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간 매출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콜레스테롤 신약이 약값적정화정책에 묶여 시장에서 줄줄이 퇴출될 위기에 몰렸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신약 개발의지를 꺾을 뿐 아니라 환자들로부터 신약의 혜택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한편 약값적정화정책을 맹비난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21일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고지혈증치료제 21개 성분에 대한 약값 재평가를 실시한 결과 '크레스토'(성분명: 로수바스타틴)와 '리바로'(성분명: 피타바스타틴)가 심혈관계질환과 그로 인한 사망률 개선 효과를 나타내지 못해 급여를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 정부가 검토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이번 약값 재평가는 '가격대비 효과가 우수한' 약물만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취지에 따라 고지혈증약 270개 품목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심평원은 이번 재평가에서 고지혈증약 크레스토와 리바로 약물이 장기간 추적관찰을 바탕으로 한 심혈관계질환 예방이나 사망률 개선 자료가 없는 점을 지적하며 건강보험 적용을 아예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고지혈증약은 혈액 속의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지만 궁극적으로는 심혈관계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 쓰인다.
오는 25일 개최될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심평원의 재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크레스토와 리바로는 콜레스테롤약으로서 건강보험약에서 삭제된다.
이는 의료기관이 처방을 꺼려하는 비급여치료약으로서 '사형선고'로 받아들여져 해당 제약사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크레스토와 리바로는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 자료 기준으로 따져 지난해 각각 373억원과 21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신약에 속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개발되지 얼마 안 되는 신약을 단지 장기 관찰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건강보험을 제한한다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대한 신규 약물은 시장에 진입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며 "단기적으로는 약값 절감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약 개발의지가 꺾이고 신약이 시장에 진입되는 시기가 늦어져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신약 시판허가 후 뇌졸중, 사망률 같은 장기간의 치료효과를 확인할 때까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거나 제값을 받지 못할 경우,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낮은 국내 제약업계로서는 신약보다 복제약 개발이나 해외 신약 도입에만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에 제약업계는 국내 제약업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뿐 아니라 환자들이 다양한 신약의 혜택을 신속하게 누릴 수 없게 하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평가에서 특허가 이미 만료된지 오래된 한 약물은 두 신약보다 가격이 더 비싸지거나 그대로 유지돼 다른 제약사들로부터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제기된 크레스토와 리바로는 각각 1천146원과 1천68원이지만 또 다른 콜레스테롤 약 '조코'(성분명: 심바스타틴)는 종전 가격대 1천219원으로 약값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심평원은 심혈관계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만큼 건강보험을 제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임상적 효과에 대한 증거가 없으면 건강보험에 등재할 수 없고, 효과보다 약값을 더 비싸게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번 약값재평가 결과 '심바스타틴' 성분을 뺀 고지혈증 치료제들은 최대 40% 가량 약값이 인하될 것으로 전망돼 국내외 제약업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제약사는 가격인하와 보험제한이 확정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국내 콜레스테롤약 시장은 최근 평균 30%의 성장률을 기록, 지난해 시장규모는 3천300억원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14 18:10:27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