보자마자 느닷없이 병원을 하라고 권유했다. 농사보다 훨씬 낫고, 땅만 확보하면 자금지원이 가능하다고 나를 부추켰다. 거절 후 집으로 내려왔다. 그 후로도 그 사무관은 집요하게 집으로 수차례 전화하는 등 재차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정부는 농어촌 취약지역 의료난 해소를 위해 민간병원 설립지원을 위한 OECF차관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었다.
나 또한 그동안 지역 종합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느꼈던 병원에 대한 불친절 등에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이에 우리 지역에도 좋은 병원 하나 있었으면 하던 생각도 있던 차에 직접 병원을 설립키로 마음먹었다. 병원 의무기록사인 친구를 설득, 6,000만원을 투자받고, 본인 돈과 OECF차관을 지원받아 병원을 설립했다. 그 때가 1982년 5월이고, 134병상 규모였다. 병원부지는 안동 쓰레기 하치장 자리였다. 그러나 의욕만 앞섰지 병원 경영과 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병원은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친구와의 다툼도 이어져 결국 친구에게 투자금의 2배에 해당되는 돈을 되돌려 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현찰이 어디 있었겠는가, 어음을 주고 독자경영을 시작했다.
82년 OECF차관으로 143병상 병원 설립
2년 남짓 운영하는 동안, 은행 빚에서 사채까지 안 갖다 쓴 돈이 없었다. 심지어 대구에서 크게 직물공장을 운영하는 친구의 보증으로 한 상호신용금고에서 대출까지 받아 운영을 했으나, 도저히 버틸 능력이 없었다. 내게 대출보증을 해준 친구도 나 때문은 아니지만, 지금은 망해서 빈털터리가 됐다. 한 때 직원 1,600명에 이르던 그 친구도 사업이란 것이 영원히 잘되는 것을 없다는 것을 내게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1984년 부도를 낼 마음으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병원행정과장을 찾았다. 이즈음 OECF차관으로 설립된 병원들의 대부분이 부도가 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부처에서도 통 크고 사나이 답기로 유명했던 임인철 과장(전라남도 정무부지사 역임)이 담당과장이었다. 그런 사람이 내손을 꽉 잡고, “부도만은 안된다”며 통사정을 했다. 병원진단을 통해 부실경영 원인을 밝히고, 구조조정을 해볼 것을 권했다. 임 과장이 직접 안동을 찾아와 현황을 살피고, 자구노력에 대해 정부지원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안동지역 기관장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구조조정을 위해 인원감축이 필연적임을 강조했다. 당시 안기부에서 나온 직원은 폐업하는 것보다는 10% 정도의 인원을 줄이는 것이 낳지 않으냐며 동의했다. 그러나 노동부, 세무서, 경찰서 등 나머지 기관장들은 “이사장을 구속시키겠다.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등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원감축이 아니면, 망한다는 신념으로 밀어 붙였다. 대신 명명백백하게 투명하게 감축 대상을 선정했다. 인사 청탁 등으로 입사한 친인척들과 비능률적인 부서의 직원들이 우선이었다. 김광림 과장이 소개한 사람부터 내보냈다. 병원이 난리가 났다. “이사장을 **로 찔러 죽이겠다”, “병원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 시키겠다”는 협박이 이어졌고, 급기야 온 매스컴이 “안동병원 도산직전”이라는 기사를 써대기 시작했다.
긍정마인드로 기적적인 병원 회생
그때서야 신문과 방송이 그렇게 무서운지 처음 알았다. 보도가 나가기 시작한지 1주일 만에 입원환자가 87명이 47명으로 줄었다. “이제 확실히 망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교회를 나갔다. 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되 비굴하지 않게만 망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며칠동안 돌파구를 찾고자 고심했다. 안동병원이 어려운 것을 사실이지만, 최근 정상적인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시행중이고, 의사 등 핵심인력은 그대로이며, 시설과 모든 서비스는 전과 똑같았다. 문득, 언론을 역으로 잘 활용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망한다, 부도난다, 안되다”고 떠들어 대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반대로 잘 된다고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신문에 광고도 대대적으로 하고, 직원들에게도 긍정마인드 교육을 강화시켜나갔다. 그런데 기적같이 차츰 병원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다시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을 찾았다. 평소 같으면, 만나기도 어려웠던 여신담당 상무가 반색을 하며, 맞는다. 당시 대부분의 병원이 부도를 내는 판에 안동병원만 열심히 이자를 꼬박꼬박 내고 있었던 사실을 안 것이다. 물론 은행에서 병원장비에 이미 압류딱지를 붙여 놓은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이자라도 안 갚으면 당장 부도를 낼 것을 우려해 억지로 매일 벌어 이자 내기에 급급한 상황이었다.
이때다 싶어 당당하게 계획을 밝히고 3억을 더 빌렸다. 안동에 내려오자마자, 병원 옆에 아파트를 짓고, 병원 주변도로를 포장했다. 입원환자는 47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밤새도록 온 병실의 불을 훤히 밝혔다. 에어컨도 풀 가동했다. 신문에 크게 홍보를 했다. 다 외상 광고였다. MRI, CT 등 새로운 장비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앞뒤 안가리고 밀어 붙였다. 사실 모험이었다.
거짓말이다 싶을 정도로 환자가 늘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론 강도 높은 비용감축에 들어갔다. 한 달에 300만원이 넘던 전화료를 아끼기 위해 직원들 전화사용을 통제했다. 50여개나 보던 신문도 다 끊었다. 근무시간에 신문 볼 시간이 어디 있는가. 지금도 안동병원은 이사장실 외엔 신문을 보지 않는다. 직원들 태도도 바뀌었다. 눈빛이 반짝반짝해지기 시작했다. 입원환자가 개원 이래 처음으로 120명을 넘었다. 이제 되는 구나 싶었다. 경영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노조와 갈등과 화합
차츰 은행 빚과 사채를 갚아나가는가 싶었는데, 느닷없이 또 다른 위기가 닥쳤다. 1988년도 노조가 생겼다. 빚내서 직원 월급 주었고, 누구보다 투명하게 경영하려 애썼다. 하지만 잘하고 못하고가 없었다. 이사장이 서울에 수십억원짜리 집을 샀다는 등 각종 음해성 루머가 난무했다.
측근이라고 생각했던 운전기사를 불러 물었다. 노조의 논리가 맞는 듯했다. 이사장은 본인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노조입장에선 돈 없는 이사장이 그만두면, 병원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누군가 돈 있는 사람이 경영을 맡을 것 아니냐는 논리다. 노조는 손해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쯤 되자 이번엔 시에서 대책회의에 참석하라는 연락이 왔다. 이번엔 시장, 안기부, 상공회의소 등을 대표해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노조와의 단체협상에 나서라는 주문을 내민다. 못한다고 벼텼다. 이제 겨우 회복하려는데 단체협상에 나서면 더 이상 병원 정상화는 물 건너가는 상황이었다. 그날은 어떻게 따돌리고 돌아왔으나, 이후 계속된 기관의 압박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5일 만에 눈물을 머금고 단체협상 도장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찍은 후, 갈 곳이 없어 눈물을 흘리며, 어머님을 찾아가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노조에 대한 무지를 깨닫고 공부도 하고, 일본도 가보고 연구를 했다. 2년 후, 단체협상 재계약 시점이 되어 과감히 재계약에 대해 “No”라고 말했다. 이에 더하여 노조의 조합장, 부조합장, 쟁의부장, 사무총장 4명에 대해 근태상황과 인사사유를 기록하여, 해고통지를 했다. 또 다시 난리가 났다. 우리병원 노조를 지원하러 전국에서 지원부대들이 내려와 안동 시내를 온통 휩쓸고 다녔다. 꾸욱 참았다. 기관에서 또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엔 시장을 비롯, 안기부, 경찰서, 노동부 대표가 모두 모였다. 도착하자마자 해고직원 원직복귀를 권고했다. 말이 권고였지, 안 따르면 가만히 안두겠다는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직장폐쇄를 각오하고, 폐업계를 내겠다고 맞섰고, 결국 이겼다.
전국민 의료보험과 IMF로 2번 도약계기 마련
자신감이 생겼다. 1989년이 지나니 전국민 의료보험이 확대 실시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타 지역 병원을 둘러보러 다녔다. 기회다 싶었다. 지금 병원보다 더 큰 1,980평에 350병상 규모의 병원을 옆에 증축했다. 전국민 의료보험 확대시기에 맞춰 병원 증축과 함께 최신장비 도입을 서둘렀다. 광고도 더욱 확대했다. 환자도 이에 따라 늘어났다.
그러나, 1년을 운영해본 결과 아무리 환자가 늘어도, 은행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기엔 역부족이었다. 1년 동안 3억 단기적자가 발생했다. 다시 한번 고민에 빠졌다. 건물도 새로 짓고, 장비도 새로 들여오고, 광고도 원 없이 해보고, 해 볼 것은 다해봤는데... 그 때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시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변화 시켜보자는 생각이었다. 서점으로 달려갔다. 여러 경영 관련 서적을 고르는 가운데 눈에 띈 책이 “MK의 기적”이었다. 일본 MK택시 서비스경영 사례에 관한 책이다. 이렇게 안동병원과 MK택시의 인연이 시작됐다. 지금은 본인이 MK택시 한국본부 회장을 맡고 있다.
그 책으로 직원들 교육을 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직원들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겨우 직원들을 설득하여 4일째가 되서야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안동은 여건이 않 좋다. 좋은 인력을 모셔오기 힘들다. 1998년 오히려 IMF 때가 좋았다. 사람구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요소는 3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지능이다. 지능은 어렸을 적, 가정이나 학교 교육에서 길러진다. 둘째, 경험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지금의 아이들과 같이 PC를 다뤄보면, 아인슈타인이 아마도 아이들에게 배워야할 것이다. 이만큼 경험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능이 높고, 경험이 많은 의사나 간호사를 채용해 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소재 병원으로 모두 빠져나간다. 내 아들이 연대를 나왔는데 안동병원에서 제일 학벌이 좋은 것으로 통한다.
MK택시와의 만남과 서비스 교육 도입
그럼 어떻게 할 것인다. 고민 끝에 찾은 결론이 인간의 3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인 교육에 명운을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품질 차이가 심한 것이 사람이다. 우리는 우리병원에 맞게 줄기차게 교육을 시켜왔다. 확실히 효과가 나타났다. 당시 만해도 병원에서 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곳이 없었다. 특히 의사, 간호사를 상대로 서비스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초기 10개월간 교육을 시키고 매출을 분석해본 결과, 놀랍게도 27.9%의 상장을 보였다. 또 한 번 병원이 난리가 났다. 연일 KBS, MBC 공중파 방송국과 조선, 중앙, 매경 등 일간지들이 취재에 열을 올렸다. 심지어 한 방송국에서 여러 개 다른 프로그램에서 안동병원을 동시에 소개하기도 했다.
요즘은 부메랑을 맞는 기분이 든다. 다음 주에도 경기도 소재 종합병원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온다. 10년 이상 줄기차게 병원에서부터 일반 기업까지 안동병원의 경영성공사례를 배우러 왔다. 이렇다 보니 요즘 왠만한 병원 어디를 가도, 병원 서비스 개선을 안 한 곳이 없다. 안동병원의 차별화가 좀 퇴색된 느낌이다. 교육효과도 다소 떨어지는 감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교육은 이어진다. 나는 일본 MK택시에 가서 같은 강의를 20번이나 들었다.
1997년 IMF가 왔다. 온나라, 온국민이 고통을 겪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때가 IMF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때가 그리울 정도다. IMF가 오히려 병원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품질 차이가 심한 것이 사람이라고 했다. 수년 전에 한 아이가 우리병원에 입원했다. 작고 통통한 아이를 우리 간호사들이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것을 보고, 아이에 상태에 대해 물었다. 큰 병은 아니라는 답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이는 숨졌다. 당시 모든 종합병원 응급실에는 인턴 밖에 없었다. 지금도 없다. 간호사가 24시간 근무한다. 인턴이 처방을 잘 못해서 사망한 것이다. 아이 부모를 찾아가려 했지만, 스탭들이 만류했다. 간접적으로나마 보상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지금도 너무 가슴이 아프다.
1년 365일 24시간 진료병원 선언
당장 응급실 전문의 모집공고를 냈다. 아무도 응모하는 사람이 없었다. GP(일반의)도 없었다. IMF가 되자 의사들이 줄을 섰다. 서울의 메이저종합병원 의사들이 몰려 들었다. 응급실도 마다하지 않는다. 당장 응급실에 전문의 4명을 배치했다. 의사 지원자가 많아 12명의 전문의를 더 뽑았다. 공휴일, 일요일 근무 지원자가 쏟아졌다. 이렇게 안동병원은 응급실 전문의가 24시간 대기하는 병원, 1년 365일 진료하는 병원이 되었다. 계속 밀어붙였다. 전 직원 월급도 올려줬다. 환자가 더 늘었다. 휴가를 가겠다는 직원이 하나도 없었다. IMF 때 전문의가 가장 불안했다. 개업도 어려웠다. 이 상황이 내게는 기회로 작용한 것이다.
IMF 때 환자가 늘어난 이유는 사실 의사수를 늘려서가 아니다. 직원들의 환자 서비스가 좋아져서 그런 것이다. 병원이 누구보고 오는가? 의사들에게 물었다. 제일 먼저는 의사를 보고 온다. 병원에서 의사의 비중이 70이라면 나머지 직원은 30이다. 지금까지는 직원 30이 오늘의 안동병원을 만들었다. 70인 의사가 잘 협조한다면, IMF가 아니라 그 어떠한 것이 닥쳐도 자신 있었다.
연수차 일본에 갔다. 어느 병원에 갔더니, 환자가 죽어 나가면 의사들이 나와서 절을 한다. 그리고 1년에 한번 씩 위령제를 지낸다. 1년동안 병원에서 죽은 환자를 위로하는 행사다. 의사나 직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인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모든 직원들에게 검정양복을 한 벌 씩 사줬다. 지금은 안동병원도 1년에 한번 씩 위령제를 지낸다. 위령제도 지내고,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했더니 다른 곳엔 환자가 줄어드는데, 우리병원은 넘쳤다.
2005년 중순 경 경리과 직원이 급히 이사장을 찾았다. 이익이 너무 많이 남을 것 같다는 말이다. 어떻게 처리할 지를 상의하러 온 것이다. 당장 옥상을 비롯해 병원 주변에 나무를 마구 심었다. 방마다 커튼을 쳤다. 당시 지방병원엔 커튼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비용을 쓰기에 바빴다.
Localism to Globalism
직원 설문조사를 해봤다. 98%가 이사장 최고라는 결과가 나왔다. 경영자는 첫 번째가 아무리 누가 경영을 잘한다고 칭찬해도 이익이 많이 나는 것이 최고다. 두 번째 아무리 이익이 많이 나도 직원들이 뒤에서 욕하면 소용이 없다. 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이 참으로 보람찬 일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지역사회 봉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병원경영실적이 좋아지자, 몇차례 보너스를 지급하니,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병원보고 절을 하고 나갈 정도가 됐다. 정말 해피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병원 바로 옆에 경매 나온 10,000평 부지를 3차 유찰 끝에 30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그곳에 지금의 병원을 새로 지었다. 직원들을 위해서 바닷가에 직원 연수원을 짓기도 했고, 여성병원, 한방병원을 추가로 개원했다.
우리병원의 다음목표는 세계다. 안동시내는 한계가 있다. 미국에 가서보니, 인구 10만명이 안되는 로체스터시를 세계적인 도시로 만든 것이 메이요클리닉이었다. 이 작은 도시에 인터내셔널 에어포트가 있었다. 안동병원도 지금은 모토를 “지역을 넘어 세계로(Localism to Globalism)”라고 내걸고 병원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경영엔 정답이 없다. 자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웃기는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는 환경이 있다. 과거 공룡은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바퀴벌레는 환경에 잘 적응하여 살아남았다. 사람은 공룡처럼 사라져서도 안되고, 바퀴벌레처럼 살아만 있어도 안된다. 환경을 꾸며나가고 지배해 나갈 수 있어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커다란 파도는 보는 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파도를 타는 서퍼들에게는 기회다. 우리도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남고, 조금 능력이 있어 지배를 하면 성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배하다 떨어지면 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리 / 홍민철 보건산업최고경영자회의 사무총장)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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