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만성 콩팥병, '식이섬유 늘린 동시에 식물성 단백질 충분 섭취'

이지원 교수, 용인세브란스 권유진 교수, 강남세브란스 이혜선 교수와 공동연구
이 교수" 식이섬유 고함량 채소·과일에 콩·통곡류 등 식물성 단백질 필요"
만성 콩팥병 환자, '칼륨 함량 많은 토마토, 키위, 참외 섭취' 제한
'칼륨 함량 적은 사과, 귤, 포도, 파인애플, 자두 등 먹는 것' 권장
논문 두 편, 식품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Nutrition 최신 호'에 게재

[보건타임즈] 만성 콩팥병 환자가 식이섬유와 식물성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사망률 감소 등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논문보기 1, 2)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사진 左),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권유진 교수(中), 강남세브란스병원 의학통계학과 이혜선 교수(右) 연구팀은 만성 콩팥병을 앓는 환자가 식이섬유의 섭취량이 많아질수록 사망률을 최대 44% 낮출 수 있으며 식물성 단백질 섭취가 사망위험도를 높이지 않는다며 18일 이같이 발표했다.

국내외 만성 콩팥병 환자 식단 가이드라인은 콩팥 기능의 저하를 막기 위해 매우 제한적인 식단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칼륨과 단백질의 과잉섭취 경고다.
이를 피하려다 칼륨뿐 아니라 식이섬유가 같이 들어있는 채소‧과일과 통곡류 등 식물성 단백질 섭취에 오해가 생겼다.

연구팀은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식이섬유와 식물성 단백질 섭취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질병관리청의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 중 40~68세 만성 콩팥병 환자 3,892명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식이섬유 섭취 군 적게 섭취하는 그룹보다 '총 사망률 37% ↓'
심혈관질환으로 숨질 확률 '최대 44% ↓'

연구팀은 먼저 만성 콩팥병 환자의 식이섬유 섭취 정도에 따른 사망률을 조사하기 위해, 전체 환자군을 식이섬유 섭취 정도에 따라 다섯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각 그룹의 식이섬유 섭취는 하루에 0.5~3.01g, 3.02~4.15g, 4.16~5.26g, 5.27~6.76g, 6.77~27.6g이었다.
전체 환자의 평균은 5.1g으로 우리나라 식이섬유 섭취 권고량 남성 25g, 여성 20g에 한참 뒤처졌다.

다음으로 추적 관찰 기간 10.1년 동안 실제 사망에 이른 케이스를 확인한 결과,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할수록 사망률은 감소했다.
식이섬유를 가장 많이 섭취하는 그룹은 가장 적게 섭취하는 그룹보다 총 사망률이 37% 낮았으며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44%까지 떨어졌다.

환자 천 명당 연간 사망자는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는 순으로 각각 9.6, 12.8, 12.7, 15.7, 23.5명이었다.( 왼푠 그림)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환자는 2.2, 2.5, 3.3, 2.9, 6.6명이었다.

만성 콩팥병 환자들은 칼륨 함량이 많은 토마토, 키위, 참외 섭취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칼륨 함량이 적은 사과, 귤, 포도, 파인애플, 자두 등을 먹는 것이 좋다.

또 말린 과일보다는 신선한 과일을 먹도록 해야 한다.
채소는 칼륨 함량이 높은 껍질과 줄기 부분을 제외하고는 채소를 얇게 저미는 방식으로 작게 썰어 충분한 물에 담근 후 조리한다.
끓는 물에 데쳐 여러 번 헹궈 먹는 방법도 좋다.

단백질 섭취, '사망률과 유의한 차이 없다' 무관
한국인, 식물성 단백질과 생선서 '전체 단백질의 63.07%' 섭취

연구팀 식이섬유 섭취 조사와 같은 방법으로 환자군을 하루 단백질 섭취량에 따라 다섯 그룹으로 나눴다.
하루에 단백질을 가장 적게 섭취하는 그룹(0.179~0.546g/kg)과 가장 많이 섭취하는 그룹(1.041~3.573g/㎏)의 사망률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추적 관찰 기간 11.1년 동안 실제 사망에 이른 케이스를 확인한 결과, 환자 천 명당 연간 사망자는 단백질을 적게 섭취하는 순으로 각각 19.3, 14.6, 13.8, 14.4, 11.5명이었다. (그림)
성별, 나이, 체질량지수, 흡연·음주 여부, 하루 총 칼로리 섭취량, 만성질환 유무 등의 영향을 제외해도 단백질 섭취량의 증가는 사망률과 무관했다.

연구팀은 단백질 섭취에 따른 사망률 차이가 없는 이유를 한국인이 주로 섭취하는 단백질 종류에서 찾았다.
만성 콩팥병 환자에 대한 단백질 섭취 가이드라인은 돼지고기, 소고기, 우유 등 동물성 단백질을 위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서양인을 기준으로 세워졌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채소, 곡류, 견과류 중심의 식물성 단백질과 생선 위주로 섭취하는 단백질이 전체 섭취 단백질의 63.07%를 차지, 기존의 가이드라인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연구결과를 통해 앞으로는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동물성 단백질은 줄이되 채소, 과일, 견과류, 콩류 등 식물성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지원 교수는 "식이섬유는 대변량을 증가시켜 요독을 배설토록 유도, 만성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건강한 식이 섬유소 섭취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유진 교수는 "만성 콩팥병 환자가 단백질 섭취를 줄이기만 하는 것보다 식물성 단백질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단백질 섭취가 줄면 오히려 탄수화물 섭취량이 증가하면서 당뇨병 등이 악화가 돼 적색육 이외에 콩류, 통곡류, 견과류 등을 통해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사용자 참여형 빅데이터 기반 건강 위험도 예측과 관리 서비스 개발'이란 과제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미래대응식품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 연구결과를 상세하게 정리한 논문 두 편은 각각 'Association Between Dietary Fiber Intake and All-Cause and Cardiovascular Mortality in Middle Aged and Elderly Adults With Chronic Kidney Disease'와 'The Association Between Total Protein Intake and All-Cause Mortality in Middle Aged and Older Korean Adults With Chronic Kidney Disease'란 주제로 식품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 IF 6.567) 최신 호'에 게재됐다.